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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고-황금의 어스듐 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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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게임]
감옥에 도착했을 때, 티노는 아직 밝게 비추고 있는 조명등에 환호성을 삼켰다. 아직은 꺼져선 안 됐다.

“좋아, 아직까진 문제가 없는 것 같구나.”

티노가 쟀던 시간보다도 빨리 도착한 테이슨은 지친 기색 하나 없이 감옥 안으로 성큼 발을 내딛었다. 그 뒤를 티노가 조용히 따랐다. 곧 감옥 책임자가 달려와 테이슨을 맞이했다.

“아니, 공무로 온 것은 아니네. 하도 잘생겼다는 말이 많기에 다시 한 번 제대로 봐 둘까 싶어서.”

“하하! 어제부터 구경차 방문하시는 분이 많군요. 주로 여자 분들이신데 남자 분도 아예 없진 않았죠.”

책임자는 슬쩍 윙크를 해 보였다.

“여자 분들에게 그와 같은 말을 듣고는 질투에 휩싸여 오시는 분들이긴 하지만요.”

“여자 친구는 없네만, 들어가도 되겠지?”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화에 티노는 쿡 웃어 버렸다. 완전히 구경거리 취급이구나. 아르카가 무사히 탈출하고 난 후에 만나면 기필코 놀려 먹으리라. 그렇다고 그에 꿈쩍할 아르카는 아니지만 말이다.

“물론이지요. 근데 이 소년은……?”

“아는 동생일세. 이번 사태에 휘말린 피해자이기도 하고.”

테이슨은 말 못 할 사연이 있다는 분위기를 풍기며 티노의 어깨에 한 손을 올렸다. 어차피 친위대원과 동행하는 자에게 까다롭게 굴 생각이 없었던 책임자는 더 묻지 않고 물러났다.

“들어갈까?”

“예!”

테이슨은 아르카가 있는 감방으로 향했다. 그가 감옥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안내는 필요 없었다. 다른 감옥이라면 몰라도 이곳은 친위대의 관할 하에 있는 감옥인 것이다.

티노는 테이슨의 안내대로 걸어가면서 주위를 신기하다는 눈으로 둘러보았다. 실상은 구비되어 있는 시설과 구조와 길을 외우고 있는 것이지만 남들 눈에는 구경하는 것 이상으론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촌스러운 옷차림 덕을 좀 보았다.

한참 돌고 돌다가 드디어 커다란 철문 앞에 섰다. 친위대의 엠블럼이 커다랗게 그려져 있는 철문은 척 보기에도 두껍고 견고해 보였다.

“여기가 특급감옥 입구인가 봐요?”

“그래. 하나뿐인 입구지.”

테이슨은 웃으며 답하곤 문 옆의 벨을 눌렀다. 그러자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테이슨이잖아?”

“엘리냐?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지? 오늘 담당자는…….”

“기다려 봐.”

여자가 테이슨의 말을 깔끔하게 자르고 얼마 안 돼서 철문이 부드럽게 옆으로 열렸다. 문 앞에는 상당한 장신의 여자가 서 있었다. 무기와 차림새를 보아 테이슨과 같은 친위대원이 분명했다. 그녀 너머로는 지하로 통하는 계단이 보였다.

“여긴 무슨 일이야?”

“그건 내가 물어볼 말이다. 내가 알기론 오늘 담당자는…….”

“아, 나랑 바꿨어.”

엘리는 쾌활하게 웃으며 또다시 테이슨의 말을 잘랐다. 그리고 테이슨이 묻기 전에 알아서 부연설명까지 해 줬다. 친위대 내의 사정을 모른다면 알아들을 수 없는 설명이었지만.

“내 다음엔 마리나가 할 거야. 그 뒤엔 케이트가 할 거고, 그 다음엔…….”

“즉, 여자들이 줄을 이어 그자를 감상할 거란 소리군.”

“감시라고 해 주겠어?”

내용은 항의였지만 태도는 긍정이었다. 명랑하기만 한 엘리의 태도에 테이슨은 한숨을 쉬었다.

“낙 없는 업무시간에 눈요기 좀 해 보겠다는데 뭐 어때? 내가 저자랑 눈이 맞았다는 것도 아니잖아?”

꽤나 능글맞은 웃음을 흘린 엘리는 티노에게 관심을 보였다.

“이 꼬마는 누구?”

“이번 일에 휘말렸던 일반인이다. 내가 아는 동생이고.”

“그래? 그런데 무슨 볼일?”

“이봐, 생각을 해 봐. 플로레스라에게 살해당할 뻔했다고. 극복할 필요가 있지 않겠어?”

