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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용찬, '아이온' 기획팀장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의 신작 MMORPG ‘아이온: 영원의 탑(Aion: The Tower of Eternity, 이하 아이온)’ 이 11월 11일 오픈베타 테스트를 실시한다. 4년의 개발기간과 200억원이 넘는 개발비가 들어간 ‘아이온’은 올 겨울시즌 게이머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기대작. MMORPG 명가인 엔씨소프트가 개발력을 집중한 ‘아이온’은 천족ㆍ마족ㆍ용족(NPC)이 등장해 종족의 사활을 걸고 대결을 펼치는 구도로 짜여져 있으며, ‘비행전투’와 ‘기술 연계기’ ‘제작시스템’ 등 다양한 시스템을 통해 게이머들을 유혹하고 있다. 최고의 기대작 ‘아이온’ 제작을 이끌어 온 지용찬 기획팀장을 엔씨소프트 본사에서 만났다.
[인터뷰] 지용찬, '아이온' 기획팀장


◆ ’리니지2’ 같은 ‘아이온’, ‘WOW’같은 ‘아이온’

“유저들이 ‘아이온’을 설명하는 말로 ‘WOW예요’, ‘리니지2예요’라고 적은 리플들을 볼 때 흐뭇합니다.”

어쩌면 악플일 수도 있는 이런 글을 보고 ‘흐뭇하다’고 말하는 지용찬 ‘아이온’ 기획팀장. 뜻밖의대답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우리가 ‘아이온’을 만들면서 가장 중시 여겼던 부분은 게이머들에게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다양성을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게이머들이 ‘아이온’을 보고 ‘WOW’ 혹은 ‘리니지2’ 같이 느낀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이 게임이 어떤 유저들에게는 ‘WOW’와 같은 경험을, 또 다른 게이머들에게는 ‘리니지2’와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고 생각해서 기쁜 것 입니다.”

‘아이온’에서 게이머가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많다. 몬스터와 전쟁을 좋아한다면 사냥 위주의 플레이를, 타인과의 경쟁을 즐긴다면 ‘어비스’를 통해 게이머들 간의 전투에 참여할 수 있다. 전쟁 자체를 즐기지 않는다면 생산에만 몰두해도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다. 스킬 조합도 다양하게 할 수 있어 어떤 것이 효과적일지는 게이머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수 천가지의 캐릭터 외형을 만들 수 있게 한 것도 이러한 의도에서다. 획일적인 캐릭터에서 벗어나 게이머의 입맛대로 캐릭터를 만들고 가상 세계의 생활을 누리게 했다.

결국, ‘게이머들에게 다양한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그런 게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이온’을 개발해 오면서 추구해 온 방향성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아이온’에 모여, 다양한 재미 요소를 찾는 것’이 ‘아이온’ 기획을 관통하는 문장인 것이다.


◆ 개발자들은 MMORPG 골수팬들, 유저들 눈높이로

지 팀장은 많은 기획자들이 고민하는 ‘독창성’과 ‘대중성’에 대한 생각도 분명히 했다. ‘개발자들의 실험적인 마인드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본인이나 개발자끼리만 만족할 수 있는 내용에 그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독창성은 결과로 만들어집니다. 독창적인 게임이지만 사람들이 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며,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WOW’ 역시 철저히 ‘에버퀘스트’를 벤치마킹 해서 만들어진 게임”임을 분명히 했다.

‘WOW’ 개발에 참여한 많은 개발자들은 ‘에버퀘스트’에서 이름을 날리던 유명인들이었으며, 이들의 철저한 고증을 통해 ‘WOW’의 완성도를 높인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랍 팔도 블리자드 게임개발부문 부사장이 그 대표적인 예.

‘오랜 시간 검증 받은 시스템을 재해석해서 게임에 녹아 들게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그것만을 두고 독창성을 거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지 팀장의 주장이다.

‘아이온’ 개발팀도 다양한 MMORPG를 경험한 사람들이 모였다. 지 팀장 역시 2003년까지 국ㆍ내외 이름 있는 게임들은 클로즈드 베타 테스트 때부터 참여한 ‘하드코어 게이머’다. ‘게임에 대한 평가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제일 정확하다’는 명제 아래, 개발자 모두가 게이머 입장에서 ‘아이온’을 플레이 했다고 한다.

그리고 나온 결과는 ‘재미있다’ 였다.


◆ 준비는 다 끝난 상태… 평가만 남았다

‘오랜 기간 개발 되었고 3번의 테스트를 거치는 동안 많이 공개된 만큼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지 팀장은 “지금까지는 ‘맛보기’에 불과 했으며, 향후 업데이트 되는 내용들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오픈을 앞둔 지금 시점에 벌써 대규모 업데이트에 관한 기획은 끝난 상태며, 오픈 시에도 마을과 몬스터 등 신규 콘텐츠도 공개할 예정이다.

‘아이온’이 글로벌 프로젝트로 개발이 진행된 만큼, 해외 시장에 대한 조사도 마친 상태다. 북미와 유럽 지역 게이머들은 마족 캐릭터를 선호하며, 일본식 미소녀 캐릭터에 대한 거부감도 예전보다 덜하다고 전했다. 각종 수치들도 좋게 나와 ‘성공’에 대한 자신감도 쌓인 상태다.

'아이온'에 대한 기대가 안팎으로 크기에 부담감도 느낄 법 하지만, 지 팀장은 ‘즐거웠다’고 말했다.

“그 동안은 프로젝트를 밭갈이(중도에 새롭게 프로젝트 진행함을 뜻함) 할 때 참가하곤 했는데, 이번 ‘아이온’은 초기부터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공개될 아이온이 그려가는 세상에 많은 게이머가 함께 하길 바란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취재 후기]

지용찬 기획 팀장은 작년부터 수 차례 인터뷰를 통해 소개된 인물이다. 긴 생머리에 샤프한 인상은 리니지2에 등장하는 엘프 캐릭터를 연상케 할 정도로 준수한 외모를 자랑했었다. 하지만 ‘아이온’의 오픈이 임박해 오면서 엘프의 외형은 사라져 가고 야근과 야식으로 인한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는 듯 했고, 감기까지 걸려서 목소리가 내기도 힘든 상태여서 측은함까지 들게 했다. 그럼에도 마음은 편안해 보였다. ‘대작’이라는 압박감,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털어버렸단다. ‘이제 시험 볼 일만 남았을 뿐, 지금에 와서 벼락치기 한다고 평가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가 ‘아이온’에 거는 기대는 크다. ‘리니지’와 ‘리니지2’ 성공을 이어 ‘MMORPG 명가(名家)’라는 타이틀도 유지해야 하고, 리차드게리엇이 ‘타뷸라라샤’로 망가뜨린 자존심도 회복해야 한다. 같은 업계 사람들도 ‘WOW’ 때문에 망가진 온라인 게임 종주국이라는 지휘를 ‘아이온’이 회복해 주길 바라고 있다. 공개 석상에 얼굴을 잘 비추지 않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까지 나서서 ‘아이온’을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이온’이 갈 길은 쉬운 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뜻밖에 ‘프리우스’라는 복병을 만났고, ‘WOW’도 확장팩 ‘리치왕의 분노’라는 무기를 꺼내 든 상태다. 국내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지만, 과연 ‘WOW’를 위협할 정도의 인기를 끌 수 있을까란 질문은 물음표다. 사실 ‘WOW’ 만큼만 되어도 엄청난 성공을 한 것이겠지만.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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