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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셧다운제, 포항공대 건에서 배우자

포항공대가 교내 '게임 셧다운제'를 전면 중단키로 결정함에 따라 30일부터 셧다운 제도가 본격적으로 중단됐다. 6개월만에 중단되는 이 제도로 인해 학교 측과 학생회는 큰 마찰을 빚은 바 있다.

학생들의 거센 반대에도 교내 기숙사 주거 학생들의 심야 게임을 막겠다고 나선 포항공대는 지난 3월부터 교내 주거 지역(기숙사, RC, 대학원 아파트, 포스빌)에서 새벽 2시부터 7시까지 게임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제'를 강행해왔다.

학생회는 성명을 발표하고 48시간 연속 게임방송 개최 등 셧다운제 반대 캠페인을 벌여왔고, 언론 등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성인의 자율권 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포항공대 측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우회 접속하는 학생을 막기 위해 약 5000만 원의 비용을 들여 게임 및 VPN 트래픽 차단 솔루션 구축 및 실시간 트래픽 제어 시스템을 2억5000만 원에 구입하는 내용의 정책 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이 알려지며 추가적인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랬던 포항공대가 한발 물러선 것은 일부의 문제를 전체로 확대한 당위성 부족과 우회 접속을 막을 수 없는 등 실효성이 미흡하다는 판단에서라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포항공대 측은 게임 셧다운제를 폐지하는 대신 게임 과몰입이 의심되는 일부 학생에 대해서는 지도교수와의 소통 강화, 상담 프로그램 등의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게임 과몰입이라는 문제의 원인을 게임이 아닌 게임을 과용한 사람에서 찾고 이를 치료로 해소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반 년간 진행된 이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시행 중인 청소년 셧다운제와 대상만 대학생일 뿐 지적된 문제점이 동일하다. 국내는 4년전부터 16세 이하 청소년들이 0시부터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하는 셧다운제가 실시되고 있다.

우선 우회 접속을 100% 차단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 실효성 논란이 일어온 부분부터 동일하다. 여기에 해외에서 서비스되는 게임은 '셧다운제'의 범주에서 빠지게 돼, 국내 게임들의 역차별이 아니냐는 논란까지 불거진 바 있다.

대학생들의 심야 게임을 전면 차단한 포항공대의 셧다운제는 학생들의 꾸준한 지적과 언론의 관심에 힘입어 이를 받아들인 학교가 합의해 폐지됐다. 그러나 시행된 지 4년차에 접어든 강제적 셧다운제의 합의점은 어디서부터 찾아야할까.

합의점을 찾기는 굉장히 어려워 보인다. 바로 오랜기간 정부가 게임을 악의 축으로 지정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기 때문. 여성가족부가 2010년 '강제적 셧다운제'를 발의하고 이듬해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최영희 여성가족위원장이 인터넷 중독 예방 및 치료를 위해 게임업계에 4000억 원 규모 기금 조성을 촉구했을 당시 게임업계는 크게 반발했다.

이미 각 업체가 출원한 100억 원 가량의 게임문화기금이 운영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반발하는 게임업계를 향해 정부는 "게임 서비스 자체가 죄이며 이는 속죄를 위한 기금인데 어디서 죄인이 함부로 입을 놀리느냐"는 듯한 입장을 고수했다.

이 같은 입장이 정부가 게임을 대하는 기본 자세였다는게 문제다. 이미 색안경을 쓰고 내려다 보는 입장인데 합의를 볼 수 있을리 없다. 이후로도 정부의 이런 태도는 쭉 이어져 왔다.

2013년 발의된 인터넷게임중독치유예방에 관한 법률안은 여성가족부에서 직접 게임사들에게서 세금을 징수해 게임중독치유기금으로 사용하겠다며 주류 0.05%, 도박 0.03%의 20배 30배에 해당하는 매출 1%를 강제 징수하겠다는 법안이다.

이러한 태도는 2014년 '게임중독법'에서 정점을 찍는다. 게임을 의사의 치료를 받아야만 하는 마약과 같은 중독 물질로 지정하자는 게 이 법안의 골자다. 게임 개발자는 마약 생산자, 퍼블리셔는 마약상, 게임 이용자는 마약 중독자가 된 셈이다.

근래에 게임업계에 전체적인 위기론이 대두되고 여론이 형성되자 정치권에서도 '죽지는 마라'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도 게임 업계를 살리기 위한 여러 의견들과 구체적인 지적이 제시됐다. 위기 상황이긴하지만 그동안 업계를 옥죄던 여러 법안에 대해 마주 앉아 대화를 할 수 있는 테이블은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정말 합의점을 찾기 위해서는 테이블에서 대화를 하기에 앞서 게임에 대한 색안경을 벗고 다른 산업과 동일하게 대해주기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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