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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곤] 게임 개발 승리의 방정식

[[img1 ]]복잡한 분석의 잣대를 대지 않으면 온라인게임은 MMORPG(이 때 MMORPG에는 '무게감 또는 무거운' 이라는 상징적 의미까지 내포)와 캐주얼게임으로 크게 구분되는 듯 하다.

이 간단한 구분은 마치 승패를 반드시 겨뤄야만 하는 피아(彼我)의 느낌으로 지난 수년간 업계를 떠돌고 있는 중이다. 지난 수년간 둘 중 어느 하나에 집중하는 때가 반드시 있었고, 그리고 결론적으로는 이 상태가 반복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얻은 교훈은 아직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2004년 12월 매일경제는 '온라인 캐주얼게임 한판 어때?'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MMORPG가 주류를 이루던 국내 게임시장에 올 한 해 온라인 캐주얼게임의 돌풍은 매우 거셌다"는 내용을 다루었다. 이 시기를 전후로 MMORPG는 지고 캐주얼게임의 시대가 왔다는 류의 내용이 분석 또는 트렌드로 기사화 되었다. 당시에는 팡야, 겟앰프드, 카트라이더 등 캐주얼게임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2005년 카트라이더의 메가 히트와 2006년 초반 대작으로 기대를 모으던 그라나도에스파다, 제라, 썬의 연이은 참패는 이 믿음에 확신을 심기에 충분했다. 캐주얼게임 개발 붐의 시대가 펼쳐진 것이다.

2008년 3월 ZDNet 게재 'MMORPG 뜨고, 캐주얼은 지고'의 기사 내용과 매일경제 '롤플레잉게임, 화려환 귀한' 제하의 기사 본문 중 "하지만 올 들어 온라인 게임 시장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는 내용은 2007년 하반기 발표된 창천을 필두로 프리스톤테일2, SP1, 십이지천2 등을 주제로 다루었다. 캐주얼게임의 연이은 참패로 시장이 오랜 침묵 속에 빠져있던 상황이라 반가움은 더했을 것이다. 그러나, 몇 개월 반짝 수준의 성적을 토대로 시장의 큰 흐름 자체가 변한 것으로 착각했다는 것을 알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당초 리니지가 주도하던 시장에 뮤, 라그나로크가 성공한 이후 MMORPG 개발은 온라인 게임사들의 지상과제였다. 경영진은 앞다투어 MMORPG 개발을 독려했고, 규모를 키우는데 돈을 아끼지 않았다. 블록버스터니 대작이니 하는 표현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그러나 대작들의 연이은 참패로 자신감을 상실했고, 투입 규모가 크다 보니 깨지는 것도 컸다. 한 작품의 실패가 회사의 명운을 가르는 것도 여러 건이다. 그 사이에 캐주얼게임이 화려하게 성공하자 상대적으로 개발 비용이 저렴하고 만들기도 쉬워 보이는 캐주얼게임 개발 제안은 쉽게 승인을 하지만, 반대로 MMORPG는 신중을 거듭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하지만 그 후 수 년간 캐주얼 시장이 정체하자 이번에는 MMORPG가 답이라는 둥, 그래도 손익을 맞추는 데는 MMORPG가 낫다는 둥의 논리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반복이 왜 생기는 것일까?

게임이라는 소재가 MMORPG나 캐주얼게임이라는 피아 구분을 가지는 것부터 문제가 생기는 듯 하다. 이 구분을 통해 어떤 한 부문의 개발이 현저히 줄어들면 그 만큼 대기 수요가 잠재하고 있는 상태가 지속되고, 일정 시점에 대기 수요가 폭발하는 상황이 연출 되면 큰 흐름이 바뀐 것으로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MMORPG의 시대가 따로 오고 캐주얼게임의 시대가 따로 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한발 앞선 결단으로 시장을 주도한 경우가 성공할 확률이 높았다는 사실은 MMORPG 시대라고 착각하고 있을 때 나온 캐주얼의 성공 사례와 이후의 역사의 반복이 증명할 뿐이다.

누구나 다 같은 목소리를 낼 때가 가장 위험한 때이다. 지난 해 말 게임 개발자들까지 삼삼오오 모여서 지난 펀드의 성과를 얘기하고 뒤 늦게 선망의 눈초리를 나눌 때가 올해 대폭락의 전조였던 것이다. 미래를 준비하면서 뒤돌아보고 예측하지 말자. 과거는 현재의 거울일 뿐이다. MMORPG를 개발해야 하는 시기나 캐주얼을 개발해야 하는 절대적인 시기라는 것은 없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배성곤-
㈜KB온라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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