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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간다] '은밀한 유혹', 사행성 PC방 가봤더니…

'현장르뽀, 기자가간다'가 신설됐습니다. 이슈가 있는 현장이나 특이한 업무를 직접 체험 해보고 그 감정을 솔직, 담백하게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돈 넣고 돈 먹기'로 유명한 사행성 PC방을 둘러봤습니다. 겉 보기엔 평범한 PC방이지만, 안은 도박장이나 다름없었던 그 곳. 집중 취재를 통해 궁금증을 풀어봤습니다. <편집자주>

[기자가간다] '은밀한 유혹', 사행성 PC방 가봤더니…

◆PC방, 종류도 가지각색

사행성 PC방을 찾는데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길거리를 거닐다 본 PC방은 무수히 많았지만, 기자가 찾는 그 곳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회사 사무실이 위치한 방배동 일대부터 사당역, 강남역 골목골목을 이잡듯이 뒤졌지만 사행성 PC방은 없었다. 동네에 하나 쯤은 있다는 말도 거짓처럼 들렸다. 거리에 널린 건 PC방으로 위장한 수면방(?)이었다.

PC 수면방, 시간당 5000원에 성인 전용이라고 했다. 일반 PC방 요금이 1000원대 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비싼 가격이다. 뭐하는 곳인지 궁금해 물었다. 독실처럼 꾸민 방안에서 쉬었다(?) 가는 곳이라 한다. 둘러보니 밀폐된 방에 한 대의 PC가 놓여져 있었고, 용도를 알 수 없는 전화기 한대와 두루마리 휴지가 비치돼 있었다. 예상했던대로 PC에는 음란물이 가득했다. 바탕화면에는 동양, 서양 등 카테고리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폴더가 눈에 띄었다.

더 알아볼 것도 없이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이 곳에 오래 앉아 있다간 정신이 혼미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컴퓨터는 건들지도 않았다. 한시라도 빨리 이 곳을 나가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사행성 PC방 입구에 붙어 있는 영업자 준수사항
사행성 PC방 입구에 붙어 있는 영업자 준수사항

◆돈 넣고 돈 먹기

수소문 끝에 사행성 PC방이 있는 곳을 찾아냈다.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PC방이었다. 간판에도 'PC방'이란 문구가 선명했다. 입구에는 '본 업소는 청소년(만 18세미만)의 출입을 09:00부터 22:00까지로 제한하고 있고, 음란물을 제공하지 않으며 도박 및 사행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영업자 준수사항이 붙어 있었다. 이 곳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입구부터 그간 보았던 PC방과는 달랐다.

지하로 통하는 계단을 내려가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취재차 동행했던 A 기자는 한숨까지 내쉬며 긴장을 했다. 무슨 악의 소굴이라도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단순 PC방이 아닌 도박장이라 생각하니 건장한 체격의 덩치들이 에워싸 해꼬지라도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문을 여니 매쾌한 담배 향기가 코를 찔렀다. 실내는 연기로 가득했다. 올 초부터 금연법이 시행됐지만, 이 곳은 해당되지 않는 것 같았다. 손님은 한 명 뿐이었지만 가득찬 것처럼 시끄럽고 요란했다. PC는 10여대가 비치돼 있었으며, 가운데 자리에는 쇼파와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찾고자 했던 곳이 분명했다.

그 때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여자가 말을 건넸다. "어떻게 오셨어요?" 어떻게 오긴 PC 게임을 하러 온 것인데 물어보는 의도가 궁금했다. 그러면서 "하시는 게임 있으세요?"라고 묻더니, 위아래를 훌터봤다. 뭐하는 놈인지 체크하려는 것인가, 잠시 긴장했던 것 같다.

"처음 왔는데 어떻게 해요?"라고 물으니 PC 이용료는 무료, 1억에 만원이라고 했다. 자세히 들어보니 고스톱, 포커 등 웹보드 게임의 사이버 머니를 현금으로 구입해 사용하는 것이라 했다. 게임 머니를 충전해 그 돈으로 도박을 즐기고, 획득한 돈은 1억원 당 만원으로 교환하는 방식이었다.

[기자가간다] '은밀한 유혹', 사행성 PC방 가봤더니…

◆돈 쓰기 참 쉽네~

3만원을 주고 게임을 시작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대뜸 새로 회원가입을 하라고 했다. 그래야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며 회원가입을 유도했다. 게임은 A사가 서비스하는 B였다. 당황스러웠다. 물론 서비스 업체는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버젓이 유통 중인 게임이 사행성 게임에 이용된다고 생각하니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회원가입을 끝내고 나니 '수혈'을 해준다고 친구 등록을 했다. 여기서 수혈이란 게임머니 구매를 원하는 이용자들에게 환전상들이 게임에서 계속 져주며 게임머니를 몰아주는 행위를 말한다. 수혈을 통해 게임머니 3억을 받고, 고스톱을 시작했다. 아르바이트생은 바둑이와 포커를 추천했지만 룰을 몰랐다.

처음 한 두판은 쉽게 이겼던 기억이 난다. 문제는 3번째 판이었다. 시작하자마자 첫 뻑을 하더니 두번 째 패도 뻑, 세번 째 패 부터는 내주기 일쑤였다. 3고에 피박에 광박, 멍박까지 당했다. 손실 금액은 2억 8000만 원이 조금 넘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무리 초짜지만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세 판만에 3만원을 잃었다고 생각하니 기가 막혔다. 자리에 앉은지 불과 5분도 안된 것 같았다. 이 분위기라면 한 시간에 수 백만원을 쓰는 것도 따는 것도 가능해보였다.

더 할까 생각도 했지만 지금이라도 털고 일어나야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가려고 겉 옷을 주섬주섬 입고 있는데, 아르바이트생이 또 말을 건넸다. "사장님, 서비스로 5000만원 넣어드렸어요~" 아, 이게 '뽀찌'인가? 웃음이 났다. 본전이라도 찾고 싶은 생각이 절실했지만 더 했다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아 "됐어요"라며 쿨하게 일어섰다.

◆사행성 PC방, 경찰 단속도 소용없어

경찰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불법 사행성 PC방은 여전히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다. 특히 불법 PC방 대부분이 PC방 간판을 내걸고 단골 중심으로 영업하는 등 날로 지능화되어 가고 있으며, 최근에는 조직 폭력배까지 가세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컴퓨터 도박을 알선하고 채권회수를 빌미로 차량이나 금품을 빼앗는 것은 기본, 협박, 폭력부터 살인에 이르기까지 도박 문제로 다양한 범죄가 양산되는 곳이 불법 사행성 PC방이다.

사행성 PC방은 짧은 시간에 고수익을 얻을 수 있고, PC방에 출입한 사람은 훈방처리되기 때문에 근절이 어렵다. 또 누구나 쉽게 빠진다. 불법 도박장이 성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곳에서 벌어들이는 하루 수익은 200만~300만 원 정도인데 반해 경찰에 적발되더라도 법적으로 내려지는 최고 추징금은 1000만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단속망에 걸려도 매월 수천만 원의 이익을 위해 재차 게임장을 개설하기 일쑤다.

일반인들이 도박에 빠지는 이유는 개인적인 이유와 환경적인 이유로 나뉜다. 최근 고스톱, 포커 등 웹보드 게임에 대한 강력 규제가 시행 되면서, 환경에 변화가 생긴 일반 이용자들이 사행성 PC방으로 눈길을 돌리진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데일리게임 이재석 기자 jshero@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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