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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나라] 13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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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나라 표지
웨에에엥!

귀청을 찢을 듯한 시끄러운 소음이 가득한 공장에 작업복 차림의 사내들이 둘러보고 있었다.

사내들은 마치 정치인들처럼 시찰을 나온 듯이 작업을 하는 것을 둘러보고 있었고 이 공장의 사장은 높으신 분들을 모시는 것 마냥 연신 허리를 숙이며 무언가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흘려대고 있었다.

“하루 2천 5백 개의 생산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철저한 품질 관리를 하며…….”

사장의 설명을 받는 남자 아니 강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시커먼 얼굴로 굵은 땀을 흘려 대는 노동자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네.”

“예?”

강민의 혼잣말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강민에게로 향했다.

아니 처음부터 강민에게 모든 신경이 곤두서 있었으니 강민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이 되어 있었다.

“나도 옛날에 이런 공장에서 일을 했거든요. 참! 그때 생각하면……. 여기 노동자들 월급은 얼마나 됩니까?”

강민 자신의 공장도 아니었으니 그 질문이 조금 난처한 감은 있었지만 원청을 쥐고 있는 것이 강민이었으니 사장은 철저하게 을의 입장이었다.

“예! 예! 직급마다 다 다르지만 대충 150만 원 정도 됩니다.”

“150만 원이요?”

강민은 위험한 공장에서 힘들게 일을 하고도 150만 원밖에 받지 못한다고 하니 혀를 내둘렀다.

그나마 IMF로 임금이 깎였을 터였으니 150만 원을 주는 것도 감지덕지하며 다니는 이들도 제법 있을 터였다.

‘150이라도 물가라도 안정되면 그리 어렵지는 않겠다지만 그래도 많이 부족하기는 부족하겠지.’

사실 이런 공장에서 정규직이라고 해서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직 비정규직이 완전히 도입이 된 것이 아니었으니 다들 자신이 회사 소속의 공장 노동자들이라 여기고 있었다.

“하루 몇 시간 정도 일을 합니까?”

“예! 주야 2교대입니다.”

“허! 그렇게 오랜 시간 일을 해서 피곤해서 어떻게 합니까?”

강민도 젊었을 때 주야 2교대 근무를 했었으니 나도 했는데 니들이라고 못하냐는 생각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 당시의 서러움과 배고픔을 아는지라 인상이 절로 찡그려졌다.

정말이지 해 보지 않으면 그 힘듦을 말로 설명을 하기란 어려웠다.

“8시간 3교대로 바꾸세요.”

“예? 아! 예!”

사장은 강민의 지시에 놀란 눈으로 강민을 바라보았지만 이내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원청의 임원의 헛기침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

“원청에서도 인건비 늘어나는 거 감안해서 단가 책정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지. 그리고 그런다고 월급을 낮추거나 하지는 말고 말입니다.”

“예!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

강민의 호통에 일에 열중하던 근로자들은 그제야 놀란 눈으로 강민을 바라보았다.

“사람이 중요한 겁니다, 사람이.”

오늘 높으신 분이 온다는 소식을 이미 들은 노동자들이었다.

하지만 그냥 쓱 구경만 하다가 갈 것이라고 생각을 했기에 괜히 귀찮기만 하겠거니 생각을 하다가 자신들의 근무 조건을 말 한마디에 바꿔 버리는 것에 놀라는 것이었다.

더욱이 나쁘게 변하는 것도 아니고 좋게 바뀐다니 싫어할 이가 없는 건 당연했다.

“모범 기업으로 선정되려면 직원들에 대한 근로 조건이나 근무 환경이 기준에 맞아야 한다는 거 사장님께서도 잘 아실 테고……. 응? 저 친구는 뭐야?”

강민은 사장에게서 설명을 듣다가 대충 파악이 되었다며 자신의 말을 하던 중에 한쪽 구석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을 보았다.

“예? 아! 예! 저 친구는 캄보디아에서 온 산업 연수생입니다.”

사장은 강민이 얼굴 피부색이 조금 까무잡잡한 남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대답을 했다.

산업 연수생들을 받아들이면서 공장을 돌리는 것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이루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IMF 이전 먹고살만 해지다 보니 힘들고 더러운 일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공장에 일손이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큰 공장 같은 경우는 그런 경우가 드물었지만 작은 공장의 경우는 간간이 외국인 노동자들이 하나둘씩 늘어 가고 있었다.

