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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마 마스터] 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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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마 마스터 표지
[데일리게임]
“알겠다. 그럼 일단 계도조치로 마감하고, 같이 서류작성좀 하자. 그동한 한규는 문기랑 같이 어디서 놀고있어. 한시간정도면 끝날테니까, 밥사줄게.”

“지금 아홉시도 안됐어요. 열시에 점심먹는 사람이 어딨어요? 외상으로 달아놓을테니까, 얼렁 처리나 해줘요.”

한규가 투덜투덜, 성철이는 미안하다는 듯 손을 들어올리고는 유이와 함께 가림막 뒤쪽의 책상으로 갔다.

그사이 호열이 한규에게 말을 건다.

“한규 너도 샹그릴라 하고 있어?”

“아? 아, 네. 여기 문기도 같이에요. 저는 한큐, 문기는 문블레이드. 형은 이름 뭐에요?”

“아? 나는 레샤트. 지금 그로얀 왕국에서 두 번째로 레벨이 높아.”

그러고보니 이름을 몇번 들어본적 있는듯도 싶었다.

“너희는? 그로얀이야? 아니면 설마 케세린 공화국 돼지놈은 아니겠지?”

호열은 게임이야기가 나오니 살짝 흥분한 듯 했다.

“우리도 그로얀이에요.”

“그렇지?! 마탄총이나 증기골렘 이런건 전부 사도(邪道)야. 판타지라면 검과 마법이지!”

“하하하…….”

“너 일하러 안가냐?”

그때, 칸막이 너머에서 성철이 한마디 한다.

“부려먹을때는 언제고…….”

호열이 투덜거리며 한규와 문기에게 인사를 한다.

“혹시 게임안에서 만나게 되면 얘기 더 하자.”

“네, 알았어요.”

한시간 후, 한규와 문기는 유이와 함께 경찰서를 나왔다. 그녀는 나오는 내내 두 사람과 얼굴한번 마주치지 않았다. 그리고는 경찰서를 나서자마자 톡쏘듯 말했다.

“그럼 나는 갈게. 집으로 갈거니까 따라오지 마.”

“학교는?”

문기의 물음에 유이는 고개짓조차 없었다.

“야, 너 적당히 해둬. 누군 좋아서 이러고 있는줄 알아?”

“왜? 고맙다는 말이라도 해줄까? 내 친구로 이름을 올려줘서?”

등돌린채로 유이가 대꾸한다.

“너 우리 집이 건달일을 한다고 그러는거냐? 너희 아버지가 사채를 쓰고 건달에게 쫓긴다고?”

유이는 살짝 고개를 돌려 문기를 보았다. 비틀린 입술이다.

“착각하지 마. 네 이력따위에는 관심도 없으니까. 네가 특별히 싫은것도 아니야.”

“그럼…….”

“싫은건 너뿐만 아니야. 네 주위에 있는 것들 모두가 다 싫어하는것들이니까.”

말을 남기며 유이는 차도로 뛰어들어 택시를 잡았다. 한규와 문기가 그녀를 말릴 사이도 없이 택시는 저 멀리로 사라졌다.

문기가 어처구니 없어하는 얼굴로 그녀의 뒷모습을 쫓는 사이, 한규는 문기의 주위를 살폈다. 그녀가 말한, 주위의 것들이 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아, 진짜…….”

“야야 신경꺼라.”

“하여간 만날때마다 성질 박박 긁는다니까.”

“하하, 그것도 나름 대단하지 않냐? 태평 주식회사 사장님의 막내아드님 석문기의 성질을 긁는 여자애라니.”

“주식회사는 무슨…….”

문기는 투덜거리듯 중얼거리며 하늘을 보았다.

심호흡, 심호흡.

한규 말마따나 신경쓸게 뭐 있을까 싶었다. 스무살이나 먹어서 열여섯 여자애한테 화를 내는 것만으로도 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나저나 이제와 학교에 가려니 기분 참 그렇네.”

한규의 투덜거림에 문기가 어깨를 으쓱한다.

“그냥 제낄까?”

“안돼. 형이랑 약속했어. 학교는 제대로 다니기로. 게다가 나는 너랑 달리 불량은 아니야.”

“툭하면 빠지는 주제에…… 게다가, 오해할 소리 하네. 내가 무슨 불량이냐?”

“2년이나 꿀어놓고.”

