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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곡학아세(曲學阿世)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img1 ]]'곡학아세'(曲學阿世)란 말이 있다. 자기가 배운 것을 올바르게 펴지 못하고 세속에 아부하여 출세하려는 태도나 행동을 가리키는 말이다. 많이 배워 주변의 칭송을 받는 사람이 다른 목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전달하면 안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말은 미디어가 발달하고 사회구조가 복잡해진 요즘 세상에서 더더욱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권위 있는 지식인의 발언이 갖는 파급력은 사실도 거짓으로 만들어버릴 힘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업계를 떠들썩하게 한 유명 대학원 교수의 행동을 보느라면 '곡학아세'라는 말이 절로 생각난다. 게임업계에 잘 알려진 이 교수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인터넷 민원신청 사이트인 '국민신문고'에 특정 게임을 문제를 지적하는 민원을 제출하고 경찰이 이를 내사종결하자, 영향력 있는 매체에 이 게임을 비난하는 기고문을 실었다.

내용은 이렇다. 국내 인기 있는 웹게임이 있는데, 게임정서나 이용방법이 국내 게이머들에게 맞지 않다는 것이다. 청소년에게 반 사회적, 패륜적 의식을 심어줄 수도 있으니 사전 게임물이용등급제를 사후로 바꿔 폐단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말미에는 게임업체들에게 게임은 문화적 가치를 가진 상품이니 수입과 관리에 신중을 가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일견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다. 업계에서는 사후 심의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고, 게임의 문화적 가치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기고문을 기고한 목적이 순수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청소년 보호나 게임산업 발전이 아닌 개인의 이득을 위해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국민신문고를 통해 밝혀진 내용을 살펴보니, 이 교수는 특정 웹게임을 즐기면서 게임업체가 약관으로 금지한 현금거래로 유명 장수를 구입했다. 그리고 자신을 포함한 길드원들이 다른 게이머와의 전투에서 져서 성과 장수를 뺏기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피해를 구제해 주든지, 문제가 있는 게임 서비스를 막아달라는 것이 민원의 목적이었다.

이 게임은 웹게임으로 많은 이용자들이 즐기는 게임이다. 교수가 주장했듯 이 게임이 반 사회적이거나 패륜적인 게임이 아니라는 사실은 많은 이용자들이 알고 있다. 또한 웹게임 특성상 아이템 현금거래를 하면서까지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용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기고문에 올린 '성과 명장을 모두 빼앗긴 뒤 정신착란을 일으켜 게임의 전체 채팅창에서 며칠씩 울부짖는 30대 노총각, 명장을 빼앗긴 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일으켜 이유 없이 8살 난 아들을 때리는 40대 가장, 현금 20만원을 걸고 뺏어간 자를 죽여달라는 살인청부 광고' 등의 대목은 교수와 그 주변인의 일일 뿐이다.

더욱이 당사자는 게임업계에 게임 서비스와 관련된 컨설팅을 하고, 관련 책도 발표했으며 심지어 웹게임까지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누구보다도 게임업계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영향력이 있는 지식인이 사심 때문인지는 몰라도 사실을 왜곡해 알리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유명한 교수의 기고문을 본 일반인일 경우 온라인게임을, 이를 플레이하는 게이머를, 나아가 게임산업을 어떤 시각으로 볼지 안봐도 그려진다.

특히 이 교수는 이 게임이 게임물등급위원회로부터 '15세 이용가' 판정을 받았을 때, 등급위원으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자신과 게임물등급위원회가 판단한 이용등급을 이제와서 부정하는 모양새여서 더욱 뒷 맛이 씁쓸하다. 약관으로 금한 아이템 현금거래를 한 자신의 잘못을 인정치 않고, 이를 다시 뺏어간 이용자들 탓하는 행동이 다른 게이머들나 업계 관계자들에게 어떻게 보겠는가.

이 웹게임을 서비스 하는 업체에 개인적인 요구를 했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상식 밖의 요구를 해 놓고선 만약 들어주지 않으면, 자신의 영향력을 앞세워 해꼬지 하겠다는 협박까지 했다는 내용이다.

과거 '리니지2' 게임에서 발생한 일명 '내복단' 사건을 언급하며 입이 마르도록 온라인게임 이용자들의 사회성을 칭찬하고, 틈나는대로 게임산업의 미래성을 역설해 온 그가 이런 구차한 행동까지 하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자신의 게임플레이 형태가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게임 과몰입'임을 알고 치료부터 먼저하기를 권하는 바다.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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