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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게임이 공공재인가?

27일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관위)가 새로운 등급분류 규정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인개발자에 한해 36만원인 PC온라인게임 심의비용을 25만원을 줄이고 법인사업자등록증이 없어도 공인인증서로 신청토록 한 것이 골자다. 개인개발자가 심의비용이 없는 모바일게임을 두고 굳이 혼자서 PC온라인게임을 만들까 싶기도 하다만, 이것보다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개정안 그 자체다.

A4용지 26페이지에 달하는 개정안 첫 머리에는 등급분류의 목적과 기본정신이 적혀있다. 제2조(기본정신)에는 ‘게임법 제21조에 따라 등급분류를 함에 있어 게임물의 윤리성 공공성을 확보하고, 사행심 유발 또는 조장을 방지하며, 청소년을 보호하고 불법게임물의 유통을 방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목적이 추가됐을 뿐 현행안에도 있던 내용이고 솔직히 놓쳤던 부분이다.

‘게임물이 윤리성과 공공성을 띄어야 한다’는 심의의 대전제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윤리성이란 단어는 이해 하더라도 공공성이란 단어 자체도 애매모호하다. 사전에 찾아보니 ‘한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일반 사회 구성원 전체에 두루 관련되는 성질’이라 정의돼 있는데 이것 또한 쉽게 이해가 안 된다.

학계에서도 공공성에 대한 정의를 놓고 연구가 한참이다. 임의영 교수는 ‘공공성의 유형화’라는 제목으로 한국행정학보(제44권 제2호)에 이에 대한 공공성의 개념을 유형화 해서 제시하기도 했는데, 임 교수 또한 ‘공공성의 개념은 신자유주의적인 정부정책의 편파성을 비판적으로 성찰되는 방식으로 사용되면서 사람들의 귀에 익숙한 말이 되었지만 ‘그것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이 궁색해진다’는 식으로 서술한 바 있다.

학문적 연구를 자처하고라도, 쉽게 공(公) 사(私)를 나눴을 때 개인 보다는 다수, 그 이익에 부합하는 것을 공공성이라 정의 내려도 문제는 없을 듯 하다. 그렇다면 심의의 큰 기준이 ‘게임이 윤리적이고 공적이어야 한다’는 말이 되는데, 창작물인 게임이 꼭 착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는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사항이다.

창작물인 게임에는 표현의 자유가 엄연히 존재하고 이를 장착의 자유라 부르기도 한다. 자유가 있다고 해서 단지 외설적이거나 범죄를 부추기는 것만 제외한다면 존중 받아야 할 부분이다. 사전심의가 존재했던 영화(1987년, 2001년), 방송광고(2008년)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규정이 폐지됐다. 게임과 같이 심의를 받았던 음악(1996년)은 법 개정으로 제외됐다. 창작물은 자체심의를 원칙으로 하는 것이 대세임에도 유독 게임만 남다르다.

여기에는 게임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큰 역할을 담당했을 것이라 본다. 여전히 ‘게임=사회악’이란 논리로 무장한 기득권들이 있는 상황에서 게임 사전심의제 폐지는 힘들 것이고, 이 같은 논리가 게관위 심의 기준에도 반영된 것이다.

이러한 기준으로 심의를 했기에 세계적으로 ‘명작’으로 인정 받는 ‘GTA’가 몇 차례나 국내 심의서 거절됐던 것이었고,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해골이나 잘린 수족은 다른 아이템으로 바뀔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GTA는 성인 등급이라 해도 주인공이 범죄를 저지른다는 이유로,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청소년들이 보기에 부적합이란 이유로 거부되거나 수정됐던 걸로 기억된다.

어쩌면 게관위는 ‘인기는 있되 사회적으로 유익한 게임’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 말처럼 쉬운 일인가? 게임의 기본목적이 재미인데 다른 목적이 우선하면서도 재미까지 주는 게임을 만들기란 게임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과 일본에서도 사례를 찾기 힘들다.

게임은 그 자체로 평가되어야 한다. 자기 결정권이 있는 성인이라면 표현이 저속하고 비도덕적이라도 해도, 이를 즐기는 것 자체를 심의라는 틀로 막아버리는 것은 문제다. 게임회사가 이익을 위해 인기요소를 넣는다고 해서 공적이지 못하다고 비난 받아서도 안 된다. 게관위가 기본정신에서 밝힌 바 대로, ‘사행성을 조장하고 청소년을 보호하고 불법게임물 유통을 막는’ 것은 당연하지만, 공연성과 윤리성을 모든 게임에 적용한다는 것은 이미 없어져야 했을 구시대의 산물이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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