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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앰' 신화 이한창 대표 패셔니스타로 변신…패션가발사업 도전

200여명 직원을 두고 게임 하나로 200억 대 매출을 올리던 게임회사 CEO가 가발회사를 차렸다. 그것도 10대와 20대 학생들이 좋아하는 패션가발이다. 50대 아저씨(?)가 갑자기 패션사업이라니, 어안이 벙벙하다. 주인공은 윈디소프트 전 대표 이한창 대표. 그는 올 초 '바비컬'(http://www.barbiestyle.co.kr)이란 브랜드의 온라인쇼핑몰을 오픈하고 사업에 몰두 중이다.

이 대표는 본사를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 패션의 거리에 차렸다. 유행에 민감한 이곳에는 각종 옷가계와 소품샵, 스타일리쉬한 음식점이 자리잡고 있었다. 본사는 가정집을 사무실로 개조한 곳으로, 영화 '건축학개론'의 제주도 집처럼 옥상 잔디정원을 만들어 둔 것이 인상적이었다.

5월의 맑은 햇살 아래, 옥상 잔디정원 앞 회의실에서, 앞 음식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릴 들으며 인터뷰는 이뤄졌다.

'겟앰' 신화 이한창 대표 패셔니스타로 변신…패션가발사업 도전


◆ 패션가발은 미래산업

"국민소득 3만 달러만 넘어가면 패션가발 산업이 미래 비즈니스가 될 겁니다. 미국과 일본 등 우리보다 소득이 높은 국가에서 이미 입증이 됐습니다. 이게 가발사업을 시작한 이유죠."

'왜...'라는 질문에 답은 쉽게 돌아왔다. 패션가발은 10~20대 여학생들에게 이미 대중화 됐다는 것. 외모에 관심이 많은 10대들이 새로운 수요층으로 급격히 부상 중이다. 자신의 머리에 간단하게 핀으로 고정시키는 패션가발은 쉽게 스타일 변화를 이끌 수 있어 필수 패션 아이템이 됐다.

실제로 바비컬에서 판매되는 패션가발은 포니테일, 앞머리가발, 붙임머리, 피스머리, 만두머리 등 스타일에 따라 명칭이 다르고 각 스타일 역시 모양에 따라 수십종 가발로 늘어난다. 또 통가발에 실제 인모로 만드는 프리미엄 가발까지 영역도 다양하다. 기자처럼 대머리 아저씨가 쓰는 가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요즘은 화학사로 만든 인조가발의 품질이 실제 머리카락과 유사해 분간이 잘 안 된다고. 품질과 기능은 올라갔는데 가격은 낮아졌으니 학생들의 주머니 부담도 줄였다. 앞머리 가발은 만 원이면 구입할 수 있을 정도다.

"패션도 게임도 핵심은 즐거움(FUN)이죠. 저희가 설문 조사한 중고등학생 중 80%가 가발구매 경험이 있더군요. 자신을 꾸미고 표현하길 좋아하는 여학생들에게 패션가발은 립스틱과 귀걸이처럼 하나의 패션소품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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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판매실적, 눈물 났다

이한창 대표는 5년 전 지인으로부터 가발사업을 제안 받았다. 지인은 가발을 생산해 국내 가발 점유율 1위 회사에 납품 중이었다. 경영을 전공한 이 대표와 손을 잡으면 패션가발 영역을 새롭게 개척할 수 있다고 설득했지만 그는 끝내 거절했다. 그런 제안은 해마다 계속됐고, 이 대표 역시 가발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지난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가발은 더워지는 여름부터가 비수기다. 그래서 사이트 기능을 정상화 시키고 찬바람이 부는 9월부터 본격적인 마케팅을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뜻밖의 매출이 발생했다. 이 대표는 그때를 생생히 기억했다.

