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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리뷰] 슬랩샷 언더그라운드

국내 게임시장이 온라인게임 위주로 재편되면서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 서버 접속 없이 게임 구동이 불가능한 온라인게임의 특성으로 인해 한번 서비스가 종료된 게임은 다시 즐길 수 없다. 패키지 게임의 경우 데이터가 담긴 CD나 디스켓만 잘 보관하면 어린 시절 즐겼던 명작 게임을 생각날 때마다 다시 꺼내보고 플레이할 수 있지만 온라인게임은 해당 게임의 서비스가 재개되지 않는 이상 그럴 수 없다.

서버에서 내려진 게임의 경우 관련 자료를 구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 게임 관련 매체들도 신작 취재에만 열을 올릴 뿐 이미 지나간 게임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이에 데일리게임은 '아듀 리뷰'라는 코너를 통해 수명이 다해 서비스가 종료되는 게임의 마지막 모습을 담으려 한다. <편집자주>

[아듀리뷰] 슬랩샷 언더그라운드

◆4개월 여만에 서비스 종료 예고

넥슨이 다시 한번 칼을 빼들었다.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은 '슬랩샷 언더그라운드'의 서버를 내릴 예정인 것. 넥슨이 '우당탕탕 대청소'를 2주만에 접은 것과 비교하면 많이 봐준 것일 수도 있지만 '슬랩샷 언더그라운드' 역시 서비스 조기 종료라는 달갑지 않은 처지에 내몰렸다.

넥슨의 서비스 종료 공지 이후 게시판 반응을 보면 '슬랩샷 언더그라운드'의 퇴출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아쉬워하는 이들이 남긴 글이 얼마 되지 않아 공허한 느낌마저 감돈다. 왜 이렇게까지 조용한 반응이 나오는 것인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1대1 대결 가볍게 첫승

게임에 접속한 뒤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사람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게임을 즐기기에 적당한 시간인 평일 저녁에 접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설된 방이 전혀 없었다. 튜토리얼을 마치고 다른 이용자들과 실전에 돌입하려 했으나 예상치 못한 장애물로 인해 게임 진행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이다.

다행히 다른 게이머의 초대를 받고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다른 접속자가 없는 관계로 일단 1대1 대결을 진행했다. AI 골리가 따로 있기는 하지만 넓은 코트를 홀로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한번의 수비 실수로 골키퍼와의 1대1 찬스가 났다.

골리의 AI는 준수한 편이어서 1대1 찬스라고 해서 모두 득점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골을 넣는 과정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상대 수비를 제치고 골문 구석을 향해 퍽을 날려 첫 골을 신고했다.

◆철벽 사수! 골리 AI 수준급

상대에게도 적지 않은 찬스를 허용했지만 골키퍼가 잘 막아준 덕분에 첫 게임을 2대0으로 이겼다. 기자보다 레벨이 높던 상대방은 허를 찔린 듯한 반응을 보였다. 1대1 승부에 별 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했는지 상대방이 컴퓨터와의 2대2 승부를 제안해왔다.

2대2 대결에서는 패스를 주고 받으며 찬스를 만들 수 있다. 튜토리얼에서 배운 다이렉트 슛도 열심히 시도해봤지만 적중률이 높지는 않았다. 수비에 가담하다 실수를 범해 자살골을 넣기도 했고, 게임 도중에 AI 선수와 싸움이 붙어 주먹다짐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3대3 동점으로 경기가 끝나 슛아웃에 돌입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슬랩샷 언더그라운드'에서는 골리의 AI가 뛰어난 편이어서 1대1 상황에서 득점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골리와 1대1 상황에서 번갈아 가며 골을 넣는 슛 아웃 상황이 그런 면에서 아쉽게 다가왔다. 실제 아이스하키에서는 공격수들이 현란한 스틱 워크를 발휘해 골리의 눈을 속이고 퍽을 골대 안으로 넣지만 이 게임에서는 딱히 그런 기술을 발휘하기 어렵다. 같은 편이 된 이용자가 멀리서 슬랩샷이라는 스킬을 사용해 슈팅을 강하게 하라고 조언했지만 그 역시 득점에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우리 팀은 슛 아웃에서 무득점에 그쳐 AI 팀에 패하고 말았다.

◆20년전 아이스하키 게임이 생각나는 이유는?

딱히 재미없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진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계속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20년쯤 전에 286 PC 흑백 모니터로 즐기던 NHL 기반 아이스하키 게임을 즐길 때가 생각날 뿐이었다. 그때가 더 재미있었다. 그래픽 수준은 높아졌지만 선수를 조작하고 골을 주고 받는 재미에 있어서는 발전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NHL을 다룬 콜솔게임들은 여전히 출시되고 있다. '슬랩샷 언더그라운드'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라면 콘솔로 발매되는 하키 게임을 접해봤을 가능성이 높은데 차세대 콘솔 기반 하키게임 최신작들은 경험한 이들이 '슬랩샷 언더그라운드'에 만족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20년 가까운 기간 동안 꾸준히 신작을 내놓으며 노하우를 축적한 이들이 만든 게임을 변변한 아이스하키 팀조차 없는 한국에서 2년 정도 투자해서 따라잡기는 어려울 테니까.

물론 '슬랩샷 언더그라운드'가 콘솔 게임 수준의 완성도를 보였다고 해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이스하키란 한국인들에게 동계올림픽 때나 가끔 접하는 스포츠다. 한국에는 아이스하키에 관심을 갖고 아이스하키의 참맛을 느끼는 이들이 얼마 없다. 관심은 고사하고 아이스하키 룰도 제대로 모르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독자들에게 묻겠다. 아이스하키에서 한 팀에 몇명이 있는지. 경기 시간은 어떻게 되는지. 한국이라는 시장 자체가 아이스하키 게임이 성공할 수 없는 시장이었던 것은 아닌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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