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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의 루프] 8화

무한의 루프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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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게임] 8. 험난한 게임 인생

사각! 사각!

강우는 자신의 옆에서 사과를 깎고 있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한사코 자신은 괜찮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강우는 병실에 입원을 해야만 했다.

물론 강우를 진찰한 의사 선생님이 전혀 이상이 없다고 했지만 놀란 가슴의 강우의 부모님들은 절대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강우는 입에서 피를 쏟아내다시피 하며 피 웅덩이에서 쓰러져 있었다.

그런 강우가 전혀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믿어 줄 수 있을 리 없었다.

결국 이런저런 검사를 위해 입원하기로 했다.

“어디 몸은 안 아프고?”

“아! 예! 전혀 이상 없어요. 그냥 집에 가면 안 돼요?”

“절대 안 돼!”

강우는 단호박 같은 자신의 어머니에 한숨이 나왔다.

물론 강우도 자신이 죽기 직전까지 갔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운 좋게도 능력 흡수에 성공을 해서 다시 건강한 몸이 될 수 있었다.

지금 정도라면 여타의 고등학생들 이상의 신체였다.

물론 초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력한 신체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몸살 정도로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정도는 아닐 터였다.

‘집에를 가야 게임을 해서 능력치를 올리든 말든 할 건데.’

병원에서 컴퓨터를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설령 할 수 있다고 해도 지금처럼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 어머니의 감시 때문에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상태창 오픈.”

강우는 나지막이 자신의 상태창을 열었다.

다행히 자신 이외의 사람은 그 누구도 상태창을 볼 수 없었기에 태연하게 열 수 있었다.

―이강우(Lv 9)

힘 : 21 민첩 : 11 지력 : 20 지혜 : 12

HP : 89 MP : 43

몸살 때의 충격 때문이었는지 지력과 지혜가 처음보다는 낮아진 상태였다.

다행히 힘과 민첩이 오르면서 HP가 영향을 받아 큰 폭으로 올라 있었다.

덕분에 덩달아 레벨이 9로 올라가 있었기에 강우는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기만 한 상태였기에 강우는 어떻게든 게임을 통해 능력치를 올려야만 했다.

지금과 같이 변동 폭이 큰 능력의 변화는 결코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전생에 마르스의 군대와 싸울 때도 어느 정도의 컨디션이나 몸 상태에 따라 능력치의 변동이 있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극단적인 변화는 없었다.

결국 일정 이상의 능력치를 쌓아야 이런 능력 변동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그래도 그때의 빈약한 몸에서 탈출한 것만 해도 다행이지.’

마치 난민같이 보잘것없는 몸매였던 강우는 환자복 속으로 제법 근육도 올라와 있는 몸을 볼 수 있었다.

얼굴도 보기 좋게 살집이 올라와 있었지만 부모님의 눈에는 여전히 쇄약해 보이시는지 이것저것 계속 강우의 입 속으로 무언가를 집어넣고 있었다.

“아! 그만요. 저 배불러요.”

“배가 부르긴 뭐가 불러. 이거 보렴. 아주 비쩍 곯아서 어쩜 좋니? 아들!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

배가 남산만 해져서 뚱보가 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드는 강우였지만 사실 지금의 상황을 꽤나 즐거워하고 있었다.

전생에선 속만 썩이다가 부모님과 여동생을 마르스의 괴물들에 의해 모두 잃었다.

그 후회스러운 감정이 죽는 그 순간까지 계속된 것은 당연했다.

그렇기에 지금의 가족과의 함께 하는 시간이 강우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하기만 했다.

‘이번에는 다를 거다.’

강우는 조급한 마음이 가득했지만 아직 시간은 충분했다.

적어도 자신의 가족이 위험에 처할 일은 더 이상 없을 터였다.

강우는 그렇다 다짐을 하며 자신의 상태창을 닫았다.

똑! 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강우에게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어? 지혜?”

강우는 자신의 짝인 지혜가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병실로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지혜 혼자가 아닌 반 친구들도 같이 들어왔지만 딱히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응? 아! 강우네 반 친구들인가 보구나. 어서 오렴.”

강우의 반 친구들이 문병을 오자 강우의 어머니인 김 여사님은 미소를 지은 채로 자리에 일어서 맞아 주셨다.

“어머! 니가 지혜니? 우리 강우가 그렇게 예쁜 짝이 있다고 하더니 정말 예쁘게 생겼구나.”

“엄마!”

강우는 김 여사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고함을 질렀다.

강우로서는 이제는 기억도 없는 일을 말하는 것이었다.

“가……감사합니다.”

지혜는 강우의 어머니의 말에 얼굴이 붉어지며 안절부절못했지만 그런 모습이 어머니의 눈에 더 귀여워 보이는 듯했다.

“그럼 친구들이랑 이야기 하고 있으렴. 나는 잠시 나갔다 올 테니까.”

분명 자리를 피해 준다는 의도 같았지만 누구 하나 뭐라고 하는 이는 없었다.

그렇게 강해의 어머니가 사라지고 나자 강우는 반 친구 하나가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며 말을 하는 것을 들어야했다.

“갑자기 입원했다고 해서 많이 아픈가 싶더니만 멀쩡하네.”

반 친구들의 눈에도 강우는 전혀 아파 보이지 않고 오히려 며칠 전보다 더 건강해 보일 정도였다.

“하하하! 뭐 그렇게 됐어.”

