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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PC를 집어삼킨 모바일게임

얼마 전까지 잘 사용하던 개인용 PC가 먹통이 되고 난 뒤 기자의 게임 라이프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평소 즐기던 게임을 제대로 플레이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사실 기자는 최근 들어 PC 온라인 게임을 거의 플레이하지 않고 있다. 열심히 플레이하는 건 안드로이드 기반 모바일게임. 몇년 전까지만 해도 PC가 고장나서 모바일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는 말을 한다면 이해하기 어려웠겠지만 지금 상황은 다르다. 스마트폰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능이 뛰어난 PC에서 모바일게임을 보다 쾌적하게 즐기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성능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갤럭시 S8 플러스와 같은 최신 기종의 경우 PC의 기능을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을 정도가 됐지만 게임용 하이엔드 PC 성능을 따라가기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블루스택과 미뮤, 녹스 등 PC용 안드로이드 어플리케이션 구동 소프트웨어를 통해 고사양 PC에서 모바일게임을 돌리면 스마트폰에 비해 적지 않은 체감 성능 향상을 느낄 수 있다.

거기에 무선망이 아닌 유선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까지 있다. 게임을 돌리면서 전화의 기본 기능인 전화를 받거나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건 덤이고 말이다. 일부 구동 소프트웨어의 멀티 창 기능을 활용하면 한 대의 PC에서 여러 게임을 동시에 플레이하거나 한 게임의 복수 계정을 돌리는 일까지 가능하다.

모바일게임을 PC에서 플레이하는 일은 이용자 개개인에게는 분명 도움이 되겠지만 이런 추세가 이어지는 일이 게임업계에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 휴대용 기기에서 즐기라고 만든 모바일게임을 PC에서 플레이하는 건 분명 기형적인 현상이고, 이런 경향이 확산될수록 온라인게임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

대형 신작의 모바일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 대형 모바일 신작들은 PC 온라인게임 지식재산권을 기반으로 한 경우가 많다. 모바일 신작의 흥행이 온라인 기반 기존 작품의 위축으로 이어지기 쉬운 구조다. 거기에 모바일게임의 PC '침범' 경향 마저 더해지면 무게추가 급격히 한쪽으로 쏠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물론 기자의 이런 걱정이 기우에 그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모바일게임의 PC 침범은 자동 사냥 시스템으로 무장한 RPG에서 빈도가 높을 뿐 다른 장르로 확산될 여지가 많지는 않다. 온라인게임 매출이 다소 줄더라도 모바일 신작으로 그 이상의 돈을 벌어들인다면 개발사나 서비스사 입장에서 문제될 것이 전혀 없을 수 있다.

다만 모바일게임의 PC 침범은 이용자들의 비정상 플레이를 용이하게 한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구동 어플리케이션과 매크로의 결합을 통해 게임에서 지원하지 않는 자동 사냥을 이용하는 게이머들이 적지 않고, 단축키 설정을 통해 스마트폰에서 불가능한 조작을 PC 상에서 이용하는 이들도 있다. 이는 콘텐츠 수명을 단축시켜 장기적으로 게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모바일 환경은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모바일게임 시장 역시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PC를 먹어치우려고 하고 있는 모바일게임이 플랫폼 천하통일을 이뤄낼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현상일 뿐인지 향후 추이를 지켜볼 일이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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