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재미있다면 카툰네트워크 캐릭터가 유명하지 않은 지역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퓨전폴을 개발함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둔 사항은 카툰네트워크 캐릭터가 아니더라도 성공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퓨전폴의 성공을 바탕으로 국내 중소 개발사의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게 없습니다"
국내 게임업체 최초로 미국 미디어 그룹 타임워너의 자회사인 카툰네트워크와 공동으로 개발한 '퓨전폴'을 공개한 그리곤 엔터테인먼트(이하 그리곤) 조병규 대표는 '퓨전폴'의 캐릭터보다는 게임성을 봐달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곤은 국내 최초로 시작 단계부터 해외 업체와 함께 게임을 개발했다. 이전에도 '피파온라인', '카운트 스트라이커 온라인' 처럼 이미 발매돼 있는 게임을 온라인화 시킨 사례는 있었지만 '퓨전폴'과 같은 케이스는 처음이다.
사실 2005년 즈음부터 해외 거대 기업들이 온라인 게임 시장에 눈독을 들였다. 다양한 콘텐츠를가지고 있는 기업이었지만 게임 개발을 위한 노하우가 부족했기 때문에 공동개발을 위해 한국 게임업체에게 접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 많은 업체들은 워낙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기업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하청 업체 수준으로 전락하거나 흡수 합병 될 것을 우려해 업무 제휴를 맺지 않았다.
"사실 처음에는 카툰네트워크가 그렇게 큰 회사인지 몰랐습니다. 우리 사무실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데 제 생각보다 너무 큰 회사여서 당황했던 기억이 나네요."
"동등한 입장에서의 계약이라면 흡수 합병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관계만 명확하다면 수익쉐어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죠. 계약에 앞서 카툰네트워크 측에 우리는 공동개발사지 하청업체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미국과의 합작개발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에 대해 묻자 조 대표는 거침 없이 "의사소통"이라며 개발 기간 동안의 고충을 털어놨다.
"가장 힘든 것은 한국과 미국의 문화가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문화가 틀리기 때문에 서로가 이해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음 우리 개발자들이 맵을 디자인 했을 때 언덕이 많이 존재하자 카툰네트워크 측에서 바로 피드백이 왔습니다. 미국에는 그렇게 많은 언덕이 없다고. 이것은 아주 작은 예일뿐이죠 실제로 개발에 돌입하면 정말 엄청난 문화적 차이를 경험합니다."
"합작개발의 가장 중요한 단계는 서로간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공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에서 실패하면 절대 성공하는 게임이 나올 수 없습니다. 다행히 우리와 카툰네트워크와는 처음 합작개발을 하는데도 잘 이겨냈고 그랬기 때문에 퓨전폴에 대한 기대가 더 큽니다."
카툰네트워크와의 합작으로 '퓨전폴'을 완성하고 시장 평가를 앞두고 있는 지금 조 대표에게 또 다른 한미합작 프로젝트가 있는지 물었다. 조 대표는 아직까지 퓨전폴 이후의 일은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해외를 바라봐야 한다는 신념은 가지고 있었다.
"카툰네트워크가 추후에 게임을 개발한다면 개발자로 우선 협상을 그리곤과 하겠다는 계약은 있습니다. 물론 그리곤이 해외 진출을 모색할 때 우선 협상자가 카툰네트워크 이기도 합니다. 아직 뚜렷한 계획은 없지만 그리곤은 지속적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할 계획입니다."
조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해외로 진출할 다른 게임 업체들에 대한 충고도 있지 않았다.
"많은 게임 업체들이 중국에 진출하면서 얻은 교훈이 있을 겁니다. 제 생각에는 그리곤을 비롯한 많은 업체가 중국에 이용만 당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거울삼아 자신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게임은 된다는 강한 자신감으로 일을 추진하면서 우리에게 부족한 부분이 어떤 부분인지 명확하게 안다면 해외 시장에서의 실패위험을 조금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허준 기자 jjoony@dailygame.co.kr
*취재 후기
분명 처음 가는 길은 실패의 위험이 크다. 하지만 그 위험을 딛고 목표점에 도달한다면 험난하고 가기 어려웠던 그 길은 아주 잘 닦인 고속도로가 되어 많은 이들이 안심하고 갈 수 있는 길이 된다. 조 대표와 퓨전폴이 고속도로를 닦아 많은 국내 업체에게 해외 진출의 길을 열어주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