“하여간 말은. 아무튼 우리도 택시 잡자.”

문기는 말을 마치며 길가로 가 택시를 잡아세웠다. 택시기사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으며 열시를 훌쩍 넘겨서야 두 사람은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2

점심시간, 빵몇개 사들고 옥상에 찾아든 한규와 문기의 귀에 유난히도 울리는 목소리가 있었다.

“진짜 재미있다니까. 너네들도 오베 시작하면 나랑 같이 하자. 내가 키워줄게.”

문기가 슬쩍 계단실 아래로 고개를 빼 보았다. 동그랗게 부어오른, 다른말로 살이 찐 학생 주위로 애들이 몇 모여있다. 한규도 뭐냐는 듯 아래쪽을 보았다.

“영석이아냐?”

한규의 작은 목소리에 문기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는애냐?”

“몰라? 저래뵈도 싸장 아드님이시다. 안산쪽에 제법 큰 공장도 있는 모양이던데?”

한규와 문기의 대화를 들었는지 영석가 고개를 들어올린다.

“한규…….”

“신경 안쓰니까 하던 얘기나 걔속 해.”

“어, 어. 시끄러우면 얘기 해 다른데 가서 놀테니까.”

“괜찮다니까.”

한규는 손까지 흔들어 하던일 하라는 듯 말하고는 다시 계단실 위로 몸을 넣었다.

영석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오픈 베타 시작하면 현질해서 장비 쫙 맞춰놓을거야. 광렙코스도 인터넷에서 다 알아뒀으니까 금방 키울수 있어. 너희도 부모님께 말해서 샹그릴라 플레이기만 사 둬.”

문기가 눈을 돌려 한규를 보았다.

“쟤들 샹그릴라 얘기 하는거 같은데? 근데 현질은 뭐고 광렙은 뭐냐?”

“현질은 아침에 말했던거 있잖아. 게임아이템 돈주고 사는거 말야. 그리고 광렙이야 말그대로 미친 듯 레벨올리는거지 뭐.”

“아, 그런거냐? 하여간 왜이리 외계어가 많아?”

“하루이틀이냐?”

“그나저나 정말 인기가 좋긴 한가보네. 너희 형 돈좀 벌겠다?”

문기의 말에 한규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번에 봉급 왕창 올랐다더라. 그동안 해둔 저금이랑 합쳐서 드디어 집한채 장만한다.”

“오, 그거 대단하다.”

“아파트 살 돈은 안되고, 그냥 작은 빌라지만 형도 참 고생했지. 전문대 졸업하자마자 취직해서 휴일도 없이 일했으니. 이제 슬슬 뒤로 물러나서 인생을 즐겼으면 좋겠는데.”

한규의 말에 문기가 웃는다.

“하하, 너네 형한테는 게임개발이 인생을 즐기는 최고의 방법인거 같던데? 완전히 워크홀릭아냐.”

“뭐 그렇긴 하다만. 그래도 서른넘어 여자친구 한번 못사귀어본건 문제가 있지 않아?”

“여자라…… 내가 하나 소개시켜줄까?”

문기의 말에 한규가 고개를 젓는다.

“아서라. 너희 아버지 회사 직원은 안돼.”

“결혼상대로는 몰라도 연애상대로는 괜찮아.”

“우리형이라면 뼛골까지 빨리고 버려질걸? 좀 더 한가해지면 선이나 보라고 해야지.”

“하긴, 한상이형한테는 그게 어울리겠다.”

문기는 말을 하며 한규의 어깨를 툭 쳤다.

“하여간 네 형생각 하는 마음은 정상이 아냐.”

한규는 입을 다물었다. 정상이 아닌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살아온 환경도 정상은 아니니, 정상이 아니라 해도 그리 이상할 것 없다.

한규가 말을 멈추자 영석의 목소리가 한결 크게 들린다.

“하여간 레벨이 전부야. 레벨이 낮으면 그냥 쓰레기라니까. 게임속에 그 많은 컨텐츠를 즐겨보지도 못하고, 특히 샹그릴라 같은 전쟁 게임에서는 렙이 낮으면 도움이 안돼. 켈드리안 산맥 근처에서는 전쟁이 활성화 될 예정이니까.”

문기가 다시 계단실 밖으로 고개를 불쑥 내밀었다.

“어, 나 6레벨인데 그럼 쓰레기냐?”

영석이 깜짝 놀라 고개를 든다.

