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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셧다운제 철폐와 경제유발효과

게임업계의 염원인 셧다운제 철폐에 전국경제인연합(이하 전경련)이 지원을 나섰다. 전경련은 국내에만 있는 7대 규제를 철폐하면 총 62조5000억 원의 부가가치, 92만3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며 경제적 효과 분석자료를 내놓은 것. 이 중 셧다운제가 철폐되면 5551억 원, 1만3716명의 고용 창출효과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을 대표하는 전경련이 게임업계를 지지하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모래알 같은 게임협회에 비해 영향력이 크고 움직일 수 있는 자원이 많은 전경련이 이런 발표를 했으니, 눈 감고 귀 닫은 정부도 한번쯤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기대도 해 본다.

그런데 이 경제유발효과라는 거, 어느 만큼 믿어야 할지 아리송하다. 우린 종종 언론을 통해 무엇을 유치하면, 어떤 것을 건설하면 이러이러한 효과가 있다는 걸 봐왔다. 대다수가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혹은 경제유발을 위해 어떤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숫자는 장미빛 미래를 꿈꾸게 한다. 당장은 힘들어도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최면 같은 게 이 경제유발효과에 들어있다.

전경련이 밝힌 7대 갈라파고스 규제개혁 내용에는 수도권 규제, 개방형 의료법인, 지주회사 규제, 대기업 진입확장 규제, 금산분리, 택배증차 규제 등이 있다. 엄밀히 말해, 공정경쟁을 방해하고 재벌의 부의 편중을 막는 필요한 규제들이 포진해 있다. 셧다운제만 빼면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환영할 수 없는 주장이다. 게임업계가 전경련이 이러한 주장을 두 손 들고 환영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시 경제유발효과로 돌아가서, 정부가 좋아하는 이 단어를 게임업계는 비난해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해외 게임쇼에 초라한 부스를 차리고 계약상담 건수를 다 성과로 발표했을 때, 이로 인한 경제유발 효과로 자신들의 초라함을 포장했을 때 통렬하게 비판해 오지 않았던가. 이러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 덕에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지스타조직위는 어떤 행사를 하더라도 실제 계약이 이뤄진 실수치만 발표하는 가이드라인이 정착될 수 있었다.

우리가 그렇게 비판해 놓고도, 우리에게 유리한 추산 자료가 나왔으니 그대로 인용하고 환영하는 모습은 스스로를 부끄럽게 만드는 짓이다.

셧다운제 철폐는 이러한 경제적 이득을 앞세워 주장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교육할 수 있는 권리, 아이들의 자기 결정이라는 기본적인 권리를 앞세우고 과연 규제의 원인이 된 수면부족이 게임만으로 발생하는 건지 인과관계를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게임 과몰입이 게임만의 문제인지, 아니면 가정을 비롯한 환경의 문제인지도 밝혀져야 한다. 그래야만 과몰입에 대한 근본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경련의 발표를 환영하면서도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게임업계가 자칫 전경련에 힘을 실어주었다가 셧다운제 보다 더 큰 민심을 잃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셧다운제 폐지하려다 재벌이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금산분리가 없어지고, 사람보다 영리가 먼저인 병원이 들어서며, 서울도심에 공장을 막 지어도 되는 그런 주장들에도 힘을 더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우리에게 좋은 소식이라고 기사화하고 퍼나르기 보단, 내용을 유심히 살펴 경거망동하지 말아야 할 때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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