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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리뷰] 킥오프 - 실패공식 그대로

국내 게임시장이 온라인게임 위주로 재편되면서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 서버 접속 없이 게임 구동이 불가능한 온라인게임의 특성으로 인해 한번 서비스가 종료된 게임은 다시 즐길 수 없다. 패키지 게임의 경우 데이터가 담긴 CD나 디스켓만 잘 보관하면 어린 시절 즐겼던 명작 게임을 생각날 때마다 다시 꺼내보고 플레이할 수 있지만 온라인게임은 해당 게임의 서비스가 재개되지 않는 이상 다시 만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서버에서 내려진 게임의 경우 관련 자료를 구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 게임 관련 매체들도 신작 취재에만 열을 올릴 뿐 이미 지나간 게임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이에 데일리게임은 '아듀 리뷰'라는 코너를 통해 수명이 다해 서비스가 종료되는 게임의 마지막 모습을 담으려 한다. <편집자주>


◆28일 종료 예정인 넥슨 '킥오프'

또 하나의 캐주얼 축구게임이 문을 닫을 예정이다. 씨알스페이스가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하는 '킥오프'의 서비스가 오는 28일 종료된다. 2006년 월드컵 전후로 쏟아졌던 캐주얼 축구게임들이 대부분 개발이 중단됐거나 서비스가 조기에 종료됐는데 '킥오프'도 그 벽을 넘지 못하고 실패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서비스 종료가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게임에 접속했다. 분명 기자는 '킥오프'를 처음 접하는 상황이었건만 게임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킥오프'가 이전에 출시됐던 캐주얼풍의 온라인 축구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아 첫인상이 익숙했던 것이다.

게임을 플레이해본 뒤에도 마찬가지 상황이 이어졌다. 조작법이나 인터페이스 역시 너무도 친숙했다. D키로 슛을 하고 A로 로빙 패스, S로 땅볼 패스를 하는 건 PC버전 '피파' 시리즈부터 이어져온 축구게임 기본 조작법이어서 대부분의 캐주얼 축구게임들이 이를 채용했다. 캐릭터의 움직임이나 배경 그래픽 역시 '프리스타일'에서 차용한 듯한 느낌으로 이전의 축구게임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캐주얼 축구게임 실패 공식 그대로

큰 의미 없어 보이는 튜토리얼을 마친 뒤 실전에 바로 돌입했다. 1레벨 이용자끼리 2대2 경기를 벌였는데 캐주얼 축구게임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바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실제 축구장보다 좁다고는 하지만 2명이 커버하기에는 너무 넓은 경기장에서 축구다운 플레이가 나올리 만무했다. 패스를 주고 받으며 찬스를 만드는 플레이보다는 공을 중심으로 4명이 몰려다니는 동네 축구가 연출됐다.

서로 조작에 익숙하지 못하다 보니 수비 실수가 골키퍼와의 1대1 찬스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아무리 단독 찬스가 나도 정면에서의 슈팅은 골키퍼가 대부분 걷어내기 때문에 득점이 나지 않았다. 결국 전후반을 0대0으로 마치고 연장전 골든 골에 돌입했다. 연장전에서도 골이 나지 않고 시간이 흘러가던 도중 상대 팀 선수가 문전에서 극적인 골을 성공시켜 기자가 소속된 팀이 결국 0대1로 패했다.

첫 경기를 마치고 연습 모드를 통해 게임을 분석하려 했다. 13레벨의 이용자와 함께 편을 맺고 상대팀은 AI 골키퍼만 두고 게임을 시작했다. 정면에서의 슈팅은 아무리 강해도 모두 막아내던 골키퍼는 측면에서 날아오는 대각선 슈팅에 약했다. 노란색 게이지의 강슛을 대각선에서 날릴 경우 득점 확률이 70%는 넘는 것 같았다.

◆AI 골키퍼 허점 치명적

골을 넣는 패턴이 존재하는 문제는 EA와 코나미 등 해외 개발사들이 이미 10년 전에 경험했던 것이고 지금은 어느 정도 극복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한국 축구게임들은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지 못한 채 시장에 게임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이미 '피파'와 '위닝일레븐' 시리즈로 눈높이가 높아진 한국 게이머들이 그런 부분을 이해할 리 만무하기 때문에 캐주얼 축구게임 실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앞선 게임들의 실패 때문인지 제이씨와 애니파크 등 신작 축구게임을 준비하고 있는 업체들은 방향을 틀고 있다. 제이씨는 FPS 조작법을 채택해 세밀한 조작이 가능한 시스템을 '프리스타일 풋볼'에 도입했고 애니파크는 '차구차구'를 K리그 라이선스를 활용한 11대11 정통 축구게임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앞으로 나올 축구게임 신작들이 앞선 업체들의 실패를 딛고 성공이라는 결실을 맺을지 기대도 되지만 그간 시장에 출시됐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게임들을 생각하면 마음 한편이 아려온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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