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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의 루프] 4화

무한의 루프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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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게임]
4. 재회귀

아프다.

온몸의 뼈가 전부 부서진 듯이 아팠다.

끔직한 충격에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강우는 자신이 왜 이런 고통을 느껴야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커다란 트럭이 강우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충돌을 했다.

강우는 겨우 회귀를 하자마자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야 하는 것이 너무나도 억울했다.

그렇게 점점 의식이 사라져 가는 순간 강우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다.

‘저승사자인가?’

강우는 이번에는 분명 저승사자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라고 생각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운 좋게도 환생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강우가 생각해도 너무나 억지였다.

그래도 강우는 정말이지 회귀를 해서 아무것도 해 보지도 못하고 죽는 것이 억울했다.

하지만 억울하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렇게 체념하며 자신의 완전한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들! 일어나! 아들!”

저승사자의 목소리가 왠지 모르게 무척이나 익숙했다.

그런데 왠지 이 상황이 어디선가 있었던 일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뭐지? 익숙하기는 한데…….’

익숙한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마치 자신이 금붕어 머리가 된 듯이 영 떠오르지 않았다.

“아들! 너 안 일어날래?”

“헉!”

강우는 잔득 화가 난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키고서는 멍하니 자신을 깨우는 사람을 보았다.

저승사자가 아닌 무척이나 눈에 익은 얼굴이었다.

아무리 머리가 멍청해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얼굴이었기에 강우는 그 존재를 불렀다.

“엄마?”

“그래! 니 엄마다! 빨리 일어나고 밥 먹어! 학교 늦겠다.”

강우는 멍하니 침대에 앉아서는 자신의 방을 두리번거렸다.

도무지 뭐가 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어렴풋이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앙골모아한테 죽은 거랑 분명 트럭에 치어 죽었을 텐데.”

강우는 자신이 회귀를 했다는 것을 알았고 또다시 죽어서는 말도 안 되게도 재회귀를 했다는 것도 알았다.

“상태창 오픈!”

―이강우 (LV 1)

힘: 4 민첩: 5 지력: 3

HP : 20

정말이지 참담할 정도로 낮은 능력치에 강우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분명 나는 이능력자야. 그리고 마르스의 군대와 싸우다가 앙골모아의 부활을 저지하지 못하고 죽었지. 그리고 어쩐 이유에서인지 회귀를 했는데 학교에서 집을 못 찾아서 길을 헤매다가 트럭에 치어 죽었단 말이지. 그래. 그렇게 다시 회귀를 했다. 거기까지는 이해했음.”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한 강우는 방을 나와서는 부모님과 여동생이 식탁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오빠! 눈곱 좀 때. 밥 먹는데 그런 얼굴로 앉아야겠어?”

“응? 어! 잠시만.”

강우는 여동생의 핀잔에 화장실로 달려가 세수를 하고서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고서는 곧바로 웃옷을 벗어 버렸다.

웃옷을 벗자 강우의 빈약한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내 몸 왜 이래? 나 이리 말라깽이였던가? 그럴 리가 없을 텐데.”

강우는 근육이라고는 찾아보려고 해야 찾아볼 수 없는 자신의 신체를 보며 연신 힘을 주어 보았다.

아무리 애를 써 보아야 근육의 변화 따위는 없었다.

“설마 그건가?”

강우는 자신의 몸의 변화가 어쩌면 자신의 이능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오빠! 똥 싸?”

강우는 자신의 여동생의 외침에 인상을 구기고서는 투덜거리며 화장실을 나왔다.

그런데 부모님과 여동생의 얼굴이 묘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점점 표정이 안쓰러운 듯이 변하는 것에 강우는 의아해하다가 자신이 옷을 입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큼! 오늘 저녁 삼겹살이라도 좀 사서 먹읍시다.”

“예! 알았어요.”

강우는 자신을 마치 기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난민을 보는 듯한 가족들의 시선에 표정을 구기며 옷을 급히 입었다.

“큼! 배고프면 이것저것 사 먹어라. 그리고 어디 아픈 건 아니지?”