강우는 자신도 민망한지 친구들의 말에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대꾸를 했다.

그래도 환자라고 반 친구들은 이것저것 무언가를 가지고 온 것에 강우는 왠지 모르게 마음속이 꽉 들어차는 느낌이었다.

대부분의 친구들 모두 강우로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에 제대로 얼굴 한번 본 적이 없었다.

강우가 각성을 하고 난 뒤에도 그 친구들의 생사를 알 길이 없을 정도였기에 친구라는 것에 대한 감회는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문병을 온 친구들의 모습에 강우는 왠지 모르게 코끝이 찡해짐을 느꼈다.

분명 강우도 각성을 하지 못했다면 반항조차 하지 못한 채로 마르스의 괴물들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를 당했을 운명일 터였다.

그리고 결국 강우가 각성을 해도 막을 수 없었기에 이토록 소중한 생명들이 너무나도 쉽게 꺼져 버렸다는 것에 안타까웠다.

“야! 그럼 우리 가 볼게. 반 대표로 해서 온 거라. 그리 오래 못 있는다. 빨리 나아서 학교 와.”

“그래. 빨리 나아서 학교에서 보자.”

“어! 그래. 고맙다.”

강우는 지금이 보충 수업 시간이란 것을 확인하고 담임이 몇몇 애들에게 자신을 문병 갔다 오라고 허락을 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중에 짝인 지혜가 오는 것은 당연했고 강우 자신과 별로 친한 사이도 아닌 반장이 온 것도 이해가 되었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었다.

강우는 환하게 웃으며 자신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돌아가는 반 친구들에 미소를 지었다.

“적응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쉽게 적응을 했네.”

괴물들이 날뛰고 동료들이 무수하게 죽어가는 세상에서 살다가 환생을 한 강우였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 끔찍했던 기억들이 떠오르고 있었기에 강우는 지금의 자신의 행동이 스스로도 잘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였다.

회귀 직전의 강우는 하루에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을 정도로 입을 다물고 지내왔었다.

아무튼 각종 검사 결과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의사 선생님의 소견에 강우는 퇴원을 할 수 있었다.

강우로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었지만 너무 놀란 강우의 부모님은 며칠을 더 집 안에서 누워 있으라고 성화셨다.

아들의 공부도 중요하지만 죽고 나면 아무런 소용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그렇게 강우는 학교를 얼마간 쉬는 것에는 만족을 하기는 했지만 그뿐이었다.

“안 돼!”

강우는 두 눈에 흙이 들어가도 안 된다고 하실 것 같은 어머니의 분노에 찬 목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물론 상대가 어머니만 아니었다면 강우는 부릅뜬 눈에 흙을 퍼부어 버렸을 터였다.

“예!”

마르스의 괴물들과의 전쟁에서 강우는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다.

오직 자신의 생각과 판단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했다.

그 어떤 이들의 조언도 말도 듣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강우는 자신을 향해 화를 내고 계신 어머니의 모습조차도 너무나도 기뻤다.

적어도 부모님과 여동생이 하는 말이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들어 주고 싶었다.

그렇게 강우가 순순히 대답을 하는 것에 강우의 어머니도 조금은 미안했는지 표정을 풀며 강우를 다독였다.

“다 니 몸 생각해서 그런 거니 너무 속상해하지 마라. 몸이 좀 풀리면 아버지께 말해서 일주일에 한 시간 정도는 시간 내 달라고 이 엄마가 말해 줄 테니까.”

“예! 어머니가 저 생각해서 그러시는 거 저도 잘 알아요.”

강우의 공손하고 착한 말투에 강우의 어머니는 만족스러운 듯이 미소 지으며 생각했다.

‘하긴 한번에 끊기는 어렵겠지. 조금씩, 조금씩 줄여 나가다 보면 좋아질 거야.’

강우가 몸이 허약해진 것이 하루 종일 게임만 해서라고 오해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강우는 방에 누워 하염없이 휴식만을 취해야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강우의 여동생이 오고 조금 더 뒤에 강우의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셨다.

평소였다면 좀 더 늦게나 집에 오셨을 테지만 피를 토하고 쓰러졌던 강우 때문에 빨리 오신 듯했다.

“몸은 괜찮니?”

걱정이 한가득한 아버지의 목소리에 강우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했다.

“예! 많이 좋아졌어요.”

강우는 지금의 시간이 너무나도 좋았다.

처음 회귀를 하고 가족을 보았을 때는 정말이지 정신이 없었지만 조금 여유를 가지게 되자 심장이라는 것이 뛰기 시작했다.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내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할 수만 있었다면…….’

강우는 신이 아니었다.

신을 죽일 수 있는 무력을 얻었던 강우였음에도 불구하고 신은 될 수 없었기에 더욱더 절망 속에서 살아야만 했다.

하지만 더 이상 빼앗길 생각이 없었다.

지금의 소중한 시간을 저 저주 받은 마르스에게서 빼앗기지 않을 생각이었다.

강우는 자신의 창문 밖에서 빛이 나는 화성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비록 그곳까지 닿을 수는 없지만 쏟아지는 괴물들 모두를 자신의 손으로 죽여 버릴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해져야만 했다.

그 모든 위험을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로 강해져야만 했다.

“후우! 하지만 일주일에 한 시간으로 어떻게 강해지라는 건지.”

문제는 주변 환경이 도와주지를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금의 강우는 평범한 고등학생 정도의 능력 밖에는 없는 상태였다.

박천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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