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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 한국서 두 번 죽은 건담? 흑역사된 건담들

수많은 게임들이 플레이되는 과정에서 여러 일들이 벌어집니다. 게임 내 시스템, 오류 혹은 이용자들이 원인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은 게임 내외를 막론한 지대한 관심을 끌기도 합니다.

해서, 당시엔 유명했으나 시간에 묻혀 점차 사라져가는 에피소드들을 되돌아보는 '게임, 이런 것도 있다 뭐', 줄여서 '게.이.머'라는 코너를 마련해 지난 이야기들을 돌아보려 합니다.

'게.이.머'의 이번 시간에 다룰 이야기는 'SD건담캡슐파이터'와 'SD건담넥스트에볼루션'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이 게임들은 '건담'을 소재로한 PC 온라인 게임 중 최초로 국내에 출시된 타이틀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모두 서비스를 종료해 다시 만나보기는 힘들어졌는데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게.이.머] 한국서 두 번 죽은 건담? 흑역사된 건담들

◆이름이 비슷한데 같은 게임인가?

두 게임은 같은 개발사가 일본의 유명 IP '기동전사 건담'을 소재로 개발한 타이틀입니다. 일본에서 개발한게 아닌 한국의 개발팀이 반다이남코와의 계약으로 개발에 임했죠.

'SD건담캡슐파이터'는 넷마블이 서비스를 맡고 소프트맥스가 개발을 담당했는데요. 오리지날인 '기동전사 건담'부터 당시 최신 작품인 '모형전사 건프라빌더즈 비기닝 G'까지 거의 대부분의 작품에 등장하는 기체가 등장했습니다. 여기에다 외전격인 소설이나 설정으로만 존재하는 기체들까지도 인기가 있다면 추가시켜, 서비스 종료 시점에는 700여 대가 넘는 유닛이 구현돼 있었습니다.

이런 점들이 건담 매니아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게 했는데요.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타이틀에서 강조하고 있듯이 '캡슐'을 콘셉트로 한 점이었습니다. 조합식을 구해 기체를 만들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동전을 넣어 랜덤한 상품을 얻는 '캡슐 뽑기' 형식으로 얻을 수 있었습니다.

[게.이.머] 한국서 두 번 죽은 건담? 흑역사된 건담들

다른 게임에 대해 가장 큰 차별성을 가졌던 것은 물론 '건담'이라는 IP였겠지만 'SD건담캡슐파이터'의 이용자들은 대부분 찰진 타격감의 액션성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기존 FPS 및 TPS 게임에서 근접 무기는 실제 활용도가 크지 않았지만 이 게임에서만큼은 충분한 주무기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아예 근접무기만을 지닌 기체로도 맵에 따라 크게 활약할 수도 있었고요. 또한 원거리 무기도 게틀링건, 바주카, 산탄, 빔, 빔바주카, 빔게틀링건, 빔산탄, 유도미사일, 다발성유도미사일, 판넬(건담에 등장하는 다용도 공격 무기) 등도 상성에 맞춰 구현돼 있어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사랑 받을 수 있었던 요인이 됐습니다.

현란한 액션과 연출이 일품이었다
현란한 액션과 연출이 일품이었다

◆사랑받았던 이유는 액션성

'캡슐'을 소재로 한 만큼 출시 초반에는 조금 어린 이용자를 주 타겟층으로 했지만 다른 FPS 장르의 버니합이나 패스트줌 같은 각종 기술들이 보편화되며 보다 코어한 이용자를 타겟으로 삼게 됐습니다. 출시 당시 캐치프레이즈였던 '뽑고 모으고 즐기는 캐주얼 온라인 게임'이라는 말도 이후에는 점점 보이지 않게 되었죠.

'SD건담캡슐파이터'의 주요 기술로는 빠른 움직임으로 고정 오브젝트에 돌진하다 이동하면 잠시 동안 실제의 위치와 다른 위치로 표시되는 '위치렉', 다른 무기에서 근접 무기로 교체 모션이 나올 때 타이밍을 잘 맞춰 공격하면 후 딜레이를 없애 더 빠르게 많이 공격할 수 있었던 '칼스왑', 점프 착지 동작 등의 다른 움직임과 합쳐 원래보다 더 빠르게 스나이퍼의 줌을 활성화시키는 '순줌' 등 다양했습니다.