“예.”

강우는 아버지에게서 용돈까지 받고서는 잠시 후에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리고 강우 자신을 따라 세라도 밖으로 나왔다.

세라는 뭔가 강우에게 말을 하려다가 한숨을 내쉬고서는 입을 열었다.

“오빠 나 먼저 간다!”

“어! 그래.”

여동생인 세라는 뭐가 그리도 급한 것인지 골목길을 빠져나가서는 달려가 버렸다.

강우 자신에 비해서 훨씬 건강해 보이고 활발해 보이는 세라였다.

공부도 제법 해서 전교에서 성적 상위권에 드는 아이로 부모님의 기대를 받고 있었다.

그에 반해 강우는 과연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난 것이 맞기는 한 것인지 만사가 다 의기소침했고 운동이나 공부 또한 그저 그랬다.

“아닌데.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분명 이 정도는 아니야. 기억은 나지 않지만…….”

강우는 인상을 구기며 자신이 그래도 평범한 정도는 된다고 생각하며 걷기 시작했다.

“아! 여긴 또 어디야!”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너무나도 생소한 길 한가운데 서 있게 되었다.

어제도 학교에서 집을 찾아가지 못 했기에 이번에도 집에서 학교를 찾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강우는 자신이 지독한 길치가 분명 아니라고 여겼다.

아무리 20년이 지났다고는 하지만 초등학교도 아니고 무려 자신의 고등학교 모교도 찾아가지 못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아니 사실 초등학교 모교도 못 찾아 가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기억력에 문제가 있음을 강우는 알 수 있었다.

“하아! 정말 그거인 거냐? 기가 막히네.”

강우는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학교를 가는 것을 포기해 버렸다.

힐끔!

문제는 집으로 되돌아가는 것도 쉽지 않아 보였다.

‘분명 죽으면 다시 회귀해서 집으로 갈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한데. 문제는 장담을 할 수 없다는 거지. 더욱이…….’

그 끔찍한 고통을 떠올린 강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죽는 그 순간의 고통은 강우로서도 도무지 참기 어려웠다.

그렇게 강우는 낯선 길거리를 두리번거리다가 자신이 원하는 간판을 보고서는 그 간판이 걸려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계단을 올라가 3층에 도착을 해서는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예쁜 대학생 누나가 미소를 지으며 맞이해 주었다.

“어서 오세요.”

강우는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아버지가 아침에 준 용돈을 꺼내며 안도했다.

“얼마죠?”

“시간당 1500원입니다.”

강우는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조금 의아해하면서 정액제를 물어 보았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

“요즘 가장 빨리 레벨 업 되는 게임 혹시 있나요?”

“예? 가장 빨리 레벨 업 되는 게임이요?”

“예! RPG 게임으로요. 능력치 빵빵하게 올려 주는 게임이요.”

강우는 최대한 자신의 상황을 완전히 바꿔놔야만 했다.

“응? 씨디?”

아르바이트생 누나에게 게임 CD를 받은 강우는 멍하니 그 CD를 바라보아야만 했다.

자신은 온라인 게임을 하려고 했는데 CD를 내놓는 것이었다.

‘뭐 상관은 없지만……. 그런데 지금 몇 년도이길래 CD야?’

자신의 기억에 CD는 정말이지 오래전의 물건이었다.

물론 CD 게임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소장용으로 CD로 만든 게임들이 있었고 나름 유통도 되고는 했다.

“일단 능력치부터 올리고 보자.”

강우는 결국 악마의 게임이라는 CD를 받아서는 컴퓨터에 넣고 게임에 접속을 했다.

강우는 게임에 접속을 하고서는 캐릭터를 선택하려다가 잠시 멈추었다.

“뭘로 해야 하지? 전사? 궁수? 아님 마법사?”

뭘 선택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능력이 결정이 될 것이었다.

마르스의 군대와 싸울 때 강우는 전사였다.

강력한 체력과 힘만 갖고 저돌적으로 돌진해서는 적을 분쇄하고 파괴해 버렸다.

