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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전설] 연애시뮬레이션 걸작, 두근두근메모리얼

두근두근메모리얼 1편 커버 이미지
두근두근메모리얼 1편 커버 이미지
◆연애 시뮬레이션을 양지로 끌어올린 '두근두근메모리얼'

"전설의 나무 밑에서 기다릴께"

고등학생 신분을 벗는 졸업식. 평소 흠모하던 이성친구에게 고백을 받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이 궁금증을 게임으로 풀 수 있는 장르가 바로 연애 시뮬레이션 장르입니다.

연애 시뮬레이션 장르의 시작은 IBM PC 시절 DOS 용 게임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설 입니다. 2~30대 게이머라면 익숙할 '동급생'이 대표적인 게임이지요. 엄청난 판매량과 게임성을 인정 받은 이 걸작(?)들은 불행하게도 음지에서 더 많이 알려진 게임입니다. 게임을 팔기 위해 삽입한 야한 장면이 문제였지요. 이런 특징 때문에 연애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는 '야게임'(야한 게임)이라는 오명으로 더 오래 알려졌습니다.

연애 시뮬레이션 장르를 양지로 끌어 올린데는 '두근두근메모리얼'(도키메키메모리얼)의 역할이 중요했습니다. 모든 연령의 게이머가 플레이 할 수 있는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의 시초로 불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두근두근메모리얼'의 시스템은 간단합니다. 게이머는 고등학교 3년 교육 기간 중 학업과 아르바이트, 휴식을 골고루 지정하여 NPC 캐릭터의 고백을 받아내면 엔딩을 얻게 되는 방식인데요. 코나미는 시뮬레이션 장르의 단점인 단조로움을 개선하고 '연애'의 재미를 배가 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등장인물에게 대한 태도가 다른 캐릭터에게 영향을 주는 폭탄 시스템. 주인공의 능력치가 캐릭터의 호감도에 영향을 주는 '파라미터'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지요.

'두근두근메모리얼'은 발매 초기 PC엔진 용 소프트웨어로 개발되었습니다. PC엔진이 당시 콘솔 게임 시장에서 약자로 분류되었기 때문에 초반 판매량은 형편없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각종 매체와 게이머의 입소문으로 분위기를 탄 '두근두근메모리얼'은 플레이스테이션, 세가새턴, 슈퍼패미컴, 게임보이, PC 등으로 이식되어 당시로서는 천문학적인 매출을 올리게 됩니다. 당시 '두근두근메모리얼'의 인기는 개발업체인 코나미를 대표하는 게임으로 단숨에 교체되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지요.

두근두근메모리얼 1편은 PC 한글화 버전이 국내에 정식 발매됐다
두근두근메모리얼 1편은 PC 한글화 버전이 국내에 정식 발매됐다

◆게임과 파생 상품 '폭발'

'두근두근메모리얼'은 상업적 성공뿐 아니라 파생 상품 판매량도 무시무시한 폭발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정판 패키지의 상품이나 아트북으로 취급돼 관계자가 아닌 이상 큰 의미를 가지기 힘들었던 제품들의 '상품'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지요. 물론 이런 흐름은 일본 애니메이션과 만화로 시작된 흐름의 연장선 상에 있지만, 게임이 기존의 시장에서 먹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은 평가 받아야 합니다.

'두근두근메모리얼'의 상품은 캐릭터 설정집, 드라마CD, 캐릭터 패규어 등 종류가 다양합니다. 상품을 소개하는 수 백 페이지의 캐릭터 상품 카탈로그가 유료로 판매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지요. 캐릭터 상품 중 가장 판매량이 좋았던 상품은 드라마 CD 입니다. 드라마 CD는 일본에서 시작된 독특한 콘텐츠 상품으로, 육성으로 녹음한 대화집을 판매하는 상품입니다. 특히 일본은 캐릭터의 목소리를 연기하는 성우 시장이 풍부하고,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가지고 있어 인기가 좋을 수 밖에 없는데요. 이후 연예 시뮬레이션을 표방하는 게임들은 게임 출시와 함께 드라마 CD를 동시에 출시하는 것이 정석처럼 받아지게 됩니다.

한국에서는 일본 콘텐츠 수입이 제한됐던 시절 용산과 청계천 등지에서 '두근두근메모리얼' 관련 상품이 고가로 판매되기도 했는데요. 이때 판매되던 사진은 캐릭터 상품 카탈로그를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두근두근메모리얼로 시작된 미디어믹스 열풍은 결국 일본 시장을 고립시키는 원인이 됐다
두근두근메모리얼로 시작된 미디어믹스 열풍은 결국 일본 시장을 고립시키는 원인이 됐다

◆두근두근메모리얼, 일본 게임 시장의 몰락 가속화

'두근두근메모리얼'이 게임 캐릭터의 상품성과 연예 시뮬레이션 장르를 양지로 끌어 올린 공로는 어느 누구도 깎아 내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두근두근메모리얼'이 남긴 폐혜는 일본 게임 시장의 몰락을 불러왔다는 악평을 받는데요. 캐릭터 인기에 치중한 파생 상품에 대한 과다한 투자, 개발이 비교적 편한 연예 시뮬레이션 장르의 범람, '오타쿠' 문제를 야기했다는 이유 때문이지요.

실제로 '두근두근메모리얼'이 히트를 친 이후 일본 게임 업계는 캐릭터 성에 대한 중요도가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5세대 콘솔 게임기와 PC의 발전 등 기술의 진보로 보다 다양한 캐릭터 표현이 가능해 진 것도 이를 부추겼습니다.

여기에 더해 연예 시뮬레이션 장르가 개발이 쉽고 빠르다는 특징 때문에 대형 게임 업체 대부분의 게임 업체가 이 장르의 신작을 발매했고, 파생 상품이 범람하면서 일본 게임 시장의 부정적인 특징을 고착화 시켰습니다.

이런 문제들 속에서 나온 것이 '오타쿠'의 사회적 문제화 인데요.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수 천만원의 돈을 투자하는 '오타쿠'라는 새로운 소비 집단이 등장시킨 것이 '두근두근메모리얼'을 시작으로 한 연예 시뮬레이션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오타쿠' 계층은 일본 거품 경제 시절의 재력과 합쳐져 취업활동을 하지 않는 마니아 집단으로서 시작해, 현재는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을 파고들어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는데요.

이런 '오타쿠' 소비층은 막대한 소비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게임 업계는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게임과 함께 부가 수익을 올려주는 소비자층을 무시할 수는 없고, 이들을 만족 시키기 위해서 드는 투자 비용도 적기 때문에, 일본 업체들은 스스로 '갈라파고스'화 되는 경향을 가져오게 됐는데요. 속칭 '모에'(캐릭터의 특정 매력을 강조)한 캐릭터 강조하기 위해 투자된 인력은, 게임의 진화를 느리게 만들었고 결국 일본 게임이 쇠퇴하는 계기로 꼽히곤 합니다.


[데일리게임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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