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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스킬] 7화

판타지스킬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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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게임] 제 7화

“유치해.”

“한심하군.”

“좀, 그렇네요.”

나의 말부터 시작해 하현이 짜증난다는 듯이 내뱉었다. 그리고 은호 역시 한심스럽다는 듯이 마스테마를 바라보며 말을 하자 가만히 듣고 있던 마스테마는 억울하다는 듯이 얼굴이 벌게져선 언성을 높였다.

“뭐야? 뭐가 유치해! 너희들이 한번 내 입장이 돼 봐라! 나는 후작이란 말이다. 마왕의 바로 아래인 후작! 그런데 그놈의 마왕 때문에 나는 이곳에 갇혀 지내다시피 한다고! 게다가 하급 녀석들까지 나를 우습게 알고 내 말을 무시하질 않아……. 뿌득! 마왕만 아니었으면 바로 소멸될 놈들이 감히 내게……! 으드드득!”

난 또 세계 정복을 위해 우리를 만든 거라 생각했는데 겨우 그거란 말이야?

억울해하며 씩씩거리는 마스테마를 향해 나는 뭐 그리 어려울 것 있냐는 식으로 툭 하니 하극상을 유도했다.

“뭐야, 후작이라면 마왕 바로 아래라며? 적당히 널 쫓아다니는 애들(?) 풀어서 죽이면 되는 거 아냐?”

맞아. 나 같으면 당장 부하 몇몇 꼬여서 반란을 일으키거나 독살을 시키든가 하겠다. 그게 싫으면 착한 척 아양 좀 떨어서 마왕을 아무도 없는 곳으로 부른 다음 방심하는 틈을 타, 스윽 등 뒤에서 칼로 찔러 죽이면 되는 거지.

그런 나의 생각을 읽었는지 마스테마는 콧김을 뿜어내며 재빨리 입을 열었다.

“흥! 그게 통했다면 내가 진작 했을 것이다.”

“……?”

“마왕에겐 아까 내가 도후에게 사용한 능력보다 더한 절대 권능이란 것이 있다. 그 옛날 힘만 세면 누구나 마왕이 되었던 시절, 계속되는 반란과 하극상으로 마계가 혼란스러워지자 마신계서 마계의 규율을 만드셨는데 그것이 바로 마왕의 절대 권능이었다. 아무리 마왕보다 힘이 세고 머리가 뛰어나다 하더라도 마왕의 명령이면 저절로 굴복할 수밖에 없는 저주스러운 능력이지.”

이를 갈며 설명해 주는 마스테마의 말에 나는 대충 짐작할 수가 있었다. 분명 마스테마는 자신의 힘이 마왕보다 세다고 말했던 것 같았다.

그 뭐시기 마왕이 될 수 있었는데 지금 마왕의 음모에 걸려 마왕이 못 되었다?

마왕이 못 된 것도 억울한데 자기만 보면 괴롭히고 약 올리며(이건 나의 생각) 사사건건 걸고넘어진다는 건가? 그리고 그 마왕 때문에 자기보다 낮은 하급 마족들마저 무시한다. 한마디로 마왕 때문에 마족들에게 따가 된 것?

“그럼 마왕이 죽으면 네가 마왕이 되는 거야?”

“아니. 새 후계자들이 태어난다. 마왕이 죽으면 네가 마왕이 되면 자연히 마왕의 후계자들이 태어나 마왕의 시험을 치르는데 그중 한 명이 다음의 마왕이 되는 것이다.”

“자신이 마왕이 되는 것도 아닌데 굳이 마왕을 죽여야 하나?”

하현의 말에 나도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마왕이 죽어 마스테마가 마왕이 된다면 마스테마의 음모에 수긍이 가지만 자신이 마왕이 되는 것도 아닌데 왜 굳이 마왕을 죽이려는 수고를 하는지 알 수 가 없었다. 그러다 마왕에게 걸리면 오히려 자신이 죽을 텐데 말이다.

하현의 말에 마스테마는 상관없다는 듯이 손을 저었다.

