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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 기획 동남아를 가다: 인니편⑤] 넷마블 인니 홍인화 대표 "언어보다 문화·현지화 중요"

이제는 동남아시아다. 세계의 변방으로만 여겨지던 동남아시아 지역은 적지 않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으며, 경제 성장과 함께 소비 수준이 급속도로 높아져 국제 무역에서 주요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드 마찰로 인한 중국의 '한한령'으로 인해 중국 진출길이 사실상 막힌 상황에서 한국 업체들에게 동남아시아 게임 시장은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데일리게임과 데일리e스포츠 창간 10주년 기획 '동남아를 가다' 코너를 통해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를 직접 방문, 생생한 현지 게임과 e스포츠 산업의 현황을 분석하고 미래에 대해 전망해보도록 하겠다. < 편집자주 >

인도네시아는 오랜 기간 한국산 온라인 게임이 인기를 끌어왔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시장이 모바일 위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중국이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고, 모바일 대응이 다소 늦었던 한국은 주도권을 서서히 내주고 있는 상황이다. 현지 모바일 게임 시장이 FPS와 AOS 장르로 양분되고 있는 상황에서 RPG 일변도의 한국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이런 상황에서 넷마블은 RPG로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정면승부를 벌이고 있다. 현지 법인을 5년 전 설립하고 꾸준히 신작을 출시하며 잠재력이 큰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인지도를 쌓고 있다. '모두의마블', '세븐나이츠', '마블 퓨처파이트' 등을 출시해 현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으며 최근에는 '리니지2 레볼루션'을 출시, 양대 마켓 매출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넷마블 인도네시아 법인을 4년째 이끌고 있는 홍인화 법인장을 자카르타 중심가에 위치한 넷마블 사무실에서 직접 만났다. '타이거'라는 영어 이름과 어울리는 제법 무서운 인상의 홍 대표지만 코스튬 플레이를 하거나 개인 방송을 통해 소통하는 친근한 이미지로 인도네시아 이용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홍 대표는 "인도네시아 현지 서비스를 하며 언어보다 문화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없도록 세심한 공을 들이고 있다"며 "인도네시아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AOS와 FPS 점유율이 높지만 RPG 시장을 개척해 성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홍인화 대표와의 일문일답.

넷마블 인도네시아 법인 홍인화 법인장
넷마블 인도네시아 법인 홍인화 법인장

Q 넷마블 인도네시아의 인적 구성에 대해 설명해달라.
A 한국인 직원은 나 포함 4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인도네시아 직원이다. 현지인 직원은 40명이 넘는 수준이다. 현지화 작업을 고려해 한국어를 전공한 인도네시아 직원을 많이 뽑았다. 언어 현지화뿐만 아니라 한국 PM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해 한국어 의사소통 능력에 중점을 뒀다.

Q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문화가 달라 겪는 어려움도 없지 않을 것 같다.
A 조직 문화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대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현지 문화와 부딪히는 부분은 분명 있다. 인도네시아인 직원들에게 한국 사람처럼 일하기를 바라기는 어렵다. 외국자본 법인은 현지인과 벽이 생기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는데, 그런 부분을 깨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서로 적응하고 있다. 서로 믿고 기다리는 시간이 있었고, 지금은 신뢰감 아래 함께 일하고 있다.

넷마블 인도네시아 법인 사무실 전경.
넷마블 인도네시아 법인 사무실 전경.

Q 인도네시아에 현지 법인을 둔 국내 게임업체가 많지 않다. 인도네시아를 선택한 이유는.
A 인도네시아의 가장 큰 장점은 큰 시장이다. 인구가 2억6000만 명이 넘는데 평균 연령도 낮은 젊은 국가다.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해 먼저 왔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어가 세계에서 사용 인구가 많기로 손꼽히는 언어다. 동양과 이슬람 문화가 만나는 문화 요충지이며, 문화 수용도가 높은 나라이기도 하다. 콘텐츠 비즈니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직접 진출 국가로 선정했다.

Q 최근 '리니지2 레볼루션'을 인도네시아 지역에 출시했다. 초반 반응은 어땠나.
A 양대 마켓 매출 1~2위를 오가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론칭 전 사전가입 이벤트를 우리처럼 대대적으로 한 곳은 없을 거다. 사전 예약 100만 명을 넘긴 것도 '레볼루션'이 처음일 거다. MMORPG다 보니 첫날 많은 이용자가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격차가 초반부터 벌어지면 안되니까. 초반에 집중한 덕분에 출시 다음날 바로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다. 1주일 내에 양대 마켓 매출 1위를 찍었는데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아마 가장 단기간에 기록한 것으로 알고 있다. '포켓몬GO'도 28일만에 매출 1위를 찍었는데 말이다.