그렇게 산업 연수생이라는 설명에 강민의 얼굴이 다시 일그러졌다.

“아니! 한국 사람 일자리도 부족한 판국에 무슨 외국 놈을…….”

강민은 생각보다 고리타분했다.

아니 지독한 국수주의자였다.

아직 인권이라는 것이 그리 중요하게 생각되던 시기도 아니었기에 공장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구타하는 일이 빈번했고 외국인 노동자들도 그런 처우에 어디서 항변을 하지도 못하던 시기였다.

당장 동남아도 금융 위기로 나라 사정이 엉망이었으니 그나마 돈을 벌기 위해서 한국이나 일본 등 조금은 사정이 나은 곳으로 일하러 오는 것이었다.

그런 딱한 사정은 알고 있었지만 강민은 내 새끼가 더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내가 죽을 둥 살 둥 돈을 번 게 내 새끼 밥 한 그릇 더 먹이고 고기반찬 한 입 더 먹이려는 거지. 저딴 놈 먹고살게 해 주려는 게 아니야!’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고 하고 전 세계가 하나의 마을이 되어 간다고는 하지만 강민의 가치관은 아프리카의 난민보다 꽃동네의 아이들 목구멍으로 들어가는 따뜻한 밥 한 끼가 더 중요했다.

그렇게 전국의 고아원에 강민이 지원하는 지원금이 상당해서 어느 순간부터 외국으로 입양을 나가는 한국 고아들이 사라져 있는 상태였다.

본래는 정부나 외국의 입양자가 입양을 하며 돈을 주지만 외국으로 입양이 되는 입양자가 나오면 강민이 지원하던 지원금을 끊어 버리니 고아원들은 입양 자체를 중단해 버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고아들을 따로 모아 고등학교까지 가르치고 난 뒤에 강민과 연계된 공장이나 산업체로 의무 고용을 시켜 버리니 일정 나이가 되어 아무런 대책 없이 사회로 버려지는 아이들이 줄어들었다.

사실 그렇게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고아원의 아이들의 숫자는 2만 명이 되지 않는다.

정부 예산도 그런 고아원의 아이들에게 지원되는 것은 수백억 원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냥 국가에서 중소규모 공사 하나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아니 대한민국이 아무리 살기 힘들고 예산이 부족하다고 할지라도 그 정도는 의지의 문제였다.

문제는 그런 의지가 없기에 강민이 자신의 사채와 각 기업들에게 기부를 하라고 압력을 내리는 것이었다.

회장님들의 비자금 조성할 비용이라면 전국의 고아들이 안정되게 교육과 보살핌을 받고 추후 사회에 나왔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보탬이 되는 것이었다.

“일할 사람이 없으면 복지 제단 쪽에 문의를 해요, 문의를!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야! 대우만 조금 해 주고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일 잘하는데 뭔 말도 안 통하는 외국 놈들한테 일자리를 줘. 그리고 장애인들 고용은 하고 있어요?”

“아, 아니요. 죄, 죄송합니다.”

강민의 이마가 험악하게 찡그려지면 찡그려 질수록 공장의 사장의 몸은 위축되어 갔다.

“내수 시장을 살려야 해요! 내수 시장을! 그래야 이런 공장에서 만든 물건들을 우리 국민들이 사고 그럴 거 아니야! 그 간단한 걸 몰라.”

“예! 그렇습니다! 회장님! 말씀이 지당하십니다.”

“그럼요. 그렇고말고요.”

강민의 주변의 사람들도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을 새도 없이 강민의 말에 호응을 해야 했다.

노동자들이 아무리 외쳐 대도 사실 권력자의 말 한마디에 미치지 못하는 법이었다.

물론 이런 것 저런 것 다 들어주면 게을러진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권력자들이었고 강민도 어느 정도는 그것을 인정하고 있기는 했다.

사람을 믿지만 가장 믿지 못한 이가 사람이었다.