몰래 감시 및 조사하고 있던 대상자가 플로레스라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나아가 이번 소동의 주인공을 탈출시키려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때문에 적당히 만들어 낸 구실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덕분에 죽음의 위험을 직면하고 기가 꺾인 꼬마가 되어 버린 티노는 썩 유쾌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끼어들어 초를 칠 수는 없었다. 이번 일을 성공하기 위해선 테이슨이 엘리라는 여자를 내보내야만 했다. 물론 테이슨은 남들 시선을 피해 조명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라 생각하고 내보내는 거겠지만 말이다.

엘리는 잠시 동정 어린 눈으로 티노를 바라봤지만 곧 테이슨을 매섭게 노려봤다.

“너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무슨 뜻이지?”

“아이가 봐서 좋은 광경일 리가 없잖아! 여긴 감옥이라고.”

“그러니까 더더욱 필요한 거야. 게다가 이래 봬도 기초 군사 훈련을 마치고 성인으로 인정받은 녀석이다. 쉽게 꺾이지 않아.”

테이슨은 엘리와 정면으로 눈을 마주하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엘리는 다시 걱정스런 눈으로 티노를 보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 꼬마도 들어와.”

그러면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리는 엘리를 테이슨이 불렀다. 티노의 짐작대로 그가 이곳을 찾아온 진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엘리를 떼어 놓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미안한데, 넌 빠져 줬으면 좋겠어.”

“나의 임무는 감시야! 그런 내게 자리를 피해 달라는 거냐?”

“내가 있을 테니까. 무엇보다…….”

테이슨은 일부러 엘리의 옆에 가까이 가서 작게 말했다.

“티노의, 이 아이의 자존심을 지켜 주고 싶다.”

“쳇! 과보호야, 그건.”

소리를 낮췄다 해도 바로 옆이라 다 들렸던 티노도 같은 심정이었다. 마치 피비린내 나는 감옥에 들어가면 자신이 충격으로 정신줄을 놓아 버릴 것이 분명하다는 말투가 아닌가? 전쟁을 겪어 보진 못했지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위험한 상황은 많이 겪었다. 아르카와의 훈련에서도, 몬스터와의 싸움에서도. 물론 엘리를 따돌리기 위해 지어낸 소리라는 건 알지만 기분이 좋을 순 없었다.

“좋아. 그럼 잠시 피해 주지. 대신 나중에 거하게 술 사라고.”

“고맙다.”

엘리는 문 밖으로 나와서 둘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해 줬다. 그러면서 힘내라는 듯 티노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들겼다. 그것이 고맙지는 않지만 티노는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계단에 막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팟! 팟! 팟!

시작은 지하 안쪽에서부터였다. 그리고 순식간에 퍼져 나가며 건물이 어둠에 물들어 갔다.

“뭐야? 무슨 일이야?”

반사적으로 무기를 뽑아 든 엘리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위를 보는 것과는 별개로 당황한 음성을 낼 무렵 건물 밖의 가로등까지 꺼짐으로써 사방이 완벽하게 어두워졌다.

“늦었나……?”

티노의 귀에 테이슨이 아주 작게 신음처럼 말하는 것이 들려왔다. 다행히 엘리는 주위를 둘러보느라 바빠서 테이슨의 말을 놓친 것 같았다.

잠시 긴장하는 듯하던 엘리가 어깨에 힘을 빼며 투덜거렸다.

“단순히 씨드가 끊긴 건가? 근래 잦아지고 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이곳까지…….”

엘리와 마찬가지로 불이 꺼진 시점에서 무기를 뽑아 들었던 테이슨이 나직이 말했다.

“이상하다.”

“응? 이상할 것까지야? 원래부터 장소를 가려가면서 끊기지는 않았잖아?”

테이슨은 무겁게 반박했다.

“왜 비상용 어스듐 라인이 가동하지 않는 거지?”

“……!”

“심지어 특급감옥으로 가는 문이 열린 상태로 씨드가 끊긴 것이 미심쩍군.”

테이슨은 더 말할 것 없다는 듯 곧장 계단 아래로 달려갔다. 그러면서 지시를 내렸다.

“엘리, 비상용 어스듐이 있는 곳으로 가 봐. 일당이 있을지도 모른다.”

“감시역은 나라고.”

엘리는 입으로는 투덜댔지만 벌써 다른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다음으로 테이슨은 티노를 붙잡아 벽에 붙여 세웠다. 티노가 어둠 때문에 아무것도 보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티노, 넌 여기 있어. 위험하다.”

“예.”

생각보다 씨드가 금방 끊겼다. 빨라도 티노와 테이슨 둘이서 감옥에 도착한 뒤 티노가 조명을 보고 있을 무렵에 끊길 줄 알았는데 말이다. 수도의 무기 제작 공방이 램의 공방보다 더 활성화되어 있을 것을 감안해서 계산했지만, 이곳 공방은 티노의 예상 범위보다 더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모양이다.

문이 막 열렸을 때 씨드가 나간 것은 우연이지만 이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현재로선 알 수가 없었다. 문이 개방된 상태로 멈춘 것은 좋지만 그 때문에 테이슨에다가 엘리까지도 경각심이 올라가 버렸으니 말이다.

