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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9주년 좌담] 크런치 모드 이대로 좋은가(上 )

[창간 9주년 좌담] 크런치 모드 이대로 좋은가(上 )
최근 게임업계 화두 중 하나로 '크런치 모드'가 떠오른 바 있습니다. 게임 출시를 앞둔 일정 기간의 고강도 집중 근무를 일컫는 크런치 모드는 게임업계에서 관례로 받아들여져 왔는데요. 한 개발사에서 유례 없이 긴 고강도 크런치 모드를 추진하면서 잡음이 불거졌고,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많은 논란을 야기한 바 있습니다.

게임업계는 크런치 모드 기간이 아니더라도 야근이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야근에 대해서는 회사 내 부서별로, 업무에 따라 입장이 다릅니다. 이에 데일리게임은 개발자, 퍼블리셔 사업담당, 중소 개발사 대표, 노동전문가를 모시고 좌담회를 진행했습니다. 크런치 모드를 비롯한 게임업계 노동 환경에 대한 대한 각자의 입장을 듣고 해결책은 없는지 모색하는 자리였습니다. 솔직한 의견 교환을 위해 참석자를 익명으로 처리한 점 양해바랍니다.

*글 싣는 순서
[창간 9주년 좌담] 크런치 모드 이대로 좋은가(上 )
[창간 9주년 좌담] 크런치 모드 이대로 좋은가(下 )

[창간 9주년 좌담] 크런치 모드 이대로 좋은가(上 )

◆야근에 내몰리는 업계 종사자들

게임업계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해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과도한 야근일 것입니다. 새벽까지 빌딩에 불이 켜져 있는 일에 대해 호황 내지는 성장의 상징으로 받아들이던 때도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인식이 180도 달라졌는데요. 정치권에서 '구로에 오징어잡이 배가 떴다'는 말로 게임업계의 일상화된 야근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논란이 됐던 '크런치 모드'도 결국 장기간의 강제 야근이 문제가 된 것인데요. 야근을 하지 않고서는 게임을 제대로 개발하는 일이 불가능한 것일까요.

데일리게임=일반적으로 게임 개발사에서는 야근을 일상적으로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회사에서도 야근을 자주 하는지 궁금합니다.

개발자 A=회사에서 작년 8월까지 습관적으로 야근을 했습니다. 비상 상황 대응을 위한 크런치 모드 말고 일상적으로 말이죠.

퍼블리셔 B=야근을 하는 개발자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데일리게임=야근을 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개발자 C=저같은 경우는 업무량이 워낙 많아 야근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규 업무 시간에만 일해서는 회사에서 원하는 작업을 제때 다 할 수 없었죠. 울며 겨자먹기로 야근을 해야 했습니다.

개발자 A=저희 회사에서는 말 그대로 습관적인 야근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해 8월 회사 내규로 야근을 없앴는데 근무 시간은 줄었지만 오히려 능률이 올라갔습니다. 서버가 터진다던지 하는 비상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겠지만 습관적인 야근은 오히려 생산성을 파괴한다고 생각합니다.

퍼블리셔 B=야근을 하는 개발자가 적지 않지만 밤에 일하는 개발자 모두가 초과 근무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출근을 오후나 저녁에 하고 새벽까지 일하는 식으로 업무 시간을 조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밤에 집중이 잘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개발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데일리게임=이유와 상관없이 야근이 일상적으로 지속될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을 것 같은데요.

노동전문가 D=그렇습니다. 연장 근로가 주당 12시간을 초과하면 근로기준법 위반입니다. 회사와 직원이 사적으로 계약을 맺었다고 해도 주당 법정근로시간 40시간과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더한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면 근로기준법 위반입니다.

다만 노동부 행정해석은 휴일 근로는 주당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52시간에 주말 이틀 동안 8시간씩 총 68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합니다.

또한 초과근무가 아닌 야간이나 휴일 근무일 경우에도 야간이나 휴일 근무 수당을 지급해야 합니다. 이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역시 법률 위반이 됩니다.

[창간 9주년 좌담] 크런치 모드 이대로 좋은가(上 )

◆크런치 모드 생기는 이유는?

일상적인 야근보다 더 게임업계 종사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 바로 '크런치 모드'입니다. 게임 출시를 전후한 일정 기간의 고강도 업무 집중 기간 동안 많은 이들이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데일리게임='크런치 모드'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여러분의 회사에도 '크런치 모드'가 존재하는지요.

개발자 A=그렇습니다. 비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크런치 모드가 있었습니다.

퍼블리셔 B=저희 회사에도 있습니다.

개발자 C=저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크런치 모드가 아닐 때도 일상이 야근이기도 했고요.

데일리게임=크런치 모드는 왜 필요한 걸까요. 크런치 모드가 평상시 야근과 다른 점이 있을까요. 크런치 모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어떤 것이 있을런지요.

개발자 A=크런치 모드가 꼭 필요한 경우가 많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관례적으로 하는 경우도 많죠. 개발자 입장에서는 어차피 야근을 할 테니 힘든 일이나 집중을 요하는 일은 나중에 하자는 식으로 생각하기도 하는데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는 셈이죠.

크런치 모드에 돌입하면 아무래도 마감에 대한 압박이 심합니다. 마감일이 가까워질수록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일이 빈번하고 팀원간 갈등이 격해지기도 하죠. 크런치 모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장기간 습관적인 야근은 오히려 생산성을 파괴합니다.

퍼블리셔 B=게임 개발의 경우 회사원처럼 일상적인 근무 시간에 일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창의성이 우선시되는 직업이기 때문이죠. 영화처럼 스태프들이 단기간에 일하고 작품 완성 시키고 쉬고 하는 형태를 취한다고 보면 좋겠습니다. 크런치 모드도 그런 시각에서 본다면 뭇매를 맞아야만 하는 건 아니지 않나 하는 의견입니다.

다만 프로젝트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에는 힘들어지는 상황이 생기기는 합니다.

개발자 C=사실 저희 회사의 경우에는 개발자들이 애초 개발 일정대로 충분히 업무를 소화했는데 개발 도중에 위에서 변경을 지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경우 기존에 작업한 부분은 무용지물이 되고 새로 해야 하는 일들이 늘어나기 때문에 개발 일정을 맞추려면 크런치 모드를 할 수밖에 없는 거죠. 다른 개발사도 비슷한 경우가 적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퍼블리셔 B=경영진 입장에서는 개발자들이 출시일이 임박하기 전까지 다소 일을 미루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근태도 자유롭고 개발자들의 전문적인 영역의 일의 경우 일을 얼마나 했는지 본인의 설명 말고는 확인하기 쉽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프로젝트 후반부에 그런 업무들까지 몰려 크런치 모드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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