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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남의 밥상에 수저 얹기

국제 게임전시회 '지스타 2015'가 지난 12일부터 나흘간의 일정을 끝으로 15일 폐막했다. 지난해보다 2.7%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로 차려지만 대형 게임사들이 B2C관을 대거 불참해 '볼거리 실종'이라는 우려 속에서도 21만 명에 달하는 관람객이 지스타를 찾았다. 한편에서는 '넥스타' 덕분이라는 말도 많았다.

많은 인원이 행사장을 찾았고 비도 많이 내려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아졌지만 지스타는 큰 사고없이 잘 진행됐다. 그런데 행사 참여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일이 있었다. 지스타 2015에 참가하지 않은 게임사들이 벡스코 주변에서 홍보 마케팅을 펼친 것이다.

개중에는 프레스실을 찾아 이후 있을 간담회에 참가해주십사 하는 팻말을 들었던 다소 귀여운 홍보도 있었던 반면, 게임을 홍보하는 팜플렛을 나눠주거나 현수막을 거는 등의 활동을 한 업체도 있었다. 문구도 '가난해서 지스타 못나왔다'였다. 돈이 없어 참가를 못하는 건 안타깝지만 참가를 못했으면 국내 최대 게임 행사에 이런 방식으로 껴드는 게 과연 맞는 일인가.

뿐만 아니라 허가되지 않은 위치에 개인이나 회사에서 영리 목적의 현수막을 거는 것은 불법 광고물 게시로 과태료 부과 사항이기도 하다. 불법적인 광고로 이용자를 얻어 수익을 창출한다면 과연 내년 지스타에 참가할지도 의문이다.

부산시와 지스타 조직위원회가 땀흘리며 상을 차리고 비용과 집객은 참가사들이 이끌어냈는데, 여럿이 협력해 힘들게 차려낸 밥상에 제 3자가 슬쩍 수저를 얹은 셈인데 당사자들은 그다지 반성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지난 지스타 2014에서도 슈퍼셀의 광고가 논란이 된 바 있다. 슈퍼셀은 지스타 2014에 B2B나 B2C도 참가하지 않고 현장 이벤트도 진행하지 않았다. 슈퍼셀은 지스타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 행사장과 인근 계단, 센텀호텔 및 주요 부산 지하철에 대대적으로 광고를 걸어 지스타로 끌어낸 관객들에게 노출해 홍보 효과만을 가져갔다.

작년에는 그런 슈퍼셀에게 비판적인 여론이 많았다. 지스타 현장은 쏙 빼고 그 주변을 '클래시오브클랜' 광고로 도배한 슈퍼셀의 모습은 법률 위반은 아니지만 도의상 못마땅한 점이 많았다.

이번 지스타 2015에서도 동일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경우를 돈이 있고 없고로 이중잣대를 들이대지 말아야 한다. 또한 법은 최소한의 도덕일 뿐이지 모든 것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감별사가 아니다.

14일 지스타 프레스룸을 찾아 현 게임계에 일갈을 날린 전병헌 의원의 말과도 궤를 같이하는 상황이다. 고객에 대한 감사와 장기적인 게임산업 발전이라는 명분뿐만 아니라, 도의를 무시하고 최대한의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윤리만을 강조해 간다면 내년 지스타 2016에는 과연 누가 수억 원의 비용을 들여 지스타에 참가하려 할지 의문이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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