“흥! 그놈만 아니라면 된다. 오히려 새 마왕이 탄생되면 충성을 다해 보좌를 하겠어. 그리고 마왕이 죽게 되면 새 마왕이 태어나기까지 거의 몇 백 년이 된다. 그럴 경우 후작이 대신 마왕의 자리에 임시적으로 앉게 되지. 그래서 마왕의 힘이 닿지 않는 자들이 필요했다. 마족들이라면 마왕의 지배하에 있어 들통 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나의 힘이 들어간, 나의 명령만 듣는 키메라가 필요해서 너희들을 부르른 것이다. 애써서 완벽하고 아름다운 육체를 만들었는데 영혼이 없다면 움직이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렇다고 지능 없는 하급 몬스터의 영혼을 쓸 수는 없고.”

“그럼 마왕을 죽이기만 하면 우리에게 당신의 힘을 없애고 자유롭게 해 주겠다는 말인가?”

“그래.”

“좋아. 하지.”

하현이 마스테마의 조건을 듣고 하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현의 승낙에 나는 놀라 그를 막아 세웠다.

“하지만 하현, 마왕이 얼마나 센데! 우리 셋이서 어떻게 그 마왕을 죽일 수 있겠어?”

내가 하현을 막아서면 마왕에 대해 설명해 주려고 했다. 하현이 마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쉽게 생각한 듯싶었기 때문이었다.

“걱정하지 마라, 도후. 인간계로 마왕이 소환되면 인간계의 규율이 있어 어느 정도 규제로 힘이 약해지니까.”

급하게 마왕에 대해 설명하려 입을 열자 마스테마가 나서서 걱정하지 말라고 초를 친다.

으, 저놈의 사기꾼을 그냥!

“닥쳐! 이 빌어먹을 사기 마족! 내가 모를 줄 알아? 아무리 마왕의 힘이 약해진다 하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인간계의 몬스터들을 명령 하나로 다 부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를 줄 알아? 기본적인 능력 자체가 드래곤 급인데 그런 놈을 우리가 처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우리가 무슨 먼치킨인 줄 알아? 그나마 드래곤들이 있다면 어느 정도 먹히겠지만, 네가 아는 드래곤이 있냐, 우리가 드래곤을 아냐? 엘프 한 명과 인간 둘이서 마왕을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씩씩거리며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는 나를 보며 마스테마가 입을 다물었다. 그러곤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 눈을 굴리더니 다시 한번 손뼉을 치며 나를 가리켰다.

“우선 한 가지만 먼저 짚고 넘어가 주지. 도후, 넌 인간이 아니야.”

“뭐야?”

나는 반사적으로 저놈이 또 무슨 소릴 하려는 건가 도끼눈을 뜨며 부라렸다.

“넌 수익족이다.”

휘청―!

이건 또 자다가 웬 봉창 두드리는 소리?

왜 그걸 지금 말해 주는 거야? 내가 인간이 아니라고?

“허. 허. 허.”

멍청한 썩을 마족 마스테마의 말에 충격을 받은 나는 허탈한 웃음이 튀어나왔다.

아니, 웃음과 함께 온몸이 불처럼 이글이글 타올라 당장이라도 다시 저놈의 면상 앞으로 달려가 면상을 한 대 후려갈기고 싶은 충동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저지를까, 말까.

저지르려면 저놈이 명령을 내릴 수 없게 재빨리 입을 틀어막거나 말이 나오기 전에 한 대만이라도 때릴 수 있는 신속함이 승부다. 그리고 신속함 이전에 타이밍을 맞추는 게 관건!

머릿속으로 마스테마의 얼굴을 치기 위해 타이밍을 노리는 나와 달리 하현은 마스테마에게 수익족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졌다.

“그게 뭐지?”

“인간계에 있는 멸망한 종족 중 하나다. 천사 알지? 그 모습과 비슷한 종족이 천익족인데, 천익족은 하늘과 가까이 살고, 수익족은 바다에 가까이 사는 물의 날개를 지닌 종족이지. 유일하게 살아남았던 수익족 하나를 발견해 내가 데리고 왔는데, 뭐 나의 정체를 알고 자살해서 빈껍데기가 됐지만……. 아무튼 넌 인간이 아니니 그리 알고, 나머지는 네가 말한 대로 엘프와 인간이 맞다. 단 하현이 들어간 인간 쪽은 알아보니 마족과 혼혈이더군.”

