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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곰 같은 곰TV의 행보

[데일리게임 이원희 기자]

[[img1 ]]블리자드코리아가 그래텍과 계약을 맺고 '스타크래프트' 시리즈를 비롯한 자사 게임의 독점적 e스포츠 및 방송 라이선스를 넘겼다. 이로 인해 그래텍은 블리자드 게임의 국내 게임 대회 개최 및 e스포츠 행사 방송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보유하게 됐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래텍이 국내 e스포츠 시장 주도권을 잡을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그래텍의 무리한 행보로 인해 10년 이상 많은 이들이 힘을 합쳐 키워온 e스포츠 시장을 일개 종목사인 블리자드에 내줘야할 판이 됐을 뿐이다.

블리자드가 협회와의 협상 과정에서 게임 이용료뿐만 아니라 각종 리그 중계권과 2차 저작물의 저작권까지 요구하고 나서며 상식을 벗어난 범위의 지적재산권을 요구한 것을 감안하면 그래텍에게도 마찬가지 조건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블리자드의 무리한 요구를 그래텍이 모두 수용하지 않고서는 양사간의 에이전트 계약이 성립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텍이 블리자드의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하고 에이전트로 나섬에 따라 국내 e스포츠 업계는 블리자드의 일거수 일투족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리그 개최에 관한 모든 세세한 사항에 대해 블리자드에 허가를 받아야 하는 모양새다. 대회가 흥행에 성공하고 저변이 확대되더라도 e스포츠를 위해 뛰어온 업계 관계자들과 팬들에게 돌아갈 몫은 거의 없게 됐다. 수익의 대부분이 블리자드와 그 에이전트인 그래텍의 몫으로 돌아가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래텍의 무리한 욕심으로 인해 국내 e스포츠 시장은 안정적인 성장에서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텍은 이미 국내 e스포츠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과욕을 부려 주어진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 바 있다. 그래텍은 곰TV를 통해 프로리그와 MSL의 인터넷 생중계로 적지 않은 트래픽을 얻고도 무리하게 독자적인 개인리그 개최를 고집해 협회 이사사들과 마찰을 일으킨 끝에 시장에서 철수했다.

그래텍은 당시 프로리그와 양대 개인리그 외에 추가적인 '스타크래프트' 개인리그를 독자적으로 열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프로리그 주 5일 경기와 스타리그와 MSL 경기로 매일 경기가 열려 우수 선수들의 경우 살인적인 스케줄에 시달렸고, 갈수록 경기력 저하 문제가 대두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그래텍은 프로리그 일정을 줄이고 곰TV 개인리그를 열겠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쳐 12개 게임단의 반발을 샀다.

e스포츠 업계 반발에 부딪히자 시장에서 발을 빼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던 그래텍은 자사 이익을 위해 블리자드와 밀약을 맺고 다시 등장했다. 블리자드 에이전트를 자처하고 나선 그래텍은 전체 시장의 성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기적인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래텍은 블리자드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이고 온게임넷, MBC게임 등 방송사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 대부분의 에이전트가 그러하듯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서 수수료만 챙기면 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블리자드의 요구를 수용한 채 각종 대회를 진행할 경우 양대 방송사는 적자에 허덕이다 채널을 접게 될 가능성마저 있다.

온게임넷과 MBC게임이 e스포츠 시장에서 철수할 경우 홀로 남겨진 그래텍이 e스포츠 시장을 이끌어가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체 제작 능력이 턱없이 부족할 뿐더러 케이블 채널을 통한 안정적인 콘텐츠 송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인터넷 매체인 곰TV만으로는 콘텐츠 전파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래텍 스스로도 위험한 도박을 한 셈이다.

그래텍은 e스포츠의 안정적인 성장은 도외시한 채 눈앞의 이익만을 취해 업계 공멸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길을 걷고 있다. 마치 불을 향해 뛰어드는 불나방과 같은 모양새다. 곰TV의 행보가 곰 같은 이유가 거기 있다.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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