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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게임 강국 한국 게임산업의 민낯

지난주 국내 게임업계는 '리니지M'으로 들썩였습니다. 550만 명이 넘는 사전 예약자 모집 기록을 세운 '리니지M'은 출시 이틀만에 양대 오픈 마켓 최고 매출과 인기 순위 1위를 휩쓸었습니다.

'리니지M'의 흥행은 예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리니지M' 출시 과정에서 벌어진 해프닝은 웃어넘기기 어려웠습니다. '리니지M' 출시를 하루 앞둔 지난 20일 '리니지M'에 거래소가 빠진 채 출시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엔씨소프트 주가가 10% 이상 급락한 것이죠.

엔씨 임원이 '리니지M' 출시 직전에 보유 주식을 모두 처분한 사실이 알려지고 엔씨 주식에 공매도가 집중되면서 작전 세력에 의해 주가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됐습니다. '리니지M'의 출시 이후 호성적과 거래소 추가 일정이 공개되면서 엔씨 주가는 폭락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뒷맛이 개운치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엔씨에 앞서 넷마블 또한 비슷한 상황을 겪은 바 있습니다. 넷마블 주력 타이틀인 '리니지2 레볼루션'의 유료 재화 이용 아이템 거래 시스템이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청소년이용불가 판정을 받으면서 넷마블 주가가 크게 휘청인 것이죠. 넷마블이 별도 재화를 이용해 아이템을 거래하는 수정된 버전의 거래소로 15세 이용가 판정을 받아 어느 정도 해결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넷마블 주가 역시 출렁였습니다.

'리니지M'과 '리니지2 레볼루션'은 게임 강국을 자처하는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한계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메이저 게임업체 두 곳의 주력 타이틀이자, 한국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두 게임의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가 게임의 콘텐츠적인 측면이 아닌 거래 시스템에 있다는 것을 시장과 기업 모두가 인정한 셈이기 때문입니다.

19년전 '리니지'의 정통성을 계승한 '리니지M'과 2017년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리니지2 레볼루션'. 서로 다른 옷을 입고 있는 게임이지만 결국 핵심은 다르지 않다는 이야깁니다. 19년 동안 한국 게임산업이 성장해왔지만 달라지지 않은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죠.

얼마 전 해외 게임 전문 매체에서 역대 RPG 명작 100선을 선정해 발표했습니다. 한국에서 만든 유명한 RPG는 단 한 편도 명단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한국이 돈을 많이 번 RPG를 다수 배출했을지는 몰라도 좋은 게임을 만들지는 못했다는 냉정한 평가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행성 이슈는 한국 게임산업에서 떼어낼 수 없는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데요. 당분간은 이같은 상황이 크게 개선될 것 같지 않아 씁쓸합니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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