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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영악한 블리자드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img1 ]]블리자드의 행보를 보고 있자면 참 영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똑똑하긴 한데 너무 이해타산에만 밝고 '약았다'는 느낌입니다. 과거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우)에 눈독 들이던 국내 퍼블리셔들을 상대로 손쉽게 영업비밀을 빼낸 것도, 최근 e스포츠 중계권을 그래텍에 넘기면서 이 문제를 국내 기업 다툼으로 비춰지게 한 것도, 하나하나 짚어보면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비즈니스 전략을 잘 세웠기에 가능했다고 여겨집니다.

24일 대한항공 격납고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2' 사업 발표회도 그랬습니다. 사전에 관련 내용을 조금씩 흘리면서 기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게 했고, 비행기를 '스타2' 이미지로 랩핑하면서 '블리자드 스케일'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가격이 비싸다는 국내 여론을 의식한듯 '와우' 이용자에게 공짜로 '스타2'를 제공한다는 요금정책은 참석자들을 얼떨떨하게 만들었습니다.

'와우'는 국내서 10위 안에 드는 인기게임입니다. 그만큼 이용자도 많습니다. '스타2'를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것은 블리자드측 말대로 '그동안 우리 게임을 사랑해 준 한국 게이머들에게 대한 고마움의 표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탄만으로 그칠 것이 아니어서 차분히 생각해 보니 여기에도 노림수가 있습니다. '스타2'는 현재까지 기대가 높아서인지 게임에 대한 평가가 썩 좋지 못한 편입니다. 대전게임 특성상 충분한 이용자 군(群)이 없다면 흥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스타2'를 즐길 이용자는 많지 않아 보입니다.

사실 '스타2'는 한국 시장에서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스타크래프트'의 성지와도 같은 한국 시장 자체가 지니는 상징적인 의미는 물론이고, 전작의 '대박' 때문에 잠재 고객층도 두터운 곳입니다. 국내 잘 짜여진 e스포츠 시스템을 이용해 세계 시장 흥행을 견인할 수 있는 토대도 마련돼 있습니다.

그래서 블리자드가 이례적으로 '스타2' 출시 전에 오픈베타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도, 더 많은 이용자들에게 이 게임을 어필하려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와우'를 물고 들어간 것도 '와우' 이용자를 잡고 '스타2'도 띄우는 1석 2조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시다시피 최근 '와우'는 콘텐츠 소진과 '에이지오브코난' 등 경쟁 게임 때문에 이용자 이탈이 적지 않습니다. '대격변' 업데이트를 준비 중이기는 하나, 이를 사전에 막아야 할 장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와우 하면 스타2 공짜'라는 선전은 '스타2' 가격 논란도 잠재웠습니다. 이 정책은 PC방에서도 마찬가지기에 PC방 업주들은 기존대로 '와우' IP요금만 부담하면 됩니다. '스타2' 가격이 PC방 요금이 비싸다고 항의해 온 PC방 업주들도 '스타2 공짜'라는 말에 솔깃해 합니다.

여기서 궁금한 것은 이후의 상황 전개 입니다. 만약 '스타2' PC방 이용자들이 많아지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와우' 정량요금이 소진이 됩니다. 즉 '스타2' 요금이나 '와우' 요금이 같다는 것을 뜻합니다. 과거처럼 IP당 정액 요금이 있다면 한 회선으로 '스타2'와 '와우'를 사용할 수 있어 이득이겠지만, 블리자드는 PC방에 정량제 요금만 공급하고 있습니다. 블리자드는 인문협 등 PC방 이익단체와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이번 발표로 사실상 '스타2' PC방 요금은 '와우'와 동일하게 결정난 것으로 보입니다.

패키지 판매 없이 다운로드 방식으로만 게임을 판매하겠다는 점도 그렇습니다. 블리자드는 이것이 한국 시장에 가장 적합한 판매방식이라 발표했지만, 과연 그럴까요. 일단 가격 문제에 있어서 다운로드식 판매는 패키지 판매보다 가격이 낮은 것이 일반적입니다. 종이값도, 유통비도 안들기 때문이죠.

초기 블리자드가 '스타2' 다운로드 판매를 언급했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이 지금보다 가격이 더 내려갈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상한 판매전략에 그 기대는 접을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블리자드코리아가 '미국보다는 요금이 싸다'도 말했던 것도 이제는 거짓말이 됐습니다.

저는 이번 블리자드의 '스타2' 요금제 발표가 단순히 '한국 게이머들을 배려한 순수한 마음'이라기 보다는 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한 고도의 사업전략에서 나온 결론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뛰어난 머리에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역시 블리자드, 똑똑합니다.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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