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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타임머신] 닌텐도와 세가, 롬팩에 도전하다

데일리게임이 임진년을 맞아 게임 산업 초기의 성장 동력원이 된 콘솔 게임기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최초의 비디오 게임으로 알려진 스페이스워로 부터 50여년이 지난 2012년 오늘, 콘솔 게임 시장에서 어떠한 게임기가 등장했으며 어떻게 사라져 갔는지 정리했습니다.<편집자 주>

◆터무니없이 비싼 롬팩, 해결책은?

[콘솔타임머신] 닌텐도와 세가, 롬팩에 도전하다

◇일본판 패미컴과 디스크 시스템. 본체보다 커다란 추가 기기 였다


패미컴으로 게임 업계에 돌풍을 일으킨 닌텐도에게도 고민은 있었습니다. 바로 게임 소프트웨어 보급을 위해 선택한 롬팩의 생산 단가지요. 게임의 대용량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초창기 매일 상한선을 뛰어넘으며 보급되던 패미콤이 소프트웨어의 가격으로 발목이 잡힌 것 입니다.
닌텐도는 롬팩의 비싼 가격(당시 롬팩 4개의 가격이 콘솔 가격과 비슷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86년 2월 21일 일본을 시작으로 디스크 시스템의 판매를 시작합니다.

디스크 시스템은 양면 기록이 가능한 가로 2.8인치, 세로 3인치 규격의 플로피 디스크(FDD, 당시 컴퓨터는 5.25인치 디스크 사용)를 게임 플레폼으로 선택한 지금의 CD(Compact Dist)같은 존재였습니다. 즉, 네모난 플라스틱 안에 자기를 기록하고 있는 원반이 있는 일반적인 플로피 디스크(FD)를 롬팩 대신 선택한 것입니다.

닌텐도는 이 플로피 디스크를 '디스크 카드', 디스크 시스템을 사용하기 위한 기기를 '램 어댑터'로 이름 붙여 판매를 시작합니다. 이 시스템은 당시로서는 적지 않은 용량인 128Kb(킬로바이트)까지 사용이 가능했는데요. 1986년 당시 주로 제작되었던 게임의 용량이 50~100kb이었기 때문에(1986년 발매된 메트로이드는 약 80kb) 대부분의 게임은 디스크 카드 한 장으로 판매가 가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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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 카드로 출시된 젤다의 전설


게다가 롬팩과는 달리 용량이 늘어나더라도 제작 단가는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일정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또한 게임을 진행하다가 디스크 카드를 바꿀 수 있어 최대 용량인 128Kb를 넘는 게임도 무난하게 플레이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디스크 카드는 다시쓰기(Re Write, RW)가 가능한 장점이 있는데요. 당시 게임 소매점에서 500엔(한화 6000원)을 받고 디스크 카드에 새로운 게임을 입력해 주는 서비스는 당시 게임 업계에 신선한 도전이었습니다. 게이머 입장에서는 새로 나온 게임을 롬팩이나 디스크 카드 새 것으로 사는 것보다 최대 300엔(한화 3600원) 싸게 구입할 수 있고, 회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롬팩이나 디스크 카드를 만들기 위한 생산비가 줄어들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Win-Win'전략 이었던 셈이죠.

추가적으로 닌텐도 입장에서 보면 게임 소프트의 판매량은 늘고 고객층이 넓어지는 효과도 노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별도로 판매되는 '램 어댑터'를 추가로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단위 수익율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램 어댑터와 디스크 카드의 판매량은 당시의 데이터가 없어 알 수 없게 되어 버렸지만 공식적으로 지원이 중단된 2004년 약 450만대 가량 판매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시대를 앞서간 불운의 디스크 시스템

현재 CD와 DVD, 블루레이로 대표되는 광학 디스크를 통한 게임의 보급은 일상화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롬팩을 통한 판매가 주류인 상황에서 추가 기기를 통해 디스크를 게임 보급의 중심으로 삼는 아이디어는 매우 획기적이었습니다. 보급되는 매채의 가격은 싼 대신 추가 기기(HW)를 별도 판매함으로써 닌텐도의 수익성을 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였으니까요.