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티노는 고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했다. 감옥 안에 이상이 없는 것을 알면 테이슨은 열려 있는 입구를 지키기 위해 다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전투가 발생한다면 밀폐된 감옥 안보다는 입구가 좁은 이곳이 더 효율적일 테니. 그럴 때 티노가 옆에 있어 봐야 방해만 될 테니 자연스럽게 지하로 들어간다. 그리고…….

티노의 생각이 제대로 정리되기 전에 밖에서 간수들의 경악성이 들려왔다. 그들은 테이슨과 엘리를 찾고 있었다. 마침 테이슨이 티노의 짐작대로 문 앞을 지키기 위해 돌아왔다. 비슷하게 비상용 어스듐을 확인하러 간 엘리도 돌아왔다.

“이상 없었어. 어스듐 라인 쪽이 문제가 생긴 거 아닐까?”

“지금껏 비상용 어스듐이 있는 곳까지 피해가 닿은 적은 없었다. 고의적으로 이곳을 노렸을 가능성이 높……!”

티노에게는 다행스럽게도 테이슨의 말은 간수들의 비명 같은 외침에 끊겼다.

“엘리 경! 테이슨 경! 당장 나와 보십시오! 왕성이……!”

“……!”

“……!”

“……?!”

이번엔 티노를 포함하여 셋 다 놀랐다. 테이슨은 더 말할 것 없이 티노의 손목을 움켜쥐고 백팩을 가동해 날듯이 달려 나갔다. 엘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에겐 플로레스라 한 명보다도 국왕의 안위가 중요했던 것이다.

간수들의 소란스러운 외침을 좇아 건물 밖으로 나온 세 사람은 또다시 놀라서 우두커니 서 버렸다.

모든 것이 어둠에 묻혀 있었다. 그들의 시야에 닿는 곳 어디에도 빛이 없었다. 번화가와 떨어져 있었음에도 수도가 혼란 속에서 웅성거리고 있다는 것이 공기로 느껴졌다. 왕성마저도 어둠에 잠겨 어떤 빛도 내지 않았다.

“왕성으로 간다!”

엘리가 이를 갈듯이 내뱉고 앞장서 달렸다. 테이슨은 신음을 흘리며 티노를 돌아봤다. 티노 역시 놀란 얼굴로 사방을 둘러보다가 테이슨을 보았다. 테이슨이 티노에게만 닿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쪽지에 써 있던 어둠은 이것을 말한 것인 모양이다. 우리가 너무 상대를 과소평가한 것 같다.”

“관계가 있다는 증거는 없어요.”

“그래…….”

테이슨은 쓰게 웃으며 돌아섰다.

“넌 이곳에 있어라. 씨드가 돌아오면 공방으로 돌아가.”

“걱정 마세요.”

테이슨은 앞서 달려간 엘리의 뒤를 쫓아 사라졌다.

남겨진 티노는 다시 한 번 사방을 둘러보았다. 확실하진 않지만 수도 전체의 씨드가 끊긴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비상용 어스듐 라인이 있는 곳들마저 전부. 심지어 왕성까지 포함해서.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수도 전역에 도둑 회로를 심어 놓은 자가 드디어 일을 크게 벌였다고 생각하기엔 비상용 어스듐 라인이 있는 곳들까지도 잠식당했다는 것이 걸린다. 게다가 왕성까지……!

‘하지만 나로선 하늘이 도운 셈이군.’

티노는 씨익 웃으며 돌아섰다. 건물 밖에는 간부들을 비롯한 감옥의 직원들이 쏟아져 나와 소란스러웠다. 그 틈에 안으로 들어가는 건 일도 아니었다. 게다가 특급감옥으로 가는 문은 열려 있는 것이다! 고글의 야간경 기능을 켠 뒤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 안으로 달려갔다.

사실 티노도 이런 식으로 일을 벌이고 싶었다. 아무리 테이슨이 문을 지키고 있고 티노 혼자 감옥 안에 들어가 있다 해도 테이슨의 이목을 완전히 숨길 수 있으리란 보장은 없으니까. 가장 안전한 방법은 친위대에게 가장 중요한 왕성을 끌어들여서 테이슨까지도 따돌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왕성의 어스듐 라인까지 건드리기엔 시간과 실력이 압도적으로 부족했다. 감옥의 비상용 어스듐 라인을 찾아내는 데도 시간이 걸렸으니까. 한가하게 다른 것들을 찾고 있을 시간 따윈 없었다. 그러는 동안 아르카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것이다.

좀 전에 기억해 뒀던 길을 되짚어 간 티노는 곧 활짝 열려 있는 철문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아래로 망설임 없이 내려갔다. 현재 이 안에 갇혀 있는 자는 아르카뿐이라는 걸 들었기 때문이다.

신승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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