강우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캐릭터를 선택했다.

“후우! 집에는 들어가야 할 거 아니야. 등굣길도 모르는 바보천치로 살 수는 없으니까.”

강우는 마법사를 선택했다.

지금 강우의 상태창의 지능은 정말이지 바닥이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아무것도 기억을 못하고 있었고 학교 수업도 이해를 하지 못한 것이었다.

물론 체력이나 힘도 형편없어서 차에 치이자마자 죽어 버렸다.

자신에게 돈을 빼앗은 양아치나 담임한테 맞았을 때도 과도하게 아팠던 이유가 그것이었다.

아마도 지금 강우의 체력 상태는 초등학생 정도나 될까 할 정도로 형편없는 상태였다.

문제는 전사의 지능 능력이 그리 높게 올라가지 않았기에 강우는 어쩔 수 없이 마법사를 선택했다.

“후우! 그럼 시작해 보자.”

강우는 마법사를 선택하고서는 마우스와 키보드를 이용해서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음! 아! 이렇게 움직이는 구나? 어? 스킬은 어떻게 사용했더라? 어? 왜 이래? 얼라? 또 죽었네.”

지금 강우의 지능이 너무 낮았다.

게임 캐릭터의 지능이 아니라 강우 자신의 기능이 낮다는 말이었다.

그 덕분에 초반에 무척이나 빠르게 성장을 할 수 있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형편없이 죽어나가며 레벨을 올린다기보다는 삽질을 하고 있었다.

그나마 죽어도 레벨 다운이 되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강우는 그렇게 일반적인 성장 속도보다 반도 되지 않는 속도로 성장을 했다.

“와! 레벨 업 했다. 지능 몰빵!”

“아! 그게 아니지! 체력도 조금은 올려 줘야지!”

“예?”

간혹 옆에 앉은 사람이 강우의 플레이에 답답하다는 듯이 참견을 했지만 강우의 플레이는 한결 같았다.

그렇게 어떻게 하면 그렇게 죽을 수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극적으로 죽어나가는 캐릭터를 보며 강우는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이 새끼 바보였구나.’

결국 옆 사람도 강우가 조금 모자란 아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인지 안타까워할 정도였다.

“내가 도와줄까?”

“아니요! 저 혼자 해야 하는 일이라서요.”

강우는 정중히 거절을 했다.

남의 도움을 받으면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강우는 그렇게 옆 사람도 안타까워할 정도로 힘들게 플레이를 하고 있을 때 귀가 아파오는 느낌을 받았다.

“이강우! 너 지금 뭐하니?”

“아아! 아아!”

강우는 자신의 귀를 잡아당기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허? 담임 샘?”

강우는 역시나 기억에 나지는 않았지만 어제 본 듯한 느낌의 남자에 혹시나 싶어서 외쳤다.

“그래 이놈의 자식아! 너 지금 뭐하는 짓이야!”

강우가 학교에 등교를 하지 않자 강우의 부모님과 통화를 하고서는 강우를 찾은 담임이었다.

혹시나 싶어서 학교 근처에 새로 생긴 PC방을 들렸는데 그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정말이지 기도 안 차는 상황이었지만 간도 큰 제자의 방황을 자신이 다스려 줘야만 했다.

“아무튼 너 이리 와!”

“아! 아! 잠시만요! 선생님! 잠시만요! 아!”

강우는 담임에게 끌려가며 화면에 보이는 자신이 힘들게 키운 캐릭터를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흡수! 흡수!”

“빨리 따라와! 이놈의 새끼! 넌 죽었어!”

강우는 손에서 살짝 빛이 났다가 사라졌다.

그러자 강우는 약간이나마 귀를 잡아당기는 통증이 사라짐을 느꼈지만 크게 차이는 없는 것에 눈물을 찔끔 흘려야만 했다.

‘하필! 마법사를 해 가지고!’

이제 와서 후회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었지만 강우는 그날 육체적으로 꽤나 고통을 느껴야만 했다.

박천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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