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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영주 만들기] 7화

최강 영주 만들기 표지
최강 영주 만들기 표지
[데일리게임]
7. 책임.

사실 이런 거창한 출정식도 필요 없는 것이었지만 영주님의 친정이었으니 화려한 모습으로 출정을 시작했다.

“…….”

하지만 아주 사소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을 강해는 뒤늦게 깨달을 수 있었다.

‘나 말 못 타지…….’

특별히 영주의 말로 끌려온 놈은 다른 말들에 비해서 우람하고 강인해 보이는 녀석이었다.

당연히 어지간한 녀석 따위는 눈에도 안 찰 녀석이었으니 말을 한 번도 타보지 못한 애송이가 자신의 등에 올라타는 것을 인정할 리가 없었다.

그것이 설령 성의 모든 것들의 지배자이자 주인이라고 하는 영주라고 할지라도 말이었다.

‘이거 어쩌지?’

영주가 말도 못 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얼굴도 못 들고 다닐 터였다.

‘그냥 몸이 아프다고 하고 오늘은 그냥 너희들끼리 가서 해치우라고 할까? 고작 7등급짜리 몬스터들이면 지금 병력으로 그냥 쓸어버릴 수 있을 테니. 별로 볼 것도 없을 테지.’

강해는 자기 합리화를 하며 왠지 모르게 자신의 등에 타면 죽여 버릴 것이라며 노려보는 흰 백마의 시선에서 천천히 고개를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궁하면 통한다고 했고 영주의 고난을 충직한 신하들이 그냥 보아 넘길 리는 없었다.

“영주님!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본래 귀족들이 플레이트 메일을 입으시면 시종의 도움을 받아 올라가야 하는 법인데 무엄하게도 시종이 늦는 것 같사옵니다. 시종은 제가 따로 교육을 시킬 터이니 노여워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어? 헤로스?”

잘생긴 미남자였지만 헤로스는 무척이나 정중한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서는 커다란 백마의 목 줄기를 잡고서는 스치듯이 백마의 귀에 자신의 입을 가져다 댔다.

강해는 헤로스가 백마에게 무슨 말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백마의 몸이 부르르 떨리는 것은 볼 수 있었다.

‘뭐야? 말하고 말을 하는 거야? 희한한 능력일세.’

강해도 바보가 아닌 이상 헤로스가 백마에게 협박을 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렇게 헤로스의 도움을 받아 백마의 등에 올라탄 강해는 헤로스가 자신의 바로 옆에 붙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영주님의 근접 경호는 내가 직접 할 것이니 외각을 책임지거라.”

“예! 헤로스 님!”

헤로스도 강해가 소유한 최강의 영웅 중에 한 명이었다.

물론 헤로스나 라이칸드 그리고 엘리세가 직접 싸우는 모습을 보지 못했기에 그들이 얼마나 강한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 길이 없었다.

“흐음! 그렇구나. 미안하지만 영주님을 잘 부탁해.”

히이잉!

거기에 더해 엘프인 엘리세가 미소를 지으며 백마의 머리를 쓰다듬자 백마는 완전히 포기를 한 것인지 순순히 강해의 지시에 따랐다.

―영주님 땅바닥에 떨어뜨리는 날이 네놈 제삿날인 줄 알아라. 갈기갈기 찢어 죽여 버릴 테니까.―

부르르.

동물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엘프이기에 엘리세는 헤로스보다 더욱더 강해의 백마에게 효율적인 협박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강해는 첫 경험을 무사히 치르며 성 밖으로 나갈 때까지 가장 선두에 서서 수많은 영지민들의 환호를 받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성이 크네.”

영주성을 중심으로 내성과 외성이 존재하는데 내성에는 영지의 주요 관공서와 특수시설들이 위치해 있었고 외성에 영지민들이 살고 있었다.

그 외성의 너머에 거대하면서도 비옥한 농지와 철광산 및 미스릴 광산이 위치해 있었고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숲에서 목재를 얻고 있었다.

물론 인구가 워낙에 많다 보니 외성 너머에도 영지민들이 작은 마을들을 형성하며 살고 있었다.

물론 몬스터들의 접근으로 저녁때는 외성 내로 피난을 오게 되었지만 낮에는 병사들이 파견되어 몬스터들로부터 영지민들을 지켜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으로는 몬스터에 대한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는 법이었기에 대규모 몬스터 사냥은 영지민들에게 있어서 대단히 환영 받는 일이었다.

“몬스터들이 있다는 곳은 어디야? 그나저나 뭐가 성 벗어나는 것에만 온종일 걸려?”