“무, 문기 형…….”

영석은 당황해하며 어쩔줄을 몰라했다. 같이 이야기를 하던 애들도 흙빛이 되었다.

“그, 그게 아니고, 형도 샹그릴라를 하고 있었어요?”

한규가 다시 문기 곁으로 머리를 내민다.

“신경쓰지 마. 우리도 샹그릴라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형을 무시하려던건 아니에요. 그, 그냥 말이…….”

한규의 말을 듣고 영석이 하는 변명에 문기가 한마디 한다.

“나중에 게임에서 보면 한턱 쏴라. 샹그릴라 음식들 꽤 맛있더라.”

“예, 예, 형. 전 아키트리트 라는 캐릭터에요. 그로얀 왕국에.”

“오케이, 기억하고 있으마.”

한규는 문기가 그걸 기억할리 없으리라는걸 알았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자신도 문기도 학교에서는 붕 뜬 존재였으니까.

그로얀 왕국에 전역에 안내문이 걸려있다. 장님이 아닌이상 보지 않을수 없을 만큼 많은 수다.

“한큐, 이게 뭔말이냐?”

“문블레이드, 왔냐?”

밤 10시에 맞춰 잠을 잘 겸 게임에 들어온 나는 같은시간에 바로 곁에서 로그인한 문블레이드의 질문을 들어야 했다.

“오픈 베타 일정 잡혔나봐.”

―엘모아 여신의 축복을 받은 모든 이세계인들에게 전합니다. 여신께서는 지난 오랜 시간동안 모험가들이 샹그릴라를 위해 너무나도 큰 일을 해왔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십니다. 하지만 최근 생겨난 시공간 균열의 영향으로 어쩔수 없이 여러분들을 본래 세계로 돌려보내야 함을 통보하셨습니다. 샹그릴라의 사람들은 결코 당신들의 영웅적인 업적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겠지만, 모험가 여러분들의 방문을 기다리며 이곳에서 우리의 삶을 이어가겠습니다.

엘모아 신전의 사제장 엘그라프―

클로즈베타 종료합니다, 같은 안내문구가 아니라 제법 그럴듯하게 설정을 들고나왔다. 제작진이 얼마나 샹그릴라에 공을 들이고 있는지의 반증이기도 했다.

엘모아 여신이 캐릭터들을 원래세계로 돌려보내는 시간은 현실의 시간으로 닷새 후였다.

“아, 그럼 지금까지 키운거 전부 날아가는거지?”

문블레이드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그렇지.”

“쩝, 아쉽네.”

“하하, 뭐 우리야 몇레벨 안되니까, 금방 다시 키울수 있어.”

“그래도, 이곳 주민들과 팩션이 사라지지 않는건 다행이다. 3번가 시장골목에 다시 왔을 때 너 누구냐? 이런식으로 대하면 좀 섭섭할거 같아.”

나는 자신도 모르게 문블레이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오픈베타 테스트를 시작할때 JK소프트에서 팩션 리셋은 하지 않기로 한 모양이었다.

문블레이드는 검을 뽑아들었다. 뼈를 갈아서 간단한 마법을 건 검이었다. 검날의 길이만 1.2미터에 이르는 장검이다.

사실 레벨로는 6이었지만 문블레이드는 혼자서 10레벨 정도의 몬스터를 때려잡을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샹그릴라는 현실에서 가지고 있는 기술을 얼마간이나마 게임안으로 가져올 수 있었고, 그런 부분들이 도움이 되고 있었다.

물론, 현실의 고수라고 해서 꼭 게임안에서도 싸움을 잘하는 것은 아니었다. 현실의 운동치라 해도 게임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전투에 능숙해지기 쉬웠다.

그런 것이 바로 게임안에서 배울수 있는 스킬 들의 역할이다. 그로얀 성에서 초보자가 배울 수 있는 검술 같은 것을 손에 넣으면, 그 스킬에 따라 몸이 저절로 움직인다. 현실에서는 검도의 검자도 몰라도 이 안에서는 고수처럼 적을 베고 자를수 있는 것이다.

다만, 전투의 센스 같은 것은 역시 문블레이드처럼 현실의 ‘파이터’들이 유리한게 사실이다. 뭐, 게임을 해가면서 다른 사람들도 빠른 속도로 싸움의 감을 익혀가고 있을테지만.

이상혁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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