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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 타임머신] 닌텐도의 굴욕 '버추얼 보이'

데일리게임이 임진년을 맞아 게임 산업 초기의 성장 동력원이 된 콘솔 게임기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최초의 비디오 게임으로 알려진 스페이스워로 부터 50여년이 지난 2012년 오늘, 콘솔 게임 시장에서 어떠한 게임기가 등장했으며 어떻게 사라져 갔는지 정리했습니다.<편집자 주>

◆닌텐도, 차세대 콘솔 경쟁에 뒤쳐지다

[콘솔 타임머신] 닌텐도의 굴욕 '버추얼 보이'

◇슈퍼패미콤으로 게임보이 소프트웨어를 즐길수 있게 해주는 추가기기 '슈퍼게임보이'


닌텐도는 패미콤 발매 이후 10년 이상 거치형과 휴대형 콘솔 시장을 모두 장악하며 절대 강자로 우뚝섰습니다. 하지만 시장 독점적 지배구조는 언제가 문제가 되기 마련인데요. 1994년 32비트 휴대용 게임기 시장이 시작될 무렵 닌텐도는 소니와 세가의 저력을 가볍게 여겨 구형 기기인 16비트 슈퍼패미콤을 고집했습니다.

닌텐도는 슈퍼패미콤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앞서 설명한 것처럼 사테라뷰나 게임보이 소프트를 플레이할 수 있는 '슈퍼게임보이' 등을 출시합니다. 소니와 합작으로 만들던 애드온 '플레이스테이션'(가칭)을 포기한 것도 독점적 시장 지배라는 기이한 구조가 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때문에 닌텐도는 세가 새턴과 소니 플레이스테이션1 발매 이후 시장 지배력이 약해질 수 밖에 없는데요. 일반적인 회사라면 차세대 기종을 발빠르게 발매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대처하겠지만 닌텐도는 색다른 경영 전략을 내세우게 됩니다. 바로 신형 휴대용 게임기로 활로를 개척하는 방식입니다.

◆휴대용 이지만 들고다닐수 없다? 닌텐도 '버추얼보이' 참패

[콘솔 타임머신] 닌텐도의 굴욕 '버추얼 보이'

◇닌텐도 '버추얼 보이'. 자동차가 없다면 휴대는 불가능한 수준의 기기였다


닌텐도는 이미 세가 메가드라이브와 경쟁에서 패색이 드리울 무렵 게임보이로 수명을 연장한 경력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일부 팬들은 닌텐도의 경영이 어려우면 휴대용 게임기로 연명한 뒤 새로운 콘솔을 내놓는다고 분석할 정도니까요.

때문에 세가와 소니의 약진으로 경영이 어려워진 닌텐도는 어김없이 휴대용 게임기로 활로를 찾게 됩니다. 바로 1995년 발매된 닌텐도 버추얼 보이 입니다. 버추얼 보이는 게임을 조작하는 콘트롤러와 화면을 표시하는 디스플레이 부분으로 나뉜 게임기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버추얼 보이는 몇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는데요. 바로 신기술인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ead Mount Display, HMD)와 3D 입체 영상을 구현했다는 점입니다.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는 당시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전방향 화면 표시기 였는데요.(사람의 모든 시야각에 게임 화면을 비춘다는 의미) 첨단 의료분야나 특수 목적 로봇을 제어하기 위해 만들어진 디스플레이를 휴대용 게임기가 도입했다는 점은 참신함을 넘어 혁신적인 일이었습니다.

버추얼 보이의 또 하나의 특징은 3D 입체 화면을 표시할 수 있다는 것 입니다. 주로 3D 방식의 영화관에서 사용되는 스테레오스코프(Stereoscopy)를 활용한 3D 입체 화면은 당시 기술력으로서는 믿기 힘든 고품질의 화면을 표시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버추얼 보이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닌텐도 최악의 콘솔 게임기로 불리는데요. 휴대용 게임기로 불리기 어려운 커다른 본체와 패드로 이루어진 거치형 수준의 크기 때문입니다. 이름만 휴대용일뿐 실제로 야외에서 플레이는 불가능한 수준이었기 때문이지요.

[콘솔 타임머신] 닌텐도의 굴욕 '버추얼 보이'

◇버추얼 보이 게임 '레드 알람'(Red Alarm) 스크린샷. 20분만 플레이해도 눈이 나빠진다는 소문이...