“혼혈?”

“그게 가능해?”

하현의 몸이 마족과 혼혈이라는 말에 놀랐다.

마스테마도 혼혈이라는 것을 알고 꽤 놀랐었는지 우리에게 설명을 해 주면서도 내내 신기한 표정을 지었으니까 말이다.

“뭐, 나도 상당히 놀랐지. 이 인간의 조상이 예전에 마족과 계약을 하면서 마족의 힘을 부여받아 반 마족이 되었던 거더군. 게다가 그 마족이 뱀파이어계라서 아마 하현 네 몸이 약해지거나 강한 힘이 필요할 때 피를 먹고 싶은 충동을 느낄 거다. 미리 알아 둬서 나쁠 건 없지.”

“피를 마신다구요?”

은호의 질문에 마스테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원래 뱀파이어계는 몸이 약해지거나 더욱더 강한 힘이 필요할 때, 피를 마시면 회복이 빨라지고 힘이 세지는 특이 능력이 있는 종족이거든. 그 힘을 그대로 이어받았으니 당연히 피를 마시고 싶은 충동이 있을 거야.”

“…….”

“그럼…… 저는?”

혹시 자신도 이상 체질(?)인가 하는 두려움으로 은호가 겁을 먹고 마스테마에게 물어보았다. 은호의 걱정과는 반대로 마스테마는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저었다.

“아, 넌 육체가 엘프여서인지 면역 거부성이 강해 상당히 애를 먹었다. 덕분에 두 녀석과는 달리 평범해. 원래 육체가 정령사라서 넌 정령만 부리면 될 거다.”

“잠깐! 정령사라고 해도 영혼이 바뀌었는데 정령을 부릴 수 있는 거야?”

“당연하지. 우리 마족이 인간과 계약을 할 때는 영혼으로 계약을 맺지만 정령들은 다르다.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기운이란 것이 있다. 인간이 지니고 있는 속성이 무엇인지로 시작되어 그것이 어두운 쪽인지 밝은 쪽인지 나눠지고, 더욱더 세분화되면 정령만이 느낄 수 있는 향이 있다고 한다. 아무리 인간의 수가 많다고 해도 정령들은 그런 인간들을 구분해 낼 정도라고 하더군. 물론 간혹 가다 똑같은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고, 있다 해도 정령이 자신들만의 표시를 하니 문제없다고 한다.”

영혼이 바뀌어도 정령을 부릴 수 있다는 마스테마의 설명에 나는 이해가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은호는 영문을 몰라 그저 나와 마스테마를 번갈아 보고 있었지만, 뭐 그런 건 내가 차차 설명해 주면 되니까 넘어가자고.

휴, 어쨌든 녀석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거로군.

“질문은 끝인가? 인간 세계에서 일이 힘들면 내가 알아서 도와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그리고 마왕이라도 해도 영원불멸한 건 아니야. 과거 수많은 마왕들이 인간계로 소환당해 놀다가 영웅이랍시고 깐죽거리는 하찮은 인간들에게 죽은 경우도 꽤 있었으니까. 계획만 잘 짜면 돼.”

영웅이랍시고 깐죽거리는 하찮은……!

우리들이 그 인간들이라는 건 생각에도 없는 거냐? 이 무식한 무대포 무뇌아 썩을 마족아.

“어차피 우리가 싫다 해도 명령으로 시킬 거잖아.”

우리에게 걱정을 덜어(?) 주려는 듯이 말하는 마스테마의 말에 나는 심통이 나 불만을 던졌다. 솔직히 우리가 싫다고 해도 명령으로 할 게 뻔한 건 사실이니까 말이다.

“당연하지 않나?”

아 저 재수 없는 썩을 마족!

이를 가는 나를 말리려는 듯이 하현이 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마스테마에게 확인 차 입을 열었다.

“뭐, 좋은 싫든 마왕을 죽이면 자유를 준다는 것은 사실이겠지?”

“아아, 사실이다. 나의 영혼을 걸고 계약해도 좋다. 그리고 원하는 무엇이든 내가 할 수 있는 내에서 모든 걸 들어줄 의향도 있다.”

당장이라도 계약을 시행할 것 같은 포즈를 취하는 마스테마의 행동에 하현은 어깨를 으쓱하곤 우리들을 바라보았다.

