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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위메이드, 증명할 것인가 증명시킬 것인가

업무강도가 높기로 유명한 회사 A가 있다. 하루 기본 10시간, 주당 55시간 근무가 기본이다. A 회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게임 출시 전 고강도 업무 집중기간, 즉 연속 야근 기간인 크런치를 반년, 1년도 아닌 10년을 진행했다.

또 다른 회사 B가 있다. B 회사는 경우가 더욱 심하다. B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평균 노동시간이 주당 100시간에 달한다. 실로 살인적인 스케줄이라 이를 견디지 못하는 인원도 분명 있고 이를 지적하는 이들도 많지만 회사의 정책은 아직도 바뀌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는 매년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회사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해당 분야 종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꼭 일해보고 싶은 회사로 꼽고 있기도 하다.

많은 면에서 최근 국내 게임업계에서 노동 강도와 강제 야근 문화에 대한 토론의 장을 여는 혁혁한 전과를 올린 위메이드아이오와는 다른 평가다. '강제 크런치 7개월'로 정의되는 이번 일이 일어나기 전에도 위메이드는 '판교의 등대'라고 불리며 개발자 노동 강도가 가장 높은 회사로 유명했다.

대체 어떤 이유로 A, B 회사와 위메이드가 정반대의 평가를 받고 있는 걸까? 심지어 노동 강도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은데 말이다.

A사는 미국의 콘솔 게임 개발 회사 너티독이다. '언차티드' 시리즈,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시리즈를 개발한 곳으로 게임 퀄리티와 시나리오의 탄탄함, 연출력에서 항상 최고점을 기록하는 곳이다.

B사는 놀랍게도 애플이다. 애플의 수많은 디자이너와 기획자들은 매일 수십시간의 회의와 아이디어 미팅을 진행하며 혁신 안의 혁신을 만들어낸다.

이 두 회사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누구나 일해보고 싶은 회사로 꼽히는 것은 국내 회사 실무진 평균 연봉에 비해 약 2배의 연봉과 연봉 비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이 것'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이 것'은 바로 '지금 내 인생을 갈아 넣고 있는 이 일이 진짜 끝내주는 것을 만드는 일이라는 확신'이다. 두 회사 모두 결과물로 직원들을 납득시키는 동시에 그에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 두 회사 임직원들은 이에 동의했기에 1년이고 10년이고 계속되는 크런치에도 따르고 있는 것이다.

위메이드가 두 회사와 다른 것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증명하고 따르게 하는 것'과 '따르게 하고 증명하라는' 태도의 차이다. 실무자들이 시행하고 있는 모습은 비슷할지 몰라도 그에 임하는 직원들의 마음과 모티베이션은 천지차이일 것이라고 본다.

최근 위메이드는 크런치 전면 백지화와 강제업무가 없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회사가 '증명할' 차례가 됐다. 임직원들에게 증명하기만 하면 됐던 지난날과는 달리 보는 눈이 더욱 많아졌으니 부디 기대에 부응해주길 바란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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