또한 디스플레이 역시 NEC나 세가에서 발매한 휴대용 게임기와는 달리 검은 바탕에 빨간 와이어로 이루어진 간략한 화면만을 표시할 수 있었는데요. 이 화면은 쉽게 눈에 피로가 쌓이기 쉬워 비교적 단순한 액션게임도 하나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더이상 플레이가 불가능해질 정도 였습니다. 거기다가 익숙치 않은 입체 구성까지 겹쳐 멀미 증상을 호소하는 게이머도 등장할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결국 버추얼 보이는 전세계 판매량 77만개(게임보이는 전세계 1억 1869만개 이상 판매됐다)를 기록하며 1년만에 제품생산이 중단되는 치욕을 겪었는데요. 소문에 따르면 2000년도 초기 중동의 부호들 사이에서 버추얼 보이가 유행했다고 하니 게임 시장은 알다가도 모르겠네요.

◆콘솔 게임의 라이벌, PC 패키지 태동

1995년 이후 콘솔 게임 시장은 PC 패키지 게임이라는 라이벌을 만나게 되는데요. 이후 콘솔 게임과 PC 패키지 게임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동반성장하는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되는 만큼, PC 패키지 시장의 발전 과정을 간략하게 나마 소개할까 합니다.

[콘솔 타임머신] 닌텐도의 굴욕 '버추얼 보이'

◇하나로 통신의 ADSL 전용선 광고. 한국 PC 패키지 게임의 모든것이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5년 이후 CPU 가격 하락과 펜티엄급 프로세서의 등장으로 PC 패키지 게임은 큰 변화를 겪게 됩니다. 개인용 컴퓨터(PC)가 인터넷의 보급으로 일반 가정에서 사용률이 늘어남에 따라 PC 패키지 게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해 콘솔 게임 시장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치고 올라왔기 때문인데요. (참고로 한국에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서 1990년 3월 24일 첫 인터넷 접속에 성공했고, 1995년 ADSL 전용선의 보급이 시작되면서 PC가 가정 필수품으로 등극, 1998년 국민게임 '스타크래프트'가 발매 되었다)

콘솔 게임 왕국인 일본에서 조차 PC 용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인 '프린세스메이커'와 '택틱스', '삼국지' 시리즈로 대표되는 시뮬레이션 RPG가 인기를 얻기 시작하고, 북미와 유럽은 '둠'과 '퀘이크'같은 FPS 게임이 인기를 끌며 콘솔 시장 압박하기 시작합니다.

PC 패키지 시장은 1997년 부터 액션 RPG 명작 '디아블로'가 1998년에는 FPS 게임 '하프라이프'와 '발더스게이트'가 출시되 게임은 전용 하드웨어가 필요하다는 당시 상식이 위협받게 됩니다. ('페르시아의왕좌', '문명', '대항해시대' 등 레트로 PC 패키지 게임도 인기는 있었으나 판매량은 콘솔 게임 평균 판매량의 절반 수준도 되지 않는다. 게임 복사 문제와 유통 구조 때문에 판매량이 미비해 정확한 수치조차 남지 않은 상황)

콘솔 게임 최대 시장인 북미와 유럽서 인기있는 장르 슈팅 류의 단점인 게임 밸런싱과 진행과 스토리 텔링 부족 문제를 해결한 '하프라이프' 시리즈, 테이블 RPG게임인 '던전앤드래곤'(캡콤의 아케이드용 게임이 아니다!)의 기본 룰을 시스템적으로 완벽히 녹인 서양식 RPG '발더스게이트'의 등장으로 콘솔 게임 최대 소비 시장은 북미와 유럽 시장의 PC 패키지 게임 점유율이 점차 늘어나게 됩니다.

[콘솔 타임머신] 닌텐도의 굴욕 '버추얼 보이'

◇왼쪽부터 '하프라이프', '발더스게이트', '디아블로'


'발더스게이트'는 1997년 발매된 액션 RPG '디아블로'와 함께 죽어가던 PC 패키지용 RPG를 부활 시키는데 큰 역활을 합니다. 이후 PC 패키지 게임은 '하프라이프'식 FPS 게임과 '발더스게이트' 식 RPG, '디아블로' 식 액션 RPG 게임의 범람으로 크게 성장하게 되는데요. PC 패키지 시장에서 시작된 각 장르의 열기는 콘솔 게임에도 곧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1998년 이후 대작 시리즈가 늘어남에 따라 이후 콘솔 게임 시장은 전용 하드웨어가 필요한 콘솔 게임과 PC 패키지 게임으로 양분 되게 됩니다.

[데일리게임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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