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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전설] 연기처럼 다가오는 공포 '사일런트힐'(1)

게임은 아이들의 장난감으로 출발해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 콘텐츠로 확고히 자리 매김 했습니다. 게임은 문화 콘텐츠를 넘어 2010년 기준 한 해 60조 원이 오가는 문화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발전 과정은 수 많은 게임 제작사와 완성도와 작품성, 예술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습니다. 데일리게임은 게임을 문화 산업으로 성장시키는데 있어 주요한 역할을 한 유명 게임 시리즈의 못다한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편집자 주>

코나미가 발매한 사일런트힐 PC버전 패키지 커버
코나미가 발매한 사일런트힐 PC버전 패키지 커버

◆호러게임의 양대 산맥, 사일런트힐

현대 콘솔 업계에는 수 많은 호러 게임이 범람하고 있습니다. 좀비, 괴생명체, 외계인 등 다양한 소재만큼이나 전통적인 어드벤처 방식을 탈피해 서바이벌 액션 방식으로 진화한 뒤 건슈팅, RPG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는데요.

호러게임이 마니아들만 한다는 편견을 깨고 대세가 된 것은 앞서 이야기한 바 있는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덕분입니다. 하지만 강력한 경쟁작이 없다면 하나의 장르가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기는 힘든 것이 사실인데요.

'바이오하자드'의 라이벌이자 호러 장르를 이끈 것은 코나미의 서바이벌 호러 게임 '사일런트힐'이라는 데는 많은 게이머가 동의할 것입니다. 독특한 세계관과 그래픽의 한계를 역이용한 공포 조성, 여러가지 심리적인 함정들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공포감인데요. '바이오하자드'가 단지 불투명한 생존 여부에서 공포감을 조성했다면 '사일런트힐'은 이런 보편적인 감성을 자극하는데 주목했습니다.

'바이오하자드'가 공포와 생존을 키워드로 전세계를 휩쓸 무렵 역시 인기에 편승한 다양한 시리즈가 나왔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캡콤이 '바이오하자드'의 방식을 차용해 만든 '디노크라이시스'(공룡이 등장한다!)였지요. 물론 다양한 장르에서 호러와 괴물을 사용한 여러 게임이 등장했지만 게임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단순한 아류작, 공포의 대상이 바뀐 점 외에는 '바이오하자드'가 닦아놓은 길을 답습한 수준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호러 게임 마니아들은 결국 콘솔 게임기에서는 공포(호러)가 주류가 될 수 없다고 한탄했었습니다.

사일런트힐 시리즈는 연출을 통해 공포감을 배가하는 연출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사일런트힐 시리즈는 연출을 통해 공포감을 배가하는 연출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1999년 코나미가 '사일런트힐'을 세상에 내놓자 이런 게이머들의 평가는 천천히 바뀌게 됩니다. '사일런트힐'이 주는 심리적 공포와 압박감, 게임기의 한계를 역이용한 연출 등은 흡사 영화와 같은 연출 기법을 보여줬고, 세련된 공포 게임에 게이머들은 열광하게 됩니다. 사실 '사일런트힐'에서 살아남느냐 죽느냐에서 오는 공포는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적은 느리고, 공격할 수 있는 장비도 있으며, 미지의 적이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라디오 장치 등 다양한 아이템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장치들 덕에 '사일런트힐'은 출시 초반에는 '바이오하자드'을 배낀 어설픈 작품이라는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요. 이런 평가는 이후 공포 게임에 굶주려 있던 게이머들이 플레이를 속속 끝마치면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게 됩니다.

일부에서는 '사일런트힐'의 뛰어난 연출 기법은 공포 영화의 대가 알프레드 히치콕의 고전을 답습하면서, 현대적인 감각을 차용한 '진정한' 호러 게임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는데요. 이런 세련된 연출 기법과 공포감 조성은 소재 고갈로 어려움을 겪던 할리우드 영화 제작업체들에게 희소식이었고, '바이오하자드'와 함께 영상화 되기도 했습니다.

◆사일런트힐, 공포의 근원을 탐구하다

'사일런트힐'이 주는 최대의 공포는 바로 사람의 심리를 뒤흔드는 연출이 아닐까 합니다. '사일런트힐'은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 주인공의 시점으로 황폐혜진 도시에서 가족을 찾는다는 것이 주요 스토리라인입니다. 이런 설정은 '바이오하자드'의 훈련된 특수부대원과 생존을 주목했다는 점과 차이점이 발생하는데요. '사일런트힐'을 만든 개발자들은 일반인의 시점에서 초 현실적인 공간과 사건을 경험하며 느끼는 공포를 극대화 하겠다고 공언한 것과 연관이 있습니다.

사일런트힐의 트레이드 마크인 안개 효과는 플레이스테이션의 낮은 성능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였다
사일런트힐의 트레이드 마크인 안개 효과는 플레이스테이션의 낮은 성능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였다

여기에 더해 시시각각 밝혀지는 주인공의 뒷 이야기의 충격은 삶에 대한 집착에서 오는 공포와는 다른 압박감을 느끼게 해주는데요. 입체적이고 초현실적인 사건이 겹치면서 밝혀지는 주인공의 뒷이야기와 성장은 '사일런트힐'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입니다.

'사일런트힐' 시리즈를 플레이 하면 기존 게임과 비교 했을 때 극단적으로 적은 시야를 제공하는데요. 일명 포그효과라 불리는 안개효과는 게이머의 시야를 차단할 뿐 아니라 '저곳에 무엇이 있을까'라는 미지의 공포감을 줍니다. 사실 이런 효과는 기획단계에서 의도한 것이 아닌데요.

'사일런트힐' 1편이 발매된 플레이스테이션의 경우 3D 효과를 강조한 게임기긴 하지만 처리 속도에 있어서는 매우 낮은 수준에 불과했고, 코나미와 '사일런트힐' 개발진이 원하는 환경을 표현하기에는 너무 부족했습니다. 결국 기기의 한계 덕분에 생겨난 기능이 공포감을 주는 배경이 된 것이지요.

코나미 음향팀의 베테랑 개발자로 근무하던 야마오카 아키라는 기획의 컨셉이 잡히자 극단적으로 좁은 시야의 장점을 살리기 위한 작업에 들어갑니다. 바로 음향효과를 사용하자는 아이디어를 구체화 한 것인데요. 야마오카 아키라는 아무런 소리가 존재하지 않는 장소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 라디오의 잡음 등 일상 생활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소리를 극단적으로 편집해 공포 효과를 내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사일런트힐과 비트매니아의 음향효과를 담당한 야마오카 아키라. 사일런트힐 영화 제작 속편 제작 총괄을 담당하기도 했다(사진 출처:위키피디아)
사일런트힐과 비트매니아의 음향효과를 담당한 야마오카 아키라. 사일런트힐 영화 제작 속편 제작 총괄을 담당하기도 했다(사진 출처:위키피디아)

야마오카 아키라의 주도로 음향 특수 효과가 완성되자 '사일런트힐'은 제작의 뼈대가 잡히기 시작하는데요. 좁은 시야와 소름 끼치는 음향, 미지의 적에 대한 공포가 어우러진 것이지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 게임에서 적은 그다지 큰 공포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좁은 통로에서 들리는 소리와 휴대용 랜턴에 의지한 시야 확보, 적이 가까이 있음을 알리는 라디오의 잡음이 더 큰 공포감을 조성하는데요. 이런 인간의 미지에 대한 공포는 기존 호러 게임과는 다른 '사일런트힐' 만의 공포의 근원 탐구라는 작품성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키워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데일리게임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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