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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집에

출국할 때 제일 먼저 챙겨야 하는 것은 바로 여권이죠. 여권은 외교통상부가 대한민국 국민임을 증명하고 여행의 목적을 표시하여, 자국민이 해외여행을 하는 동안 편의와 보호에 대한 협조를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일종의 공문서 입니다. 공문서 이기에 5년이나 10년 단위로 갱신해 본인임을 증명해야 함은 물론이죠.

오늘 ABC 뉴스는 지난번 ‘살을 빼야만 하는 이유’와 같이 여권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최근 N사가 중국 상해로 프레스투어를 떠났습니다. 상해서 발표회를 가진 것은 다들 아실 거고요, 이 투어에 동행한 기자만 46명으로 근래 가장 큰 규모였습니다.

N사는 원활한 단체비자 수속을 위해 여권사본을 투어 참가 기자들에게 요청했고, 중국 대사관은 단체비자를 발급한 상태였죠.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K기자도 투어에 참여했습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선 그는, 저와 함께 도시철도를 이용해 인천공항으로 갔습니다.

공항까지 1시간 30분 정도 걸렸는데, 심심했던 차에 저랑 여권에 찍힌 입출국 기록을 대조해 가며 누가 해외여행을 많이 다녔는지 자랑을 하기도 했죠. 둘 다 미국비자가 있어서 유효기간을 비교해 보며, 관련된 추억도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N사의 요청으로 출국 3시간 전 대부분의 기자들이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시간이 여유가 있었기에 공항도 둘러보고 얘기도 나누다가, 비행기 이륙 시간 1시간을 남겨뒀을 때 출국 심사를 받으러 갔습니다.

다들 큰 문제가 없이 출국 심사를 받았고 면세점 쇼핑에 나섰습니다. 먼저 심사 받은 저는 K기자와 같이 쇼핑하기 위해 안에서 기다렸죠. 그런데 K기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출국 심사대를 통과하지 못하고 옆에 사무실로 들어가더군요.

무슨 상황인지 알 수가 없어 뒤에서 대기 중이던 다른 기자에게 물어보니 “여권에 문제가 생긴 거 같던데…”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한참을 기다려도 K기자는 사무실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걱정돼 문자를 보냈더니 “여권기간이 만료되어 연장 신청 중”이라는 답변이 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여권 유효기간이 지나도 한참을 지난 것이죠.

K기자는 정작 여권에는 신경을 안 썼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여권사본을 보내면 여행사가 알아서 체크도 할 것이고, 비자를 발급하는 중국 대사관도 당연히 확인을 했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죠.

만약 알았다면 여행 전에 연장 신청을 당연 했겠죠. 공항 도착 후에 알았더라도 충분히 연장할 수 있는 시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이미 흐른 뒤였습니다. 기간 연장까지는 약 1시간이 소요됐는데, 여권을 갱신하면 2시발 비행기를 탈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다음 비행기로 출국할 수 있었으나, 단체 비자이다 보니 일행이 공항에서 기다려야 하는 부담이 있었죠.

결국 K기자, 나홀로 집으로 향했습니다. 비행기에 실어둔 짐도 찾고요, 쓸쓸히 발길을 되돌렸다고 하네요. 평소 꼼꼼하기로 소문난 K기자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고 여권만은 신경을 못 쓴 거 같네요.

K기자는 “남 욕할 거 못 된다. 내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욕 먹어도 싸다”고 질책과 함께 여권 갱신부터 했다는 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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