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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한국 게임 산업의 넥스트 스텝

[[img2 ]]온라인 게임을 대표 상품으로 내세우며 세계 게임 산업의 전쟁터로 나아갔던 한국 게임 개발자들은 지금 지뢰, 포화, 거대한 장벽까지 온갖 장애물에 숨 막혀 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던 게임 개발자들이 만들어 낸 새로운 게임들은 시장에 변변하게 자리를 잡지도 못하고 물러서야 했다.시장을 이끌던 메이저 기업들은 마지막 대표작을 언제 내놓았나 손을 꼽아봐야 한다. 영웅도 주력군도 없는 상황에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외침만이 있을 뿐이다. 이제는 메타버스다, 이제는 콘솔에 맞먹는 그래픽이다, 이제는 스토리텔링이다.



불행히도 이런 외침 뒤에는 '이 산이 아닌가봐'하는 힘 없는 중얼거림이 따라온다. 하지만 의외로 이 힘든 진지를 넘어 앞으로 나아갈 단서는 바로 그 진지 속의 현실에 담겨 있다. 우리 눈에 들어오지 않을 뿐이다.



해외 게임 연구자들, 그리고 더구나 해외 게임 업체들은 항상 한국 게임 산업을 신기하게 바라본다. 리뷰를 쓰라면 최하점을 매기는 그들이지만 한국 게임이 지니는 게이머에 대한 흡입력은 자신들의 눈에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한국 게임의 특징은, 게임을 하나의 상품으로 그래서 잘 만든 후 시장에 내놓고 짧은 기간에 팔아 치운다는 지금까지의 게임 산업의 '순환 구조'를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처음부터 게임 개발에 고민하고 반영한다는 한국 온라인 게임의 제작 과정은 그들의 눈에는 낯설기만 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지금까지 게임 산업의 산업 구조와 순환의 구조로부터 벗어나 성공의 사례들을 만들어 내는 한국 게임 산업의 힘을 주목한다. 특히 수많은 게임 리뷰에서 '지겹다', '언제적 게임이냐'는 평을 쏟아냈던 <메이플 스토리>에 대해 '제 생애 최고의 게임이에요'라고 말하는 미국 청소년 유저들의 반응은 충격을 넘어 두려움을 안겨주기까지 했다. 그들은 이런 새로움이 가져올 게임 시장의 충격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석하고 수용하기 위해 준비한다.

한국 게임들의 국내 차트를 봐도 우리는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하게 된다. 2년 반, 3년을 이야기하던 온라인 게임의 라이프 사이클에 대한 이야기를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 최근 차트들이다. 새로운 상품이 나오면 예전 상품들은 있을 자리를 잃었던 것이 과거 게임 시장이었다면, 온라인 게임은 그 교체의 시간을 단순히 3개월에서 3년으로 늘렸을 뿐으로 생각해 왔다. 하지만 최근 차트를 보면 서비스 3년을 맞이 해서도 쇠락의 모습이 보이기는커녕 여전히 사랑 받는 게임들이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다. 온라인 게임은 신상품이 나오면 교체되는 그런 상품이 아니라, 동네 단골 식당처럼 맛만 있으면 언제든지 그 곳에서 장사를 할 수 있는 서비스인 셈이다. 보다 편하고, 보다 익숙한 즐거움을 제공한다면 게이머들은 여전히 그 게임을 찾아 발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게임이 아니라, 몇 년이고 게이머에게 제공할 수 있는 즐거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한국 게임이 우연히 세계 게임 산업의 궤적으로부터 떨어져 경험한 성장의 과정에서 얻어진 독특한 장점이다. 막연히 저 쪽에 있는 새로운 고지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해서 전쟁에 이기는 법은 없다. 지금 우리가 들고 나가 싸울 수 있는 것을 손에 쥐지 않으면 승리는 공염불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우리가 발전시킨 게임의 새로운 '서비스'적 측면들은 우리만이 지닌 무기이긴 하지만 여기에는 부작용도 있다. 프리서버, 아이템 현거래, 부분 유료화, 과도한 커뮤니티에 대한 의존. 게임 산업에 대해 쏟아지는 부정적인 문제들은 결국 이런 장점과 뗄 수 없는 요소들이기도 하다.

'목욕 물을 버리다가 아기를 같이 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이런 부정적 요소들을 무조건 안 보려고만 할 수는 없다. 오히려 냉정하게 이런 문제들을 바라보고, 그것이 지닌 함의들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위에서 만일 우리가 이 무기를 온전히 사용할 자신이 있다면, 우리는 게임 산업의 다음 단계로, 그리고 세계 시장에서 새로운 게임, '한국식 게임'을 자리잡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상우-
게임평론가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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