워낙에 대규모 병력들이 움직이는 것인 데다가 강해를 땅바닥에 떨어트리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움직인다고 이동이 그다지 빠를 수가 없었다.

거기에다가 영주성의 크기가 어마어마하게 컸기에 영주성에서 외성까지 이동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 것이었다.

게임에서의 몇 분 몇 초면 끝날 전쟁과는 달리 현실에서의 전쟁은 특히나 중세의 전쟁은 몇 달 몇 년이 걸리는 생각보다는 지루한 공방전의 나날이었다.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단시간에 결판이 나는 것도 아니었고 전투가 며칠씩 걸리는 데다가 전투가 끝나고 추격전에만도 일주일 이상씩 걸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렇게 성에서 병력이 빠져나오는 것에만 하루가 걸렸고 병사들은 익숙하게 지휘관들의 지시에 따라 막사를 건설하고 있었다.

“영주님! 오늘은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내일 몬스터들이 있는 곳을 향해 이동을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뭐? 아니! 저기 우리 성 있는데?”

강해로서는 기가 막혔지만 출정식을 하고 선발대가 이미 외성 밖의 주둔지에 영주와 지휘부의 막사를 건설해 놓은 상태였다.

성에서 빠져나오는 병력들도 하나둘씩 지정되어 있는 자신의 주둔지에 막사를 치고 있었다.

당연히 강해의 막사가 가장 중앙에 있고 그 밖으로 겹겹이 방어진이 쳐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만일의 일에 대비해서 퇴로를 확보하고 있었다.

일반인이나 다를 바가 없는 강해와는 달리 강해의 군대는 무수한 전쟁과 전술 연구에 의해 정예군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결국 그렇게 자신을 위해 세워진 막사에서 저녁을 먹고 차까지 한 잔 마신 강해는 아무런 할 일 없는 막사에 혼자 있는 것이 지루해져서는 주변 산책이나 할 겸 해서 막사의 밖으로 나왔다.

“흐음! 쌀쌀하네.”

밤공기는 생각보다 쌀쌀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의 탁한 공기와는 달리 머리가 맑아지는 듯한 깨끗한 공기에 춥다는 느낌보다는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강해는 자신의 움직임에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호위를 보면서도 딱히 그게 귀찮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자신을 호위하는 이들도 무척이나 익숙한 것인지 자신의 산책을 전혀 방해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건 좋네. 영화나 드라마처럼 경호원들이 호위하겠답시고 아주 움직이지도 못하게 하지는 않으니까 말이야. 그나저나 공기가 깨끗해서 그런지 별들도 잘 보이네.”

강해는 도무지 게임 속의 세계 같지 않은 생생한 느낌에 수없이 많이 보이는 하늘의 별을 바라보았다.

“…….”

며칠 동안은 정말이지 정신없이 보낸 강해였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조차 할 수 없었고 당연히 이렇게 혼자 생각을 정리할 여력조차 없었다.

별다른 충격 없이 지금의 상황을 적응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어차피 돌아가도 날 반겨 주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강해는 그냥 이 게임 속에 산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오히려 현실과는 달리 엄청난 대우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현실이었다면 그냥 폐인에 은둔형 외톨이일 뿐이었다.

지금처럼 수많은 대군을 거느리고 상상도 못할 거대한 성의 영주로 지낼 수는 없을 터였다.

물론 이것이 현실이 아닌 꿈이라고 한다면 꿈에서 깨었을 때의 상실감은 상상해 보지 않아도 끔찍할 것이었다.

“아니! 꿈이면 어때? 결국 사람은 죽게 되어 있는데. 죽기 전까지 즐기다 가면 되는 거잖아. 바보같이 일만 하고 그렇게 희생만 하다가 갈 필요는…….”

강해는 눈물이 나왔다.

아픈 기억을 잊기 위해 게임에 매달렸다.

무언가에 몰두하지 않으면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고 그 덕분에 밤에 조용히 잠을 잘 수 없는 불면증에 걸려 버렸다.

킹덤 언더 워를 하면서도 계속 전쟁을 하고 바쁘게 무언가를 조작한 이유도 가만히 있으면 못 견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아르메니아 대륙으로 넘어온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뭐라도 사건 사고를 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다.

그것이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힘들어?”

강해의 말에 강해를 호위하고 있던 친위대 기사가 몸을 움찔 떨었다.

강해가 말을 걸기 전에는 절대 말을 해서는 안 되기에 강해의 혼잣말인지 아니면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를 빨리 알아차려야만 했다.