Q 인도네시아 모바일 게임 시장이 AOS와 FPS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RPG로 올린 성과다.
A PC 시절에도 정통 MMORPG가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았는데 '레볼루션'은 놀라운 성과라고 생각한다. AOS가 인기 있는 시장이라고 AOS를 가져온다고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우리가 강점이 있는 RPG를 꾸준히 서비스해서 인도네시아 이용자들에게 인정받게 되면 그 뒤로는 RPG 절대강자로 군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코스튬플레이 의상이 사무실 구석에 전시돼 있다.
코스튬플레이 의상이 사무실 구석에 전시돼 있다.

Q 과거 '세븐나이츠' 캐릭터 코스튬 플레이로 유명세를 탔다. '레볼루션' 코스튬 플레이도 기대해도 되나.
A 고민이 많다. '세븐나이츠' 때는 캐주얼한 게임이니 이용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 했고, 어느 정도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레볼루션'은 정통 MMORPG라 조심스럽다. 직원들과 내부적으로 뭔가 해보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데 딱히 답이 떠오르지 않고 있다.

Q 인도네시아 게임시장에서 넷마블과 한국의 위상은 어느 정도 된다고 보는지.
A 한국 게임에 대해서는 이용자들이 PC 시절부터 많이 접했기 때문에 좋은 이미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이 모바일로 넘어오면서 중국 업체들이 물량공세를 펴고 있다. 게임 수도 많고 마케팅 물량도 상당하다. 한국 게임이 도전을 받는 상황이다. 이미 출시 게임 수는 많이 밀린다.

넷마블은 꾸준히 좋은 작품을 출시해 성과를 쌓아나가고 있다. 인도네시아 시장은 게임을 다운로드하는 과정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주위 추천이나 글로벌 흥행 여부가 큰 영향을 미치는데, 한국에서 좋은 성적을 낸 게임들은 인도네시아에서도 비교적 잘 통한다. 간담회에서 왜 이 게임을 다운했냐 물어보면 넷마블이 하면 기본적인 퀄리티는 나오니까 해볼만하다고 대답하더라. 일찌감치 들어와 직접 서비스 준비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현지 디바이스 보급 상황과 무선 네트워크 인프라가 국내와는 다를 것 같다.
A 표면적인 디바이스 스펙은 한국과 비교해도 많이 떨어지지 않는다. 옥타코어 1.4-1.5기가에 램 3~4기가 정도 중국산 200~300불 하는 스마트폰이 많이 쓰인다. 그런데 막상 게임을 플레이 해보면 성능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더라. 고민이 많다.

인터넷은 LTE가 서비스되면서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처음에는 속도도 느리고 불안정해서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크게 좋아졌다. 여전히 대용량 파일을 전송할 땐 밤에 걸어놓고 자야 하지만, 예전에는 USB나 외장하드에 데이터를 담아 국제 특송으로 배달해서 써야 하던 시절도 있었다. 다만 인터넷 서비스 가격은 아직 비싸다. 가정용 유선 인터넷이 5만 원 이상이다.

홍인화 넷마블 인도네시아 법인장
홍인화 넷마블 인도네시아 법인장

인도네시아는 인구도 많지만 섬도 많고 지역마다 언어나 문화가 조금씩 다르다.
A 지역별로 아예 다른 언어도 있다. 그래도 표준 인도네시아어만으로 큰 문제 없다. 가끔 게임의 맛을 살리기 위해 방언이나 외래어 표현을 살리는 정도다.

더 큰 문제는 문화적인 부분이다.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슬람 인구가 있지만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라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도 많다. 종교적인 요소가 게임에 들어갔을 때 갈등의 요소로 번질 수 있어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

문화적인 부분보다는 덜하지만 언어 현지화에 있어서도 인도네시아 서비스를 할 때 번역 에이전시를 쓰면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현지 한국어 전공자들을 뽑아서 현지화 팀을 운영하고 있고, 이용자들도 현지화에 대해 높게 평가하고 있다.

'레볼루션' 등 향후 오프라인 이벤트 개최 계획은 없나.
A 인도네시아 이용자들은 예전부터 오프라인 행사를 좋아한다. 콘텐츠적인 측면에서도 e스포츠 니즈도 많다. '레볼루션'도 RPG를 어떻게 론칭할 거냐 고민하며 이용자들 30대30 요새전을 쇼케이스 자리에서 진행했다. 500석 규모였는데 700명이 넘게 와, 서서 볼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향후에도 꾸준히 하고 싶지만 마케팅 비용이 상당해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해 진행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A 해외에 있다 보니 한국을 대표한다는 자세로 업무에 임하게 된다. 우리 게임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데일리게임과 데일리e스포츠 10주년을 축하한다. 해외에 있지만 국내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챙겨보고 있다. 앞으로도 좋은 기사 부탁 드린다.


자카르타=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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