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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캐시아웃, 그 씁쓸한 단상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img1 ]]"아침에 뉴스 보고 깜짝 놀랬습니다. 전혀 뜻밖의 일에 직원들의 동요가 심각하네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위메이드가 조이맥스 경영권 인수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는 소식이 발표된 날 만난 지인의 말이다. 갑작스러운 매각 결정에 직원들의 동요가 심하고 자신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이었다. 믿었던 CEO에 대한 서운한 마음도 앞선다고 했다. 무엇보다 바뀐 환경에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제일 고민된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돌이켜보면 이런 답답함을 여러 번 들었다. 한빛소프트와 네오플이 매각 됐을 때도 그랬다. "같이 고생한 만큼 애정도 많은데 갑자기 회사를 팔면 어떡하냐"며 "사장만 부자되서 떠나면 다냐"고 하소연 하던 기억이 난다.

기업 간 인수합병과 이로 인한 캐시아웃은 타 업계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다. 머니게임에 따라 회사 주인이 바뀌는 것은 비즈니스의 생리일 수 있다. 샐러리맨 입장에서는 회사 주인과 경영 방식만 바뀔 뿐 나머지는 변함이 없을텐데 유독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자기 일처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새로운 경영자와는 일 할 수 없다'며 스스럼없이 사직서를 던지는 일도 빈번하다.

타 업계에서 게임업계로 온 한 관계자는 이러한 게임업계의 분위기를 이해 못했다. 그는 '아마추어적이고 감상적'이라고 표현했다. '주인이 누구든 주어진 일만 잘 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논리에서다. 일견 타당한 말이지만 나는 이를 '순수한 애정'으로 말하고 싶다.

게임산업이 5조원 규모로 커지고 수출로만 1조원씩 벌어들이는 거대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이제 갓 10년을 넘어선 산업이다. 그 시간동안 게임산업은 아이들을 망치고 정상 생활을 파탄시키는 천덕꾸리기 산업으로 취급당했다. '바다이야기' 사태만 터졌을 때도 게임업계 종사자라는 이유만으로 냉대 받았던 기억은 생채기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좋은 대우를 받는 것도 아닌데도 '라면 먹으며 게임 개발하고 야근을 밥 먹듯 하는' 생활은 지금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런 열정과 노력이 없었다면 게임산업의 빠른 성장도 없었을 것이다. 벤처에서 시작해 회사가 나스닥에 상장하고 직원수도 몇 백명으로 성장한 원동력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캐시아웃으로 이익을 실현하고 업계를 떠나는 대표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씁쓸하기만 하다. 산업을 위한 재투자도 아니고, 업계에서 '아웃' 하기 위해 회사를 매각하는 경영자들에게 직원들이 서운한 마음을 가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렇게 매각한 회사가 성장한 커녕 퇴보만 한다면 이를 바라보는 심정은 더 참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 지인이 술자리에서 '게임업계에 노조가 없는 이유는 구성원 모두가 애사심이 투철하기 때문'이라는 우스개 소리를, 캐시아웃을 하고 떠나는 경영자들이 한번쯤 되새겨 봤으면 한다.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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