“힘드냐고?”

“죄송합니다! 영주님! 아닙니다.”

거듭 물어오는 강해에 자신이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안 기사는 급히 사과를 하며 대답을 했다.

“왜? 내 명령만 아니었으면 지금쯤 편히 집에서 쉬고 있었을 텐데.”

안토니오는 영주의 질문에 대한 의도에 머리가 터져 버릴 듯했지만 이내 강해의 표정을 보고서는 강해가 결코 장난을 치려는 의도가 없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주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을 할 수는 없었기에 뭐라 대답을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영주님을 기다리게 할 수도 없었다.

“영주님 말씀처럼 지금쯤 다들 집에서 편히 쉬고 있었을 겁니다.”

“…….”

강해는 안토니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대답에도 딱히 화는 나지 않았다. 사실이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직 영주로서의 권위주의가 강하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게임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대면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보면 게임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인간으로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영주님께 충성을 맹세하고 목숨을 맡긴 것은 영주님께서 저희뿐만 아니라 영지민들을 영주님께서 사랑으로 보호하시기 때문입니다. 그 영지민들 중에는 저희의 가족과 친구들이 포함되겠지요. 영주님의 명령 하나하나가 다 영지를 위한 일이고 영지민들을 위한 일이라는 것을 저희는 잘 알고 있기에 저희는 힘들어도 영주님만을 따를 것입니다. 설령 영주님께서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라고 할지라도 말입니다.”

“멍청한 소리!”

강해의 화가 난 말투에 안토니오는 무릎을 꿇으며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주제넘은 말을 했습니다.”

안토니오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던 친위대 기사들 모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언제든 강해 정도는 목을 썰어 버릴 무력을 가진 이들이었지만 반항이나 저항 따위는 애초부터 없다는 듯이 강해를 대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강해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지금껏 누군가의 인생과 삶을 책임졌던 적이 없었지만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고 있는 것이었다.

“누가 네놈들 따위 보고 불구덩이에 뛰어들라고 했나.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아서 나를 지켜야 할 거 아니냐! 영지의 모든 것은 영주의 것이라며. 그러니 네놈들이 죽는 것은 내 재산이 사라지는 것! 절대 한 놈도 죽지 마라. 단 한 놈도!”

강해는 자신의 것이 불타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견딜 수 없었다.

내 것이라면 두 손에 움켜쥔 채로 절대 놓을 생각이 없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지금이라도 죽을 각오가 되어 있다는 친위대 기사들의 말에 화가 나는 것이었다.

비록 며칠 되지는 않았지만 하나둘씩 자신을 호위하는 친위대의 기사들의 얼굴이 눈에 익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얼굴은 모르지만 자신의 영지민들에 대해서도 불의의 사고로 인해 죽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대답을 못 하겠다는 것이냐? 내 허락 없이는 결코 죽지 말라는 내 명령을!”

“아닙니다. 저희의 목숨은 영주님의 것입니다. 영주님께서 죽지 말라고 하시면 절대 죽지 않겠습니다.”

친위대 기사들의 말에 그제야 강해는 화가 난 표정을 풀고서는 몸을 돌려 자신의 막사로 향했다.

자신이 이렇게 산책을 하는 것도 자신의 호위를 하는 친위대 기사들의 휴식 시간을 빼앗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었다.

“그만 들어가 쉬어라. 피곤하다고 내일 비실거리지 말고.”

강해의 그런 행동에 당황한 것은 오히려 기사들이었다.

몇 날 며칠을 계속 전투를 벌이는 기사들에게 있어서 피곤하다고 자신들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었지만 영주가 자신들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충격이었다.

영주는 자신들과는 다른 고귀한 것이었고 자신들과 같은 하찮은 것들과는 엄연히 차이가 있었다.

결코 넘볼 수 없는 그런 존재가 자신들 하나하나를 걱정해 주고 있는 것이었다.

중세.

아니 킹덤 언더 워의 존재들의 가치관은 현대와는 엄연히 차이가 있었다.

오직 성의 발전과 영주의 영광을 위해 하나의 부품과 같은 역할만을 하던 병사들이었다.

그에 대한 항명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고 끝없는 충성과 복종만이 필요했다.

그렇게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는 이들이 강해의 군대였다.

마치 하나의 믿음을 광신하는 광신도처럼…….

“여…… 영주님. 감사합니다.”

하지만 성이 현실화되면서 영주민들과 병사들은 자유의지를 가진 생명체가 되었고 무조건적인 충성과 복종이라는 제약이 금이 가기 시작했다.

박천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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