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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타임머신] 닌텐도 8비트 평정, 세가 16비트로 반격

데일리게임이 임진년을 맞아 게임 산업 초기의 성장 동력원이 된 콘솔 게임기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최초의 비디오 게임으로 알려진 스페이스워로 부터 50여년이 지난 2012년 오늘, 콘솔 게임 시장에서 어떠한 게임기가 등장했으며 어떻게 사라져 갔는지 정리했습니다.<편집자 주>

◆세가의 반격 '메가드라이브', 16비트 시대를 열다

[콘솔타임머신] 닌텐도 8비트 평정, 세가 16비트로 반격

◇미국판 '세가 제네시스' 롬팩 삽입구에 금색의 16비트 표시가 인상적이다


8비트 시대가 끝나갈 무렵, 거치형 게임기(콘솔 게임기) 시장의 후발 주자였던 세가의 반격이 시작됐습니다. 최초의 16비트 게임기로 기록된 메가드라이브를 1988년 일본 출시를 시작으로 북미와 일본, 한국에 출시한 것입니다. 세가는 최초의 16비트 게임기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에 롬팩을 꽂는 슬롯 부분에 커다란 글씨로 16비트라는 글씨를 금색으로 표기합니다.

당시 컴퓨터는 인텔의 80286(286 컴퓨터)과 80386(386 컴퓨터)가 대세 였고 고밀도 집적 회로 개발 기술이 발전하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때문에 세가는 콘솔 게임기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8비트 CPU를 대신 16비트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MC68000이라는 칩을 사용하게 됩니다. 또한 게임에서 연산 속도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그래픽 처리 장치(Graphic Process Unit)로 당시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던 Z80을 2개 탑재하는 과감한 선택을 합니다.

메가트라이브가 채택한 CPU MC68000은 약 8Mhz, GPU인 Z80은 3.5MHz 의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흔히 Hz(Hertz)로 표현되는 주파수의 단위는 1초에 주파수의 진동수를 수치적으로 기록한 것인데요. 일반적으로 1Hz는 1초에 한번 진동하는 것을 뜻합니다. 괘종시계에 붙은 시계추가 1초에 한 번씩 왕복하는 것은 1Hz로 표현할 수 있겠네요.

즉, 8MHz는 약 8000 번의 진동이 1초 동안 발생한다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CPU는 전기적 신호의 유무를 0과 1로 표현하는 이진법을 사용해 덧셈과 뺄셈(CPU 구성 중 가산기가 이에 해당합니다)을 기본으로 정보를 처리합니다.

쉽게 말해 게임에서 몬스터를 때리는 동작이 약 10Hz대의 계산 능력을 필요로 한다면 800마리의 몬스터를 한 번에 처리하는 기술도 이론상으로는 게임에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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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미콤용 록맨2(좌측)와 메가드라이브용 베어너클(우측)


당시 메가드라이브의 경쟁 기기인 닌텐도의 패미컴은 N2A03 CPU를 사용해 약 2MHz의 처리속도를 가지고 있었으니 단순 비교하면 약 4배의 성능차이가 있었다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사실은 좀 더 복잡합니다) 이렇듯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하드웨어 구성을 선택한 메가드라이브는 게임 속에서 벌어지는 이벤트와 화면 전환 능력이 개선되어 보다 속도감 있는 게임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합니다.

또한 화면에 표시되는 이미지나 그래픽을 처리하는 GPU를 2개 사용하는 메가드라이브는 CPU 성능과 절묘한 시너지를 일으켜 엄청난 속도로 화면을 전환 할 수 있었는데요. 이런 메가드라이브는 약 1년 뒤에 발매되는 닌텐도의 16비트 게임기 슈퍼 패미콤(북미명 Super Nintendo Entertainment System) 보다 부드러운 화면을 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메가드라이브는 512개의 색상 중 64개의 색상을 하나의 스프라이트(몬스터 1개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동시에 표현할 수 있었는데요. 이는 경쟁 기기인 패미콤이 64개의 색상 중 오직 4개의 색상만을 하나의 스프라이트에 표현 가능한 점을 미루어 볼 때 메가드라이브가 당시로서는 얼마나 획기적인 제품이었는지 단적으로 나타내 주는 예입니다.


◇메가드라이브 광고 영상, 제네시스는 가능하지만 닌텐도는 불가능'(Genesis does what Nintendon't)로 기기성능 차를 강조했다(출처 : 유튜브)


◆후발 주자 세가의 도전 정신, 닌텐도를 앞지르다

세가는 본격적인 메가드라이브(북미명 제네시스, 한국에서는 슈퍼겜보이-슈퍼 알라딘보이로 판매) 시장이 형성된 1990년대부터, 전 세계 게이머들이 열광한 게임 '소닉더헤지혹'을 시작으로 아케이드에서 인기를 얻은 '골든액스', '수왕기'를 연이어 히트 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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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이드 명작들이 리메이크되어 집에서도 즐길 수 있었다


또한 메가드라이브 고유 게임으로는 '선더포스' 시리즈와 '베어너클', '판타지스타', '샤이닝포스' 시리즈를 내놓으며 인기를 얻습니다. 이때 세가의 게임 제작의 특징은 기기의 성능을 살린 속도감과 도전 정신 인데요. 닌텐도 게임이 대부분 모험을 통한 재미를 추가했다면 세가는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방식의 게임성을 제시함으로서 게임 시장을 넓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렇듯 게임의 속도감과 기존의 재미에 도전하는 실험적 작품들은 북미와 유럽 게이머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킵니다. 특히 '소닉더헤지혹'은 세가마스터시스템 당시보다 더욱 빨라진 속도와 화려한 효과, 점프버튼 하나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인기의 비결 이었습니다.

