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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물등급위 중국 차이나조이 출장 '외유' 논란

불요불급한 명목으로 임직원 30% 출장 떠나
일부 게임 업체들로부터 식사•편의 제공 받기도


게임물등급위원회(위원장 이수근) 직원과 위원들이 중국서 개최된 게임전시회 기간 동안 현지 출장을 다녀 온 것을 놓고 게임 업계에 뒷말이 무성하다. 게임위는 업무 수행을 위한 출장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 관계자 상당수는 국내 심의위원들이 해외 게임전시회를 탐방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특히 게임위는 심의수수료를 터무니 없이 높게 책정해 업계의 원성을 사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나 빈축을 사고 있다. 게다가 이번 출장 과정에서 게임위 관계자들은 일부 게임업체들로부터 편의를 제공 받은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게임위 위원들의 차이나조이 외유 논란은 더 확산될 전망이다.

◇게임물등급위원회 공식 홈페이지 모습.

◆전체 구성원의 30%가 출장길

게임위는 차이나조이 전시회가 열렸던 지난달 23일부터 26일까지 중국 상해로 조사단을 파견했다. 게임위 직원 5명과 심의 전문위원 7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은 3박4일 일정 동안 상해 푸동 지역 크라운 프라자 센츄리 파크에 묵었다. 당초 직원 1명이 더 출장길에 오를 예정이었으나 출국이 임박한 상황에서 다치는 바람에 비행기표를 예매하고도 출장에 나서지 못해 조사단 규모가 13명에서 12명으로 줄었다.

7월7일 현재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전체 인원은 총 41명(임직원 23명, 전문위원 18명)으로 중국 출장길에 오른 12명은 전체 인원의 30%에 해당된다. 게임위는 이같은 규모의 조사단 파견 이유로 중국 게임산업 동향 및 심의관련 조사 연구를 내세웠다.

하지만 게임위에서 말하는 해외 출장 명목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외 게임시장 조사는 심의기관이 할일이 아닌 데다, 그동안 한국콘텐츠진흥원(구 게임산업진흥원)에서 잘해왔기 때문이다. 해외 심의사례를 조사한다는 명분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게임산업 동향과 심의관련 조사 연구가 목적

정부가 게임물을 사전규제하고 있는 중국은 게임산업 후진국으로 한국이 참고할 만한 심의제도를 운영한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나마의 제도 역시 오랫동안 한국의 심의제도를 참고해서 만든 것이라는 점도 이미 잘 알려진 내용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게임위는 "국내 게임업체들의 주요 수출시장인 국가들과 심의 표준화를 이룬다면 수출을 준비하는 업체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어 해외 심의관련 조사 연구가 필요하다"며 "해외 전시회 참관을 통해 신작 동향을 파악하고 전문위원들이 견식을 넓히는 것도 심의 과정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업계 전문가들은 "게임물 연령등급 제도에 대한 게임위의 인식 수준을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나라와 사회마다 문화와 역사가 다르기 때문에 심의기준을 표준화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는 얘기다.

또한 본질적으로 게임위는 게임물 내용 심의를 통해 청소년 유해 요소를 차단하고 국민과 소비자에게 이용등급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지, 게임업체들 수출을 지원하는 곳이 아니라는 점에서 스스로 밝힌 출장 목적 자체가 본연의 업무와 무관하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심의제도를 조사하겠다는 것 자체도 의미 없는 일이었지만, 게임물 수출 지원을 위해서라면 더더욱 게임위 직원들과 위원들이 나설 필요가 없는 출장이라는 얘기다.

◆중국 심의기관 관계자는 만나지도 못해

게다가 중국 심의 관련 기관 관계자와는 만나지도 못하고 돌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서도 게임위 관계자는 "중국 문화총국 관계자와 만나려 했으나 문화부 관계자와 동행하지 못해 만남이 성사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게임위는 차이나조이 참관 외에 재중 한국문화원을 방문하고 국민대학교 동북아연구소가 주재한 게임 심포지엄에 참가하는 등 몇몇 일정을 소화했지만 결국 중국 심의 업무 관계자들과는 접촉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장의 핵심 목적은 이루지 못했지만 관광은 빠뜨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차이나조이를 다녀온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전시회장에서는 마주치기 어려웠던 게임위 조사단원들을 항주 등 관광지에서 만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에 대해 게임위는 "저녁 시간에 개인적으로 관광 일정을 소화하기는 했지만 낮 시간 동안에는 전시회 참관과 각종 공식 일정을 빠짐 없이 소화했다"고 반박했다.

◇차이나조이 행사장의 모습.

◆게임 업체로부터 편의, 식사는 제공받아

특히 게임위 조사단은 출장 기간 중 국내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로부터 현지 에스코트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차이나조이를 참관한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게임위 조사단이 엔씨소프트 관계자와 동행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고 증언했다.

게임위는 이에 대해 "게임산업협회가 게임위 차이나조이 출장 사실을 사전에 파악하고 중국 현지 진출 업체 중 엔씨소프트를 연결시켜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사정에 밝은 엔씨 직원이 버스를 준비해 공항에서부터 게임위 조사단을 마중나와 조사단의 이동을 돕고 중국시장 현황과 현지 지리에 대해 안내하는 정도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게임 업체로부터 편의(가이드)를 제공 받은 것으로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결코 적지 않은 비용을 협찬 받은 셈이 된다. 이번 게임위 조사단 여행을 대행한 여행사 따르면 중국 현지 가이드 비용은 대략 1인당 50달러에서 100달러 선. 한화로 계산하면 대략 6만원이다.

여기에다 게임위 조사단원은 엔씨로부터 점심식사 접대까지 받았으며, 또 다른 업체로부터는 귀국 선물까지 받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게임위 측은 "업체로부터 받은 선물은 귀국 즉시 돌려 줬으나 그 밖에 편의를 제공받는 과정에서 신중치 못한 점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메이저 업체들의 줄서기도 문제

과거 게임물 심의기관은 사실상 규제 기관이었기에 게임 업체와의 접촉을 금기시 해 왔지만, 게임위 출범 이후 이 같은 기준이 무너지면서 위원회 관계자들이 게임 업체로부터 편의를 제공받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엔씨소프트와 고포류 게임포털이 경쟁적으로 로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돌면서 업계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게임위를 상대로한 업체들의 줄서기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지금의 위원회가 과거 영등위보다 온라인게임에 더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당초 정부가 약속했던 자율등급제 시행이 요원해진 상황에서 심의기관에 밉보이면 안된다는 조바심이 자리잡게된 것.

실제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모든 정부 산하 기관이 기업과 산업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게임위는 유독 규제기관의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 올해 초만해도 중소 게임업체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재정자립과 심의료 현실화를 이유로 심의수수료를 대폭 인상했다.

하지만 심의 편의성이 증대된 것은 없는 데다, 심의기준도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어 온라인게임 업체들의 불만은 계속 커지고 있다. 구로에 위치한 중소 게임업체 K사 대표는 "게임위가 진정 게임산업 발전에 관심이 있다면 쓸데없이 해외에 돌아다니는 것 보다 국내 업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터무니 없이 올려 놓은 심의료부터 되돌려 놓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한편 게임위는 2009년 해외 출장 예산 2900만원 중 중국 조사단이 사용한 1200만원을 제외한 남은 예산으로 다가오는 동경게임쇼에도 조사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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