원작의 유명한 장면을 재현한 미션도 또 다른 재미
원작의 유명한 장면을 재현한 미션도 또 다른 재미

한 때는 PC방 순위 상위권에 랭크되기도 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는데요. OGN을 통해 게임 대회를 열기도 하는 등 나름의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러나 이 게임은 2007년 2월27일 출시된 이후 약 8년 3개월 만인 2015년 5월29일에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서비스 종료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공식적인 이유는 이용자가 줄어 더이상 국내 서비스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계약 연장을 하지 않았다는 게 공식적인 이유였고 업계에서는 반다이코리아와 소프트맥스의 계약 연장이 불발됐고, 넷마블 역시 이용자 감소로 서비스를 종료하기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게.이.머] 한국서 두 번 죽은 건담? 흑역사된 건담들

◆다시 건담 게임이 나오네? 개발사가 같다고?

[게.이.머] 한국서 두 번 죽은 건담? 흑역사된 건담들

'SD건담넥스트에볼루션'은 'SD건담캠슐파이터'가 아직 서비스를 진행하던 시점에 CBT를 진행했는데요. 동일한 '건담' IP를 활용해 개발된 게임이라 장르가 액션 TPS와 RPG로 크게 다름에도 자주 비교됐습니다.

특히 개발팀이 동일해 더욱 비교되는 일이 많았는데요. 소프트맥스 내에서 'SD건담캠슐파이터'를 개발했던 팀 트리니티가 독립해 트리니티게임즈로 사명을 바꾸고 자체 스튜디오를 차려, 반다이남코와 계약해 게임을 개발했기 때문입니다.

마을을 돌아다니며 퀘스트를 수주한다
마을을 돌아다니며 퀘스트를 수주한다

전작의 팬들은 기대반 우려반으로 'SD건담넥스트에볼루션'을 기다렸는데요. 기존 'SD건담캠슐파이터'에서 얻은 노하우를 녹여내 특장점을 살린 RPG라면 해볼만하다는 기대가 컸습니다. 게다가 정식 오픈에 즈음해 'SD건담캠슐파이터'가 서비스를 종료하며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죠.

하지만 정작 발표된 게임은 기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과도하게 굼뜬 움직임과 제대로 맞지도 않는 에임(조준선), 전작의 최대 장점인 액션성은 전혀 느끼지지 않는 타격감. 여기에 수많은 버그까지 산재해 오직 그래픽과 등장 컷씬 및 연출만이 발전한 것 같다는 평이 많았죠.

진화하지 못해 넥스트가 없었다
진화하지 못해 넥스트가 없었다

개발사 측도 분위기 반전을 위해 당초 업데이트 후순위에 있던 PVP 시스템을 먼저 업데이트했지만 결과는 참패. 몇 달간을 업데이트 내역 없이 방치된 뒤,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았습니다. 2015년 3월 CBT 이후 18개월만인 2016년 9월26일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 것이죠.

이렇게 두 '건담' 게임이 국내에서 서비스를 종료한 이후 새롭게 출시되는 건담 게임은 모두 일본에서 만들어졌거나 중국에서 만들어진 모바일게임만 보이고 있는데요. 최근 대만에서 'SD건담캡슐파이터'와 유사한 그래픽의 'SD건담' 게임을 서비스할 것이라는 소문이 들리자 이용자들간에 화제가 되기도 하는 등 아직도 이 게임을 잊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최근 원 개발사인 소프트맥스가 ESA에 매각된 후 게임 개발 사업에서 손을 뗐고, 이후 보유한 게임 IP를 모두 매각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는데요. 이 IP를 구매한 회사가 바로 정영원 전 소프트맥스 사장이 설립한 와이오제이였습니다. 와이오제이는 '주사위의 잔영', '포리프'(4Leaf), '테일즈위버', '젤리삐워즈', '드림체이서' 게임 IP 5종을 구매했는데요.

아쉽게도 'SD캡슐파이터' 등 '건담' 판권에 대한 소식은 소프트맥스(현 ESA), 트리니티게임즈 및 와이오제이 측에서도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국산 '건담 게임'을 만나는 것은 소원한 일이 될 것 같네요.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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