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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가 능사는 아니다

게임업계 분위기가 싱숭생숭하다. 확률형 아이템의 획득 확률 및 아이템 구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공개토록 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장 정우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의 종류와 구성 비율, 획득 확률, 보상 아이템의 가치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그 동안 문제로 지적됐던 확률형 아이템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 개정안의 발의 취지는 게임 이용자들의 지나친 과소비를 줄이고, 사행성 조장을 막으면서 건전한 게임문화를 조성함은 물론,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인식을 이끌어내기 위함이다.

취지는 좋다. 하지만 게임업계는 해당 개정안을 규제안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국내 대다수 게임업체가 확률형 아이템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실정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매출 타격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게임업계는 법안을 통해 규정을 강제하기 보다는 자율규제에 맡겨달라는 입장이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는 지난해 11월부터 확률형 아이템을 두고 자율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게임업계의 자율규제는 구매 단계에서부터 사후 관리 단계까지 다양한 대안을 제시해 과소비 제한 및 합리적 소비를 유도한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개정안과 비슷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게임업계의 반응에 이용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당당하게 밝힐 수 있는 부분임에도 개정안에 반대하는 것은 뭔가 캥기는 게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근 모 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 조작 논란이 불거진 이후 게임업체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신은 더욱 높아진 느낌이다.

이 때문에 '게임규제'라고 하면 치를 떨던 이용자들도 해당 개정안을 열렬히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장르를 막론하고 확률형 아이템이 범람하는 국내 게임들에 점점 지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게임시장 온라인, 모바일 분야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게임은 '리그오브레전드'와 '클래시오브클랜'이다. 두 외산 게임은 확률형 아이템이 없다. 그럼에도 꾸준히 인기와 매출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물론 랜덤성도 게임이 주는 재미 중 하나다. 뽑기 아이템을 클릭하기 전 화면을 손으로 가리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천천히 개봉해본 경험은 게임 이용자라면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상자에서 최상급 아이템을 얻었을 때의 희열은 이루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그 희열을 느끼기가 참 힘들다. 아마 그런 아이템은 획득 확률이 상당히 희박할 것이다. 그렇기에 게임업체 입장에서는 공개하기가 힘들 것이고.

온라인은 부분유료화, 모바일은 인앱결제 시스템이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비중은 상당히 크다. 하지만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다. 투자대비 얻을 수 있는 보상값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임업계의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좋다. 업계 스스로 자정작용을 통해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자정을 언제까지고 기다리기엔 너무나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이용자들이 해당 개정안을 적극 지지하는 것도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환멸 때문이다. 게임업체들은 자율규제에서 나아가 확률형 아이템이 아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 관건은 이용자들이 얼마의 돈을 지불했을 때, 해당 금액 만큼의 만족도를 얻을 수 있느냐가 될 것이다.

당장 눈 앞의 이익만 쫓는 운영은 게임업계 스스로 목을 조르는 것과 다름없다.


[데일리게임 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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