“그럼 됐어. 너희들은?”

“하현이 하겠다면 난 상관없어.”

마지못해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별수 없잖아. 방법이 없는걸, 뭐.

“저도요.”

은호도 나의 말과 함께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모두 마스테마의 요구에 수긍하자 그는 신이 난 표정으로 재빨리 손뼉을 치며 시선을 집중시켰다.

“좋아. 그럼 빨리 진행하도록 하지. 설명하는 데만 벌써 반나절이 지나가다니. 우선 너희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챙겨 주겠다. 무기 정도는 서비스로 최고 좋은 것을 원하는 만큼 주지.”

“그런데, 마족.”

“내 이름은 마스테마다, 하현.”

“마스테마, 질문 하나만 더 하지.”

“성심껏 대답해 주지.”

우리가 군말 없이 하겠다는 것(어차피 안 하면 명령으로라도 하게 된다구!)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마스테마가 활짝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의 명령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어?”

활짝 웃는 마스테마의 얼굴 앞에서 하현이 슬쩍 질문을 던졌다.

“호오, 여차하면 나를 물겠다는 소린가?”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이 마스테마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뭐, 알아 둬서 나쁠 건 없잖아? 설마 우리 같은 키메라 따위에게 말할 수 없을 정도인 건가?”

어딘가 위협하는 듯한 마스테마의 웃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하현이 진한 미소를 지으며 빈정거렸다. 그런 하현의 대담함에 마스테마는 기분이 좋은지 웃음을 터뜨렸다.

“큭큭, 재미있는 인간이군. 말해 주지. 나의 명령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내가 죽거나, 아니면 나보다 힘이 세지면 나의 명령은 소용이 없지.”

“…….”

하현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서늘한 분위기 굳어 버린 나와 은호를 돌아보며 마스테마는 잔인한 미소를 짓다 이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너희들이 과연 이뤄 낼 수 있을까?”

제 3장 오늘부터 여자?

앞장서서 걸어가는 마스테마의 뒤를 쫓아간 곳은 기다란 복도가 있는 곳이었다.

아까 무기를 챙겨 주겠다는 말로 봐서는 무기 창고로 가는 것 같았다.

기다란 복도를 지나 그 끝에 다다르자 사람 두 명 높이의 커다란 문 하나가 굳게 닫혀 있었다.

마스테마는 문 앞에 서서 손잡이를 잡은 뒤 작게 중얼거렸다. 아마 잠금 주문을 해제하기 위해서 그런 듯싶었다.

나의 예상이 맞았는지 딸깍거리는 소리와 함께 마스테마가 살짝 손으로 밀자 열릴 것 같지 않아 보이던 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우선 너희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싸울 수 있는 무기겠지.”

문을 활짝 열며 마스테마가 한 발 먼저 들어가 우리에게 들어오라고 손을 까닥 움직였다.

우리 셋은 그의 뒤를 따라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우와―!”

“……!”

“굉장……!”

학교 운동장만큼이나 넓은 창고 안을 가득 메운 건 온통 무기들이었다.

창고 구석구석 부드러운 불을 밝혀 무기고임에도 전체적으로 따듯한 분위기였다.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창고 안의 무기들은 종류별로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다.

“최고의 무기들만 모은 것이다. 필요한 것을 골라 봐라.”

콧대를 세우며 마스테마가 자신 있는 말투로 자신의 컬렉션을 자랑했다.

“우와! 진짜 대단하다, 너.”

창고 안을 둘러보며 나는 솔직하게 감탄했다.

마스테마가 자신의 소장품을 보여 주며 잘난 척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무기들 하나하나가 한눈에도 엄청나게 값비싸 보였고, 장인(?)의 손길을 탄 듯 작은 문양도 세밀하고 정교했다. 마치 예술품울 전시해 놓은 듯한 무기와 그에 딸린 장식들은 그야말로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무엇보다 무기마다 박혀 있는 보석들! 진짜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묘한 빛이 눈부실 정도로 번쩍이는 게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무슨 재주로 이것들을 모았을까?!

나는 마스테마에게 부러운 눈길을 잔뜩 쏘아 주며 칭찬을 했다.

류현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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