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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게임쇼 어디까지 왔나③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지스타가 지난 달 13일부터 나흘간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위치한 한국 국제전시장(Korea International Exhibition Center, 이하 킨텍스)에서 열렸다. 정부 주도하에 '글로벌 게임쇼'를 표방했던 지스타는 이번에도 여러 문제점과 한계점을 노출하며 불과 4년만에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스타 2008을 통해 드러난 지스타의 문제점과 한계를 짚어보고 이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해 본다.


◆신작발표는 어디에?

'글로벌 게임쇼'라는 지스타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전시회 참여를 위해 신작발표를 준비하고 관객과 바이어에게 자신들의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신작발표는 해외 바이어들의 이목을 지스타에 집중시킬 수 있다. 이목이 집중되면 자연히 해외 업체들의 참여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스타 2008은 신작발표 면에서 전혀 '글로벌 게임쇼' 답지 않았다. 국내 메이저 업체로 평가 받는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는 지스타 2008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 단 하나도 없었다. 지난 11일 오픈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아이온'과 지난 8월부터 대중에게 공개된 '러브비트'로 전시부스를 꾸몄다.

네오위즈게임즈(대표 최관호)도 신작 하나 없이 지스타에 참여했다. 네오위즈게임즈는 대표게임인 '슬러거', '피파온라인2', 'NBA스트리트온라인' 등 스포츠 게임을 앞세워 이벤트 대회를 개최했지만 신작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에 공개된 '데뷰' 부스가 있었던 것은 다행이다.

그나마 넥슨(대표 권준모)이 신작게임을 5종이나 발표하며 게임 전시회의 체면을 세웠고 한빛소프트(대표 김기영)와 제이씨엔터테인먼트(대표 김양신)정도가 신작발표에 매진했을 뿐이다.


◇ 넥슨의 신작발표회 현장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신작도 없이 전시회에 참가 한다는 생각을 한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다"며 "신작 없이 전시회에 나오는 것은 구색 맞추기 식으로 참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신작발표가 미진한 이유는 지스타의 효용성 문제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지스타가 신작발표를 통해 게임 업체들에게 이익을 가져다 줬다면 업체들이 신작발표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지스타 조직위원회는 지난 4년 내내 전시회의 효용성을 높이려는 노력보다는 전시 행정에 급급해 몸짓 불리기에만 집중했고 그 결과 전시 참여 업체를 해외 바이어와 연결시켜주는 고리 역할을 하지 못했다.

◆글로벌? 해외 업체는 어디로

지스타는 '글로벌 게임쇼'를 표방한다. 글로벌이라는 단어로 수식어를 붙인 만큼 세계 각국의 게임 업체들이 지스타에 찾아와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한국 및 몇몇 해외 업체들의 게임쇼일 뿐이다.

지스타 2008 전시 부스에서 해외 업체를 찾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인텔이 최대규모인 99부스로 지스타에 참가했지만 부스를 제대로 채우지도 못해 부스 내부가 휑한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인텔 익스트림 마스터즈 대회를 위해 부스를 꾸몄지만 관객의 호응을 많이 받지도 못했다.

인텔 외에 마이크로소프트가 Xbox360으로 전시 부스를 꾸몄을 뿐 세계적으로 유명한 블리자드, 소니, 닌텐도 등은 지스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2005년 출발 때부터 지적됐던 해외 업체의 불참 문제는 4년이 지난 지금,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해외 유수 업체를 참가 시킬만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정부는 지스타의 외형 축소를 우려해 국내 업체의 참가를 종용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 업체들은 정부의 종용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참가를 결정했다.

◆정부 주도 사업의 한계, 정부가 떠나야 할 때

당초 지스타 2008 개막식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하기로 예정됐었다. 하지만 유 장관은 개막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대신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참석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행사에 주최측 책임자인 유 장관이 빠졌다는 사실은 정부가 과연 지스타를 발전시킬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국제게임쇼 어디까지 왔나③

◇ 지스타 2008 개막식

매년 개최되던 '지스타 어워드'도 사전에 아무런 통보 없이 진행되지 않았다. 지스타 조직위원회는 "매년 개최되던 지스타 어워드 수상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참가업체들이 시상을 가지고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며 지스타 어워드 취소의 이유를 밝혔다.

이는 결국 지스타 조직위원회가 지스타 어워드에 대한 권위를 포기한 것이며 올해뿐 아니라 예년에도 참가 업체에 휘둘리던 힘없는 단체라는 것을 스스로 밝힌 꼴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글로벌 게임쇼'를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든 이유다.

국내 게임 업계 관계자는 "지스타는 관주도 전시 사업의 한계를 드러냈다"며 "진정한 글로벌 게임쇼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 관이 주도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자체 게임쇼도 통합한 한국의 대표 게임쇼가 절실

정부가 주도하려는 욕심을 버린다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각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개최하는 게임쇼까지 모두 통합해 한국을 대표하는 하나의 게임쇼를 만드는 방법이다.

현재는 전주의 게임엑스포나 대구의 e-fun 등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각종 게임쇼들이 존재한다. 이런 전국의 게임쇼를 모두 흡수 통합해 하나의 대한민국 대표 게임쇼를 만든다면 지스타가 꿈꿨던 '글로벌 게임쇼'가 될 가능성이 높다.


◇ 대구 e-fun

정부는 매년 각 지자체를 선별해 개최 장소와 개최할 지자체를 선정하고 지원하면 된다. 지스타의 개최지로 선정된 지자체에서 전시 장소 및 해외 관계자를 위한 편의시설을 제공한다면 보다 질 높은 전시회가 탄생할 수 있다. 지자체가 개최지로 선정되면 전시회를 통한 각종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선정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자연히 해외 유수의 업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이 수반되고 국내 중소 게임 업체들에게도 전시의 기회를 주려 할 것이 분명하다.

매년 지적되는 해외 유수 콘솔게임 업체들의 불참문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게임쇼'가 탄생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온라인 게임에 특화된 한국시장이니만큼 지스타를 '글로벌 온라인 게임쇼'로 특화시키면 된다. 온라인 게임을 컴퓨터를 활용한 온라인 게임에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게임까지 함께 아우르는 게임쇼로 발전시켜야 한다.

Xbox 360 Live,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 등을 통해 이미 콘솔 업체도 차세대 플랫폼이 네트워크와 온라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상태다. 심지어는 아케이드 게임의 네트워크 화도 추진되고 있는 상태다. 이런 흐름 속에 한국은 온라인 게임에 한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한국에서의 성공은 곧 세계에서의 성공을 보장한다고 해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다. 때문에 지스타가 세계 최고의 온라인 게임쇼가 되면 해외 유명 게임 업체들이라 하더라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허준 기자 jjoo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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