하지만 '램 어댑터'의 보급률은 2004년을 기준으로 7% 가량으로(패밀컴 판매량 약 6100만대) 이는 닌텐도가 바라던 목표량을 밑도는 저조한 수치였습니다. 즉 너무 빨리 시대를 앞서간 것이 오히려 독이 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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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이 일반화 되면서 기억 매체의 성능이 급성장했다. 사진은 MSX3(좌측)와 애플2(우측)


당시 플로피 디스크의 발전은 속도가 느린 반면 롬팸의 개량 속도는 눈부시게 성장하는 추세였고, 대용량 게임(3~500kb 수준)이 등장해 산업 구조를 뒤바꿔 놓음으로써 4~5장의 디스크 카드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게 됩니다. 즉, 최고의 매리트였던 가격경쟁력이 사라진 것입니다.

반도체 산업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면서 대용량 롬팩이 가격이 싸지면서 휴대와 보관성, 안전성이 높은 롬팩이 다시 게이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게 됩니다. 데이터의 읽기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플로피디스크는 왠지 화면 전환이 부드럽지 않은 경우가 발생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고가 사치품에 속하던 게임을 모두 사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친구들과 교환해 가며 게임을 하던 당시 게이머들은 추가 기기(애드온)이 필요한 디스크 시스템보다 롬팩이 효과적이고 경제적이었지요.




◇패미컴 디스크 시스템으로 메트로이드를 플레이 하는 영상. 90초 정도의 게임 로딩 시간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결점이라고 지적하고 싶은 것은 소음 문제입니다. 비록 '램 어댑터'는 작은 소음을 발생 시켰지만 게임의 플레이 시간이 길어지면서 야간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조용히 게임을 해야 했던 당시 게이머에게는 부담스러울 만큼 큰 소리였습니다. 때문에 게이머들은 불필요한 소음을 유발하는 디스크 시스템을 기피한 게 아닐까요?(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세가의 해결책은? 세가 마이 카드

닌텐도가 롬팩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디스크 시스템을 내놓은 것처럼 세가도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됩니다. 바로 IC(집적 회로)칩을 이용한 카드형 롬 시스템인 '세가 마이 카드' 시스템(이하 마이 카드) 인데요.

[콘솔타임머신] 닌텐도와 세가, 롬팩에 도전하다

◇세가 카드 캡처(좌측)와 마이카드. 마스터 시스템에는 카드 캡처가 기본 탑재 돼 있다


일반적으로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한 ROM과 달리 IC칩은 기억장치 뿐 아니라 연산 장치(PU, Processing Unit), 전기 신호를 증폭하는 트랜지스터(Transit Resistor, Transistor), 저항기, 축전기 등을 탑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IC칩은 콘솔 게임기의 부족한 메모리를 대체한다거나, 데이터 계산(연산)의 일부분을 수행하는 등 게임기가 가진 능력 이상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가 가능했습니다. (게임기의 제어를 담당하는 회로와 계산과 게임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는 회로를 가진 아케이드 게임처럼)

이 시스템은 세가 마스터 시스템의 전신인 SG-1000과 SG-2000 Mark2 버전에서는 상용화 되지 않았습니다. 마이 카드의 등장은 3번째 모델인 SG-1000 Mark3, 세가 마스터 시스템부터 기본으로 장착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기존에 판매된 SG-1000 Mark2 이하 버전을 위해 '카드 캐처'라는 추가 기기를 판매했습니다.

하지만 IC칩 역시 디스크 카드 처럼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했습니다. 콘솔 기기를 보완하기 위한 회로 설계는 담당 공학자들이 게임 설계와 제작 단계에 투입되어야 했기 때문에 인력 문제가 발생한 것이죠. 게다가 이렇게 제작된 마이 카드는 기획 의도와는 다르게 제작 단가가 롬팩보다 비싸져 버리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콘솔타임머신] 닌텐도와 세가, 롬팩에 도전하다

◇마스터 시스템2서 부터는 마이 카드 삽입구가 사라졌다


세가는 한때 마이 카드의 사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지만, 게임의 대용량화(당시 기준)에 따른 용량 문제가 겹쳐지게 되는데요. 따라서 게이머들은 마이카드는 점차 사용하지 않게 되었고 역사의 뒤편으로 조용히 사라지게 됩니다.

참고로 한국에서 판매되던 '삼성 겜보이'(마스터 시스템의 한국명) 역시 마이카드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한국에서는 세가가 판매한 마이 카드 보다는 하이콤 제조, 판매한 마이 카드(MSX게임이 들어있었다!)를 더 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데일리게임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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