적당히 배가 고파야 일을 한다는 생각은 오랜 역사 속에 어느 정도는 증명된 사실이었고 사람을 고용하는 고용주들은 절실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강민은 한동안 뿌리 기업들을 돌아다니며 시찰에 나섰지만 사실상 근로 상황을 감찰하기 위해 두 눈을 부라리며 돌아다닌 것이었다.

그렇게 공장들을 돌아다니면서 강민은 재계 위원들과의 모임인 경제 총 연합회에 참석을 하며 위기 타개를 위한 회의에도 참석을 해야만 했다.

“노동 시장 유연화를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수요를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기업들의 재무 상황을 호전시키기 위해서는 고용비를 줄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미 일본에서 강민에 의해 비정규직을 통한 파견 업체들이 엄청난 숫자로 늘어나 있었다.

그 덕분에 일본의 기업들의 재무 상태가 호전이 되어 일본의 표면적인 경제 상황은 개선이 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강민이 반대를 하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생각은 오산이었다.

“일단 나는 반대합니다.”

“……!”

“……?”

강민의 반대에 다들 찬성을 표하기 위해 준비 중이던 경제 총 연합회의 회원들의 몸이 움찔거렸다.

다들 찬성을 한다고 해도 강민이 반대를 하면 그걸로 끝인 상황이었으니 강민이 대체 무슨 의도인 것인지 파악을 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만 했다.

“그동안 수출 위주로 경제를 돌리느라 내수 시장에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파견법이나 비정규직법을 도입한다면 내수 시장은 더 이상 가망이 없을 만큼 몰락하게 될 겁니다. 물론 오늘 내일이야 별문제는 없겠지만 앞으로 10년 뒤를 생각한다면 파견법은 대한민국의 국운을 쇠퇴하게 만드는 것에 일조를 하게 될 겁니다.”

강민이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어 갔다.

“하나만 묻지요. 다들 그 돈 모아서 죽을 때 싸들고 갈 겁니까? 기업가가 돈 버는 것이 가장 중요한 덕목인 것은 나도 부정하지 않겠는데 그래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우리도 조금은 양보를 하는 모습을 보입시다.”

뜻밖의 말이었는지 그와 사람들이 눈을 크게 치떴다. 강민은 사람들의 반응은 신경 쓰지 않고 제 할 말만 했다.

“어차피 주주들에게 배당도 잘 안 하는 국내 상황에서 그놈의 비자금하고 문어발 확장만 안 하면 돈 부족할 일도 없잖소. 뭔 숙원 사업이라고 이 사업 저 사업 다 하려고 하면서 빚을 왕창 만들어 놓은 거지 그것만 아니면 돈 부족할 일도 없지 않냐 이 말입니다.”

사업 확장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런 사업 확장을 통해 혁신을 만들어 내며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문제는 너무 방만하게 예측을 하고 확장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로 인한 손해를 국민들에게 떠넘기며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노동이나 지적 재산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고민을 해야 할 우선순위입니다. 뭐 나이도 어린놈이 건방지다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그러면 집에서 손주나 보며 여생을 보내세요. 이제 과거의 산업화 시대는 끝났고 여러분들의 역할도 끝이 났으니까.”

강민의 눈빛이 무척이나 매섭게 반짝였다.

절대 권력을 움켜쥐었으니 거침없이 마음껏 휘두르는 강민이었다.

이리저리 사정 봐주면서 눈치를 본다면 개혁은 결코 성공을 할 수 없었다.

폭군처럼 무자비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강민이 잡아먹힐 뿐이었다.

“아! 이제 내 시대도 끝이 났는가. 저런 어린놈에게 이런 꼴을 당해야 한다니.”

그런 강민의 행보에 수많은 재벌 1세대들은 충격을 먹고서는 결국 자신의 아들들에게 자신들의 권력을 넘겨주고서는 하나둘씩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 시작했다.

과거의 군사 정부 시절 권력을 등에 업고 사업을 확장해 나가던 이들이 물러나는 것이었다.

그 달콤한 권력을 놓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더 버텨 보아야 자식들까지 욕을 보일지 모르니 결국 강민에 굴복해 하나둘씩 물러나며 대한민국 대기업들은 빠르게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세대교체가 되며 다음 대 재벌 가문의 오너들은 강민에게 철저하게 고개를 숙이며 자신들의 지분을 보장받든지 강민과 싸워 가문 자체가 사라지는 것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

박천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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