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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욕이어서 다행인가?

[[img1 ]]초등학생 5학년 4명이 PC방으로 간다. 이들은 편을 나눠 FPS 게임 '서든어택'을 플레이한다. 친구들은 이들은 게임 내내 'X발', 'X나'와 같은 욕을 연발하며 상대를 죽이고 있다. 게임에서 지고는 채팅으로도 욕을 한다. 게임사의 필터링을 교묘하게 피해 상대를 놀린 후,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학원으로 향한다.

위 장면은 일요일(8일) 저녁 TV를 보던 많은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다. KBS는 '<실태보고> 10대, 욕에 중독되다'라는 스페셜 코너를 통해 몇 번씩이나 초등학생들이 FPS 게임 도중 욕을 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리포터는 '서든어택'이 PC방에서 제일 인기있는 게임이고 성인층만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한다. 그러나 정작 이용자인 초등학생들은 부모의 주민번호로 도용하면 얼마든지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성인 게임을 하면서 욕을 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해서는 안되는 FPS 게임들에 심취되어 있다는 내용을 몇 차례나 문제로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서비스사는 '현실적인 방지 방안이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해 왔고 PC방 업주들 역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해왔다. (관련 기사: [[5901|청소년 FPS게임 이용 '도 넘었다']])

서로 책임을 떠미는 사이 지상파를 통해 업계의 부끄러운 단면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욕설이 익명성을 보장된 인터넷 공간에서, 특히 게임에서 심하다는 지적과 함께 경쟁이 과격해지는 게임일수록 게임 안에서 욕설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는 전문가의 멘트도 달렸다.

자칫 게임이 10대들의 그릇된 언어 사용을 부추기고 있다는 오해를 살 만한 대목이다. 게임이 GP총기난사 사건과 각종 폭력사건의 배후로 묘사된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이러다가 다시금 '게임이 마녀사냥을 당하겠다'는 불길한 마음도 들었다.

다행히 방송은 10대들의 욕하는 습관에 포커스를 맞췄다. 게임이 계속 등장하긴 했지만, 게임업계가 금칙어 조항을 만들고 게임산업진흥원이 이를 통합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덧붙이며, '청소년들의 욕하는 습관은 게임이 만들다'는 일반인들의 오해할 수도 있는 대목에 반론을 제공해줬다.

가슴 졸이며 프로를 끝까지 보긴 했지만 씁쓸한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그동안 기존 언론에서는 '게임=나쁜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충격적인 사건의 배후에는 항상 게임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것이 비폭력적인 아동용 게임이든 간에, 피의자의 컴퓨터에 게임이 깔려있기만 해도 그 게임이 사건을 일으킨 원인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일은 엄연히 다르다. 초등학생들이 해서는 안 될 게임을 버젓히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일은 업계 관계자면 누구나 알고 있었던 일이였다. 문제가 있었지만 해결할 의지는 아무도 없었다. 이런 현실 앞에 공중파가 이 일로 게임을 비난한다고 해도 업계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게임산업이 수출 효자 산업이고 가치가 높은 미래 산업임은 이제 일반인들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오랫동안 게임의 인식제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끝에 게임의 긍정적인 부분도 부각되고 있는 요즘이다. 그러나 게임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부분-중독성, 폭력성, 사행성-을 업체 스스로가 외면하는 순간, 게임산업의 위상은 바로 곤두박질 칠 것이다.

매출만을 생각해 서비스사도 PC방도 초등학생의 무분별한 게임 이용을 눈감아서는 안된다. 서비스사는 10대들의 명의도용을 막기 위해, 주기적으로 성인인증을 실시하거나 지속적인 캠페인을 통해 바른 게임 이용을 선도해야 한다.

PC방 역시 청소년 탈선의 주범이라는 그릇된 인식이 바뀌기 전에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만 하며, 게임물등급위원회도 사행성 PC방만 규제에만 전력투구하지 말고 위원회의 목적인 청소년 보호를 위해서도 힘써야 한다.

그동안 숱한 오해로 얼마나 곤혹을 치뤘는지 기억한다면 이제 게임업계 스스로 오해를 살만 한 문제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 이젠 게임도 '동네북' 신세는 면해야 하지 않겠는가. 청소년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놀라는 것도 이젠 지겹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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