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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E3와 지스타

[데일리게임 허준 기자]

E3 게임전시회를 취재하다보니 한국 게임 전시회 지스타가 계속 머리속을 맴돈다. 닌텐도가 닌텐도3DS를 E3에서 처음 공개하고 마이크로소프트도 '프로젝트나탈'의 정식 명칭 '키넥트'를 E3에서 발표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지스타에서는 왜 그런 굵직한 발표가 없는가에 대한 아쉬움이다.

엄청난 수의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고 내로라하는 게임업체들의 앞다퉈 전시 부스를 꾸미고 있다. 국내 게임전문 기자들도 14시간이 넘도록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다. 북미 매체들은 물론 일본, 중국, 유럽 등 전세계에서 게임을 취재하는 기자들은 E3에서 모두 만난다.

지스타는 어떤가. 해외 유명 게임업체들이 전시 부스를 꾸리지 않는다는 불만은 지스타가 처음 탄생했을때부터 끊이지 않았다. 국내 게임 전문 매체들은 취재에 열을 올리지만 해외 매체들이 지스타를 취재하러 오는 경우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올해 E3에서 발표된 굵직한 소식들은 헤아리기 힘들만큼 많다. 전세계 게이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던 '닌텐도3DS' 최초 공개는 물론 '프로젝트 나탈'의 정식명칭 '키넥트' 발표, 소니의 모션 컨트롤러 '플레이스테이션 무브' 발매일 및 가격도 공개됐다. 인기를 끌만한 신작 게임 타이틀은도 말할 나위도 없다.

지난해 지스타에서는 한빛소프트가 신작들을 대거 공개하며 그나마 구색을 갖췄지만 메이저 게임업체라는 엔씨소프트, 넥슨, NHN, 네오위즈게임즈 등은 이미 게이머들에게 발표된 구작들로 부스를 채웠다.

여기서 E3와 지스타의 근본적인 차이가 드러난다. 가장 큰 문제는 게이머들에게 시연의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E3는 철저히 관람객들의 체험 및 시연에 포커스를 맞춘 전시회다. 시연대가 부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각 업체별로 따로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지 않는다. 지스타처럼 옆 전시부스에 방해가 될 정도로 엄청난 소음을 내면서 홍보활동을 하지 않고 노출이 심한 복장을 한 부스걸을 내세우지 않는다.

게임쇼는 새로운 게임들을 게이머들이 가장 먼저 체험해볼 수 있는 곳이다. 구작들의 시연대를 배치한다고 해도 인터넷에 접속해 클라이언트만 다운로드 받으면 되는 온라인게임을 굳이 지스타까지 찾아서 체험해볼 필요가 없다. 지스타도 철저히 신작 체험 위주의 행사로 변할 필요가 있다.

콘솔게임 업체들이 지스타를 찾지 않는다는 불만도 온라인게임에 특화된 게임전시회로 포지셔닝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콘솔게임기나 게임 타이틀이 처음 공개되는 것 이상으로 온라인게임이 지스타를 통해 공개되는 것이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2'를 지스타에서 최초 시연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절대 닌텐도3DS 최초 공개에 뒤지는 소식은 아닐 것이다. 온라인게임 종주국을 자부하는 한국에서 전세계 온라인게이머들이 바라는 소식이 가장 먼저 들려오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해외 매체에 대한 배려도 아쉽다. 지난해 지스타에서 영문으로 작성된 보도용 자료나 게임소개서를 찾기는 쉽지 않다. 해외 취재진들이 한국 온라인게임에 대해 궁금해하는 부분이 있어도 전시 부스 어디에서도 영어로 통역해주는 직원을 보기 힘들었다. 세계 3대 게임쇼를 표방하는 지스타와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지스타는 지난해 처음으로 부산에서 개최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부분을 서서히 고쳐가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것에 대해 이견을 다는 이는 없을 것이다.

지스타가 온라인게임계의 E3가 되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다. 전세계 많은 온라인게이머들이 지스타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신작의 최초 공개, 세계 최초로 체험할 수 있는 시연공간 확보, 해외 관람객들을 위한 친절한 서비스, 한국이 잘하는 온라인게임으로의 특화된 포지셔닝 등이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jjoo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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