"잊지도 않아요, 작년 9월 6일 첫 모델 촬영을 했어요. 2월 10일에 빌링을 막 붙이고 테스트를 하고 있었죠. 그런데 2월 19일에 첫 매출이 났어요. 마케팅도 안 했는데 어떻게 알고 들어와 구매를 했는지... 처음에는 혹시 관계자의 지인인 줄 알고 유입경로 및 신분을 확인해 봤지만 전혀 관계가 없었습니다. 기분이 정말 이상해서 눈물이 나더군요."

'겟앰' 신화 이한창 대표 패셔니스타로 변신…패션가발사업 도전


◆ 미스코리아도 찾는 가발

학생들이 고객이다 보니 패션가발은 저가라는 인식이 있지만, 바비컬은 달랐다. 이 대표는 '바비컬' 브랜드를 최고로 키우기 위해 이 분야 최고들을 섭외했다.

일단 10~20대 여학생들이 관심이 많은 '도전수퍼모델코리아' 시즌 3 준우승을 한 김진경을 모델로 앞세웠다. 김진경이 소속된 에스팀 모델 아카데미와 제휴를 맺고 청순, 발랄한 모델들을 섭외했다.

타 패션가발 업체들이 얼짱 출신을 기용해 얼굴을 강조해 왔지만 이 대표는 이 분야 전문가인 모델을 내세워 차별화를 뒀다.

그 다음은 최고 스타일리스트로 손꼽히는 한혜연씨에게 패션을 김하늘, 소이현, 최강희, 비 등의 헤어스타일을 담당한 청담동 보보리스 강성희 원장에게 가발 스타일을 맡겼다. 머리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패션을 강조해 브랜드화 시키겠다는 전략 때문이다.

"바비컬을 말할 때 '제가 만든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이 제품은 한혜연 스타일리스트와 강성희 원장, 그리고 뛰어난 모델들이 만든다고 말하죠. 이 업계에서는 없던 방식입니다. 단순히 머리 모양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모습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그 덕분일까, '바비컬은 미스코리아도 찾는 제품'이라고 이 대표는 귀띔한다. 향후 이를 마케팅으로 활용할 계획이라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실제 미스코리아가 부분가발을 착용하고 찍은 사진을 봤지만 뭐가 가발인지 도통 모를 정도로 정교하다. 또 영화 소품협찬도 이뤄지고 있는 등 가발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실력을 인정 받고 있다.

'겟앰' 신화 이한창 대표 패셔니스타로 변신…패션가발사업 도전


◆ 꽁지머리 스타일 기대하세요

고객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이한창 대표는 현장에서 가발에 대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윈디소프트 대표일 때도 어린 학생들에게 '겟앰프드'가 왜 좋은지 물어보고, 그 부분을 게임에 집중 반영했다. 마찬가지로 패션가발 사업을 준비하면서 딸과 많은 이야기를 했고, 여성의 머리에 관심이 많아졌다. 이제는 머리 스타일만 봐도 나이를 맞출 수 있을 정도라고.

"중학생들은 앞머리에 관심이 많아요, '깻잎머리' 스타일처럼 앞머리를 강조하면 거의 중학생이고, 고등학생은 자연스러운 연출을 할 수 있는 길이에 선호하죠. 컬이 있는 부분가발을 좋아해요. 대학생은 자신만의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걸 찾고, 임신과 출산으로 부분 탈모가 생긴 30대 후반은 풍성하게 표현하려는 '피스' 제품을 찾죠."

이 대표가 여성학 얘기를 흥미롭게 듣고 있다가 불쑥 물었다. '패션사업 하시는데 아저씨처럼 보이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돌아오는 대답은 더 흥미롭다.

"매출이 100억 정도 돼서 1등이 되면 이걸 약속 드리죠. 꽁지머리로 스타일을 바꿔서 50대 패셔니스타가 무엇인지 보여주겠습니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동부화재에서 '금융맨'으로 통했던 이한창 사장. 온라인 게임산업이 1조 매출이 안됐던 2000년대 초반 게임산업에 뛰어들어 10대들의 필수 게임인 '겟앰프드'를 성공시킨 그가 '패션가발'로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지 앞으로가 기대된다.

[글=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사진=박운성 기자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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