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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위원장님, 앓고 나서는 늦습니다

얼마 전부터 속이 좋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위염이라며, 병원에 가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술, 담배를 하지 않는터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나름 자기 관리에는 자신이 있었던 탓이다.

보험사에서 때마다 해주는 정기검진을 받으러 가서도 대충 검사를 받았다. 검사가 끝나고 얼마 뒤 받아든 의사 소견서는 작년처럼 백지가 아니었다. 이런 저런 부분에 '추적 검사'를 받으라는 말이 길게 적혀 있었다.

병원을 가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며칠이 지나자 까맣게 잊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밤. 위에서 전해오는 통증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잠에서 깨서는 겨우 택시를 타고 병원을 찾았다. 나보다 내 몸을 더 잘 볼 줄 아는 의사가 내려주는 진단서는 준엄했고 야간 응급실 비용은 더욱 엄했다.

그렇게 한 번 호되게 앓고 나서는 1~2년에 한 번씩 정기검진도 꼭 받고 의사 소견서에 따라 '추적 검사'도 받으러 다니게 됐다. 하지만 크게 앓고 난 뒤의 몸은 이미 상해 예전같지 않다. 회복에는 긴 시간과 그만큼의 치료비도 필요하다. 불편은 말할 것도 없다.

전문가의 의견을 귀담아 듣는 것은 당장은 힘들어보여도 장기적으로는 여러모로 이득이다. 그런데 근래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관위)의 행보를 보면 기자의 과거 모습과 똑같아 보인다.

게관위는 심의를 받은 게임 속에 퀘스트 형식으로 불법 경마 게임을 숨겨 70억 원을 챙긴 일당이 구속되는 사건에 대해 경찰 측이 지적한 게임물등급분류 심의과정의 부족함에 대해 "심의과정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구속된 이모씨가 경찰조사에서 진술한 내용만 들어도 누구나 간단하게 현 게임등급분류 심의과정의 헛점을 악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적합하게 등급분류를 결정했으니 책임이 없다고 하다니 말이다.

이모씨는 "경마게임이 없는 버전으로 미리 게임등급분류를 받은 후, 불법 경마게임을 심는 수법으로 단속을 쉽사리 피했다"고 진술했다. 큰 속임수 없이 그저 몰래 업데이트를 통해 몇 백억 원 상당의 판돈이 오고간 불법 경마 게임을 서비스한 것이다.

경찰을 통해 지적된 것은 게관위의 심의 과정이라기 보다는 사실 모니터링 역량이다. 심의 과정은 그 당시의 게임을 적법하게 판단하면 되는 것이니 게관위의 주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게관위는 지난 9월 18일 '2015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동일한 사항을 지적받은 바 있다. 한 달이 지난 시점에 동일한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데 그것을 절차에 따라 처리했으니 문제 없다고 뒷짐지는 것은 현명한 자세로 보기 힘들다.

당시 모니터링 인력 부족으로 실제 유통 게임 12만8000건 중 5%의 게임만이 모니터링 과정을 거치고 있음과 불법 게임물 모니터링 활동 무용성을 지적받은 바 있다. 이에 게관위 여명숙 위원장은 모니터링 인원을 확충하겠으며 경찰과의 긴밀한 협력으로 불법 게임물 배제에 힘쓰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것이 벌써 한 달 전의 일이다. 국정감사에서 밝힌 개선 방안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똑같은 지적에 대해 '추적 검사'는 커녕 아무런 위기감을 가지지 못하는 게관위도 곧 앓을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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