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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COC 쫓다 가랑이 찢어질라

공중파 방송에서 모바일 게임광고를 보는 것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됐다. 게임광고는 특유의 재미를 내세워 보는 사람에게도 재미를 준다. 황금 시간대인 주말 저녁, 공중파에서 연속으로 모바일 게임광고를 보노라면 '격세지감'이란 단어가 절로 떠오른다. 그만큼 게임이 국민들과 친숙해 졌다는 의미고, 산업도 커졌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을 그저 좋게만 바라보기엔 걱정되는 부분이 많다. 일단 '모바일게임=공중파 광고'로 이어지는 이 인식이 언제부터 퍼지기 시작했는지, 정녕 필요에 의한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들 알겠지만 공중파 광고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만든 것은 '클래시오브클랜'(이하 COC)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막대한 공중파 마케팅을 통해 이 게임은 국내서도 1위에 올랐다. 수많은 국가들을 시험무대 삼아 얻은 경험을 한국에서 유감없이 발휘했고, 결국 먹혔다.

기존 게이머가 아닌 비게이머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과거 유명 연예인을 내세워 공중파 광고를 했던 닌텐도의 전략과 유사하다. 기기를 사야만 하는 닌텐도와 비교해 스마트폰만 있다면 누구나 초기 비용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공중파 광고의 효과는 지금 구글플레이 매출 상위권 순위가 말해주고 있고, 국내업체들도 공중파 광고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그런데 같은 공중파 광고를 하고 있다만 'COC'를 서비스하는 슈퍼셀과 국내 기업들이 처한 상황은 다르다. 한국 지사가 없기에 매출을 마케팅 비용으로 투자하는 슈퍼셀과 수백에서 수천에 달하는 직원들을 고용한 국내기업의 재무재표 자체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세금은 또 어떠하고 연구 개발비는 어디서 충당 하겠는가. 하루에 수억을 벌어도 남는 게 없다는 푸념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둘째는 인식의 문제다. 한 풀 꺾이긴 했다만 게임산업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은 여전하다. 청소년들이 PC방 혹은 거실 컴퓨터에서 게임을 하던 시대에서, 밥상머리나 화장실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스마트폰을 들고 게임을 하던 시대가 됐다.

공중파에서는 게임광고가 줄이어 나오고, 아이들은 손에서 게임을 놓지 않고 있는데 부모들 입장에선 게임이 어떻게 보일까. 결코 좋아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과거 온라인게임이 주를 이루는 시절에는 '조용히' 실적만 발표해도, '돈을 잘 번다'는 인식이 퍼져 여기저기서 소위 '빨대'를 꽂으려고 혈안이 됐었다.

지금 공중파에 광고를 줄이어 하는 게임업체들을 주목하고 있는 시민단체나 정부부처에게 '산업이 힘들다'는 논리가 먹힐까. 오히려 게임산업을 옥죄고 부담금이라도 내게 하려고 더 눈에 불을 켤 것이다.

막상 규제가 현실화 된다 하더라도 COC가 입을 타격은 미비하다. 글로벌 기업인 슈퍼셀이 국내 규제를 풀기 위한 직접적인 움직임을 할 것도 아니고, 한국 시장의 매력이 사라지면 다른 곳으로 시장을 옮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규제를 무산 혹은 완화하려는 비용은 고스란히 국내기업에게 돌아갈 것이다.

결과적으로 'COC' 때문에, 경쟁에서 이기려고 했던 일이 도리어 산업의, 국내기업들의 발목을 잡지는 않을는지 걱정이다. 그런 일은 없기를 바라지만, 이미 현실은 우리가 걱정하는 것을 넘어서 버렸는지도 모른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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