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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확률형 아이템 규제, 무엇으로 막나

'터져야 할 것이 터졌다.'

9일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이 게임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하겠다는 것을 밝힌 뒤, 업계 내부에서 나온 말이다. 일본의 가챠 시스템(ガチャ, 뽑기)이 게임의 흥미를 더함과 동시에 매출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익히 알려졌고,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를 주요 매출원으로 내세우면서 문제는 커졌다.

이 확률형 아이템은 지금의 모바일 게임산업을 폭발적으로 키운 주요 원동력이다.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10위 내 게임들 중 'COC'와 '애니팡2'를 제외한 8개 게임이 사실상 '뽑기'로 매출을 올린다. 천만 다운로드 게임은 아니지만 매출은 그러한 게임과 비슷하게 유지할 수 있는 까닭에는 확률형 아이템이 큰 역할을 했다.

게임이란 것 자체가 불확실성에서 오는 재미가 있는 것이고, 온라인 게임이 주로 이루던 시절에도 확률형 아이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한계선은 절대적으로 존재했다. 그 시절 문제가 됐던 것은 확률에 의한 강화 시스템이었지만, 회사가 이를 대놓고 판매하진 않았다. 일정 수준으로 성공확률을 올리는 조치도 취했다.

하지만 웹게임을 거쳐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면서 암묵적으로 통용되던 선이 깨졌다. 카드 수집이 일반화 되면서 뽑기는 일반화 됐고 게임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매출수단으로 사용됐다. 확률형 아이템을 통한 스마트폰 게임의 성공은 역으로 온라인 게임으로의 도입을 부추겼다. '리니지', '피파온라인3' 등 웬만한 온라인 게임에도 '뽑기'는 주요 매출수단으로 자리잡았다.

매출은 욕심을 낳았고, 욕심은 사행성을 더했다. 업계 내부에서도 자정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자고 나서는 이는 없었다. 정 의원의 규제안은 사실 지난해 11월 게임업계가 청소년 보호를 위해 확률형 아이템을 자율규제 하겠다는 내용과 일치한다. 4개월 동안 어떠한 움직임이라도 있었다면 정치권이 나서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게임업계는 외산게임의 역습, 잦은 규제, 자정작용 등을 내세워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강제적 규제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힘 빠진 게임업계를 지원하려고 하는 최근 움직임을 어필하기도 한다. 맞는 말이고, 더 이상의 규제는 한국 게임산업의 숨통을 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게임업계가 잊고 있는, 중요한 것이 있다. 게임산업을 성장시켜왔고 뒷받침 해 온 소비자, 즉 게이머가 누구 편인지를 봐야 한다. 입법예고가 나오자 말자, 게이머들은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 셧다운제나 4대 중독법과는 다른 양상이다. 그만큼 게임업체들로부터 피해를 봤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정작 당사자들 앞에서 한국 게임산업의 위기를 운운해 봐야 설득력이 있을까. 아니다.

게임 커뮤니티에는 이런 우스개 말이 있다. '게임사 직원들도 뽑기로 월급을 가져가라'는. 그만한 대가를 투입했는데 가치가 없는 황당한 결과가 나왔을 때, 그 분노를 담은 글일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법에서 요구한 '확률형 아이템으로 획득 가능한 아이템의 범위를 표시'하고, 자율규제의 실효성을 위해 만들겠다는 '게임물자율규제민간협의체'(가칭)도 하루빨리 출범시켜야 한다. 이런 움직임 없이 '산업이 어떻고' 하는 말은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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