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게임 자체의 인기가 높다 보니 마비노기의 설정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액션 게임의 제작 소식은 게이머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조용한 행보를 계속한 탓에 이를 기다리는 사람에게조차 조금씩 잊혀져 가는 게임이 되어버린 것도 사실. 그러나 마비노기 영웅전은 결코 게이머들을 버리지 않았다. 보다 나은 게임으로 등장하기 위해 오랜 시간 숨 고르기를 해 왔던 것뿐이다.
◆멋진 캐릭터들이 세상을 지배한다
마비노기의 다양한 요소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마비노기 영웅전은 후속 작의 개념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외전 형태로 만들어진 게임이다. 그러한 만큼 비슷한 부분도 많고확연한 차이점도 곳곳에서 느껴진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역시 8등신으로 이루어진 캐릭터의 외모가 아닐까 생각되는데 마비노기의 경우 5등신 형태의 귀여움과 익살스러움을 강조하는 캐릭터들을 사용했지만 영웅전에서는 가히 선남 선녀라 할 수 있는 훤칠한 모습의 캐릭터이 등장한다. 그러한 만큼 마을이나 던젼과 같은 분위기 또한 지극히 사실적인 비주얼을 보여주고 있다.
마비노기의 팬이라면 이러한 비주얼의 차이가 그리 달갑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마비노기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아기자기한 모습과 코믹스러움이 없어 다소 실망감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이 게임은 영웅전이지 마비노기가 아니다. 영웅전만의 그 무엇이 살아 있는 게임이라는 말이다.
‘마비노기와 비슷해야 한다’라는 선입견을 버리면(그리고 그러한 선입견을 가져야 할 필요도 없다) 영웅전은 상당히 준수한 비주얼을 보여 주는 참으로 멋진 게임이다. 중간 중간 펼쳐지는 이벤트 신도 훌륭하고 자연스러운 캐릭터들의 움직임은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마비노기에 비해 한 차원 높은 수준의 그래픽을 보여주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말이다.
◆액션 RPG가 대세
영웅전이 가지는 또 다른 차별화된 특징은 바로 현란한 액션을 구사하는 액션 RPG로 게임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마비노기 역시 전투에 있어 어느 정도 전략적인 액션을 구사할 수 있기는 했지만 영웅전은 그 정도 수준을 넘어선 게임이다. 콘솔로 발매된 액션 게임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완벽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기술과 타격감, 그리고 적절한 이펙트에 이르기까지 무엇 하나 아쉬울 것 없는 요소들은 물론이고 주변의 사물을 이용해 공격할 수 있는 시스템과 같은 잔잔한 즐거움까지 제공하고 있어 액션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들도 충분히 만족시켜 줄 만한 모습이라 할 만하다.
사용하는 기술 또한 마비노기에 근간을 두고 있어 디펜스나 스매시와 같은 친숙한 기술들을 만나볼 수 있으며 스킬의 강화에 있어서도 랭크 시스템을 접목시켜 마비노기처럼 자신이 원하는 스킬 위주로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다. 이러한 친숙한 기술들에 액션 장르 본연의 재미가 곁들여진 만큼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은 가히 최고라고 할까. 특히나 원작의 팬이라면 그 만족감이 더욱 높을 듯 하다.
◆다양하게 녹아 있는 마비노기의 요소들
영웅전의 재미는 단순히 액션성이 강한 전투 만이 아니다. 게임 내에 RPG 적인 요소들이 결합되어 있는 만큼 퀘스트나 제작 시스템과 같은 다채로운 재미 요소들은 물론이고 마비노기에 기반을 둔 다양한 패러디 또한 원작의 게이머들을 즐겁게 한다. 가슴 위에 손을 올리고 있는 여자 NPC의 모습이라던가 마을에서 쾌적 옵션 세팅을 했을 때 캐릭터들의 모습이 로브를 일률적으로 입은 형태로 보여진다는 것, 웨폰 브레이커로 명성(?)이 자자한 퍼거스가 등장하고 타이틀 시스템이 존재하는 등 곳곳에 마비노기의 자취를 남기려는 듯 한 제작진의 열정이 눈에 보인다고 할까. 존 형식의 사냥터 구성을 취함에 있어서도 단순한 포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모험자들을 모아 배로 출항하는 식의 연출을 통해 보다 높은 몰입감을 선사하고 있는 모습이다.
반면 SUN과 같은 존 형식의 사냥터를 구현하다 보니 별도의 필드가 존재하지 않아 마비노기와 같은 필드 상의 아기자기한 재미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은 상당히 아쉽다. 게임 초반에는 그러한 느낌이 크게 느껴지지 않겠지만 어느 정도 게임을 하다 보면 ‘마을 – 던젼’ 으로 반복되는 게임 스타일이 조금 지겹게 느껴지기도 하고 말이다. 이번 첫 테스트의 경우 근접 공격 위주의 캐릭터만이 준비되어 있어 활이나 마법을 사용하는 재미를 느낄 수 없었는데 이러한 다채로운 캐릭터들 역시 하루 빨리 즐겨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도 하다.
[게임 후기]
전반적인 게임의 모습이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C9과 흡사한 편이다 보니 두 게임 간의 경쟁을 피할 수 없을 듯 보이기도 하나 원작이라 할 수 있는 마비노기의 인기가 상당할 뿐 아니라 보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스토리, 짜임새 있는 구성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현재로서는 영웅전의 손을 들어 주고 싶은 느낌이다. 비주얼로 인해 원작과의 이질감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다양한 부분에 걸쳐 원작의 요소를 녹여 내고 있는 점 또한 팬으로써 반가움이 느껴지는 부분이라 할 수 있을 듯. 마비노기를 즐겨 했던 게이머들은 물론이고 액션 RPG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게임이 아닐까 싶다.
김은태 gmbros@ms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