세가는 북미와 유럽(일본에서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의 반응에 힘입어 한때 콘솔 게임 시장 점유율 65%를 기록하는 활약을 펼치게 되는데요. 당시 콘솔 게임시장이 아타리 쇼크의 부작용과 닌텐도라는 걸출한 게임사의 등장으로 독점적 시장이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고인 물이 썩는 것처럼 만일 세가의 활약이 없었다면 지금의 콘솔 게임은 없었을 지도 모릅니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메가드라이브' 속으로 재탄생

20-30대 게이머들은 지금은 고인이 된 마이클 잭슨 게임을 한 번쯤은 플레이 해 보셨을 텐데요. 메가드라이브로 출시된 당시 팝의 황제로써 각종 시상식을 싹쓸이하던 마이클 잭슨의 영화 '문워커'(1988년)를 바탕으로 제작되어 인기를 끌게 됩니다. 주목할 만한 게임의 주인공인 마이클 잭슨이 프로듀싱을 직접 맞아 제작에 참여했는데요. 이 또한 해외 주요 방송의 뉴스에서 다뤄질 만큼 화제를 불러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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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의 뮤직비디오 스무스 크리미널(Smooth Criminal)이 절묘하게 녹아든 게임 '문워커'


당시 세가는 일본의 호황기와 맞물려 엄청난 이득을 거두던 시기였고 닌텐도를 누르기 위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스타 마케팅을 시도한 것인데요.

당시 마이클 잭슨은 스릴러 앨범이 전 세계에서 7천만장 이상 팔리는 대박 행진으로 등장하는 TV 프로그램은 모두 전설이 되고 참여한 기획은 모두 흥행몰이에 성공하는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막대한 마케팅 효과를 발생시키게 됩니다.

이 게임에서 마이클 잭슨은 로봇으로 변신하거나 장풍(!)을 날리는 등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때문에 게임으로 마이클 잭슨을 접한 일부 한국 게이머는 마이클 잭슨이 가상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당시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메가드라이브 주요 고객인 10대 청소년은 마이클 잭슨 열풍에서 한 발 비켜나간 세대여서 영화 '문워커'의 설정을 몰라서 생긴 이야기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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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은 춤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필살기를 가지고 있다(...)


'문워커' 영화에서 마이클 잭슨은 평화를 사랑하는 가수지만 사실은 외계인이란 설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신과 친하게 지내던 아이들(그는 아동 복지와 교육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이 범죄에 연루되자 그들을 구하러 마이클 잭슨이 나선다는 간단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게임에서의 마이클 잭슨은 지구인의 모습으로는 범죄 조직과의 싸움이 힘에 겨웠고 영화에서처럼 때마침(!) 지나가던 유성의 힘을 빌려 '문워커'로 각성, 로봇으로 변신하는 장면이 영화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메가드라이브용 '문워커'게임에서도 이런 부분이 묘사되어 있는데 스테이지를 공략하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을 먹으면 마이클 잭슨이 로봇으로 변신해 하늘을 날거나 레이저를 쏘는 등 게임 공략에 중요한 포인트가 되기도 했습니다.

◆세가의 기둥 '소닉'과 나카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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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닉 더 헤지혹(좌측)과 나카 유지(우측)


이러한 세가 메가드라이브의 성공 속에서 '소닉'은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인데요. 지금에야 마리오의 인기가 너무 좋아(기네스북에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게임 캐릭터로 등재 됐다) 비교하기가 민망하지만, 1990년도 초반만 해도 '소닉'은 마리오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인기가 많았습니다.

소닉은 세가가 닌텐도 패미컴 시스템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마리오 같은 게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제작에 들어간 게임인데요. '마리오'가 점프를 사용한 몬스터의 처리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면 '소닉'음 거침없이 스테이지를 질주하는 속도감이 중심이 된 게임입니다. '소닉' 시리즈는 누적 판매량 메가드라이브로 발매된 3개의 게임으로 전 세계 1200만개가 넘는 판매고를 올려 게임 업체 세가의 효자가 됩니다.

이런 '소닉'시리즈를 탄생시키는 데는 개발자 나카 유지가 주요한 역할을 했는데요.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던 청년 나카유지는 관련 물품을 구매할 때 마다 도쿄로 가는 것이 귀찮아 취직을 결심하게 되는데요. 마침 공개 채용을 진행 중이던 세가에 2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하게 됩니다.

1984년 세가에 입사한 나카 유지는 1년 전인 1983년 입사한 스즈키 유(아케이드용 오토바이 레이싱 시뮬레이션 게임 행온과 버츄어파이터 등을 제작)에게 게임 프로그래밍 기술을 전수받는 동안, '판타지스타', '스페이스해리어', '아웃런' 등을 제작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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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유(좌측)는 나카 유지의 성장 뿐 아니라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나카 유지는 이어 1990년 당시 세가에 근무하던 오시마 나오토, 야스하라 히로카즈와 함께 소닉 팀을 설립해 '소닉더헤지혹'을 만들게 됩니다. 나카 유지는 '소닉'의 인기에 힘입어 일약 스타 개발자로 이름을 날리게 되는데요, 특히 나카 유지는 세가 특유의 도전 정신과 스즈키 유에게 전수받은 밸런스 감각으로 단순히 달리고 점프하는 게임 '소닉'을 자유도 넘치는 게임으로 탈바꿈시키는 능력을 선보이며 회사 차원의 인정 받습니다.

1991년 팀원인 야스하라 나오토와 함께 '세가 오브 아메리카'로 둥지를 옮긴 나카 유지는 '소닉더헤지혹2', '소닉더헤지혹3', '소닉앤너클즈'를 만들면서 게임 업체 세가를 성장시키는 중요한 인물로 자리매김 합니다.

[데일리게임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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