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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 NC소프트 사장

“사실 세상은 운이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운’이기 때문에 실패를 두려워해서도 안되며, 성공을 자만해서도 안된다. 언제 성공할지 또 실패할 지는 아무도 모르며, 성공이나 실패보다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

김택진(35) 엔씨소프트 사장은 국내 게임시장에 소위 온라인 게임 혁명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외산게임이 주류를 이루는 국내 게임시장에서 온라인 게임 리니지로 매출액과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386세대의 간판 CEO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자신의 성공을 ‘운’으로 치부하며 겸양한다.

학창시절(서울대 전자공학과 85학번) 김택진 사장은 전자공학과는 무관하게 컴퓨터 연구회 활동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학과 친구들이나 교수들도 이런 김 사장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 사장은 더욱 열정적으로 소프트웨어에 매달려 이찬진 사장과 ‘아래한글’을 함께 개발했으며, 한메소프트라는 회사도 설립하게 된다.

하지만 91년 전자공학과 석사 졸업 무렵 전공이냐 열정이냐 라는 갈림길에서 많은 갈등을 겪기도 했다. 결국 그가 선택했던 길은 병역특례가 주어진 현대전자였다.

현재전자의 미 R&D 센터에 근무하던 시절 TCP/IP를 처음 접한 김 사장은 인터넷의 무한한 가능성에 취해, 인터넷에 접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사업을 구상하게 된다. 그러나 본인의 열정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회사의 정책에 회의를 느끼고, 가까운 동료들과 함께 비밀리에 ‘Next Company 설립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지금 ’NC‘소프트의 전신이다.

97년 회사 설립 초기엔 게임 사업보다는 중소규모 SI 사업에서 기반을 닦아 왔으며, 97년 8월 정보통신부로부터 초고속 정보통신 응용기술 개발 사업자로 선정돼 초고속 통신망을 이용한 원격 보안 시스템 개발을 시작으로 같은해 12월 국내 최초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컨설팅 계약을 체결하는 등 IT 업계에 NC소프트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물론 NC소프트의 비상은 98년 9월 인터넷 기반 그래픽 머드게임 ‘리니지’ (www.lineage.co.kr)가 탄생하면서부터 본격화됐다.

NC소프트는 이 게임으로 그 해 대한민국 게임 대상을 차지했는가 하면, 2000년 2월 100만 회원 돌파 이후 성장에 탄력이 붙었다. 현재 ‘리니지’는 390만 가입자와 동시사용자수 6만명을 기록하고 있으며,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의 33%를 점유하고 있다.

전국에 산재한 15,000여개의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쌍벽을 이루는 리니지는 ‘게임은 미국이나 일본’이라는 인식을 바꿔 놓기도 했다. 현재 전국에 리니지 IP를 보유한 PC방만해도 1만여개를 넘어서고 있다.

이제 김 사장은 NC소프트를 종합 인터넷 엔터테인먼트 업체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그가 모델로 삼고 있는 회사는 소니나 EA, 월트디즈니와 같은 초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국내에는 아직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자리잡기에는 시장 여건이 미숙한 면이 많지만 김 사장의 생각은 다르다.

“세계 게임 시장은 이제 그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 외형 성장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만 보면 98년 이후 매년 400%이상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2003년이되면 전체 게임 시장의 30%를 차지할 것”이라고 김사장은 전망했다.

또한 그는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다. 김택진 사장은 때를 기다릴 줄 아는 경영인이다. 속된말로 요즘 잘나가는 벤처 기업가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김 사장에겐 겉으로 보여지는 카리스마나 연출된 기업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김 사장은 특유의 온화함과 끈기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전형적인 ‘덕장(德將)’의 기질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의 좌측엔 온라인게임 업계 ‘마이더스의 손’으로 꼽히는 개발자 송재경 이사가, 우측엔 제갈량과 같은 이희상 실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NC소프트가 국내 최대 온라인게임 업체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이들과 같은 직원들의 헌신 덕분이었다고 말하는 김 사장의 표정에서도 그 말이 의당하는 인사치례가 아니라는 것을 읽을 수 있다.

사업을 하면서도 가장 힘들었던 게 사람과 때를 기다리는 것이었다고 한다. “남들처럼 집팔고 밤새고 하는 고생은 다 했다. 하지만 그것은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겪게되는 일”이라며, “정작 힘들었던 것은 언제 함께 일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함”이었다고 말한다.

지금 NC소프트의 개발실을 맡고 있는 이희상 실장을 모셔(?)오게 된 것도 그러했다. 지금도 외부인과의 접촉을 꺼리는 이 실장과 함께 일을 하기 위해 김 사장은 무던히도 그를 찾아 갔다. “유비도 이만큼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김 사장의 동료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 할 만하다.

조직관리나 경영에 대해서도 원칙은 간결하다. 직원들에게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조직의 투명함을 유지하는 데 주력한다. 기업을 투명하게 운영하다 보면 실수나 잘못도 노출된다.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도와주고 바로잡아 주려는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는 게 김 사장의 말이다.

지금 김택진 사장은 10년 후의 NC소프트를 설계하고 있다. 세계 경제에 한 축을 떠받드는 글로벌 기업이 그의 목표다. 이를 위해 우선 아시아 온라인 게임 시장의 맹주로 자리잡고, 세계인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는 게 단기 과제이다.

그 첫걸음으로 지난 7월 미국에 게임 개발 스튜디오를 설립했으며, 이를 통해 선진국의 개발 노하우를 완전히 습득할 수 있는 시점이 되면 본격적인 콘텐츠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9월에는 미국 산타모니카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연내 리니지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 7월 서비스를 시작한 대만의 경우 12일만에 동시사용자 1만명, 회원수 8만명을 돌파하는 등 놀랄만한 성과를 얻고 있다.

연내 중국, 홍콩, 싱가폴 등 아시아 시장 진출을 완료하고 내년에는 일본, 유럽, 남미 지역에도 진출해 리니지를 전 세계에 보급시킬 생각이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은 시작일 뿐이다.

김택진 사장은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보다 시장에 내놓을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 설 때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한다.

“NC소프트가 바라는 이상적인 사업 모델은 전세계 각 가정에 NC소프트 계정이 하나씩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본인이 원하는 사이버 월드에 접속하여 살아있는 가상의 세계를 모험하는 것. 그 같은 사이버 월드를 창조하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말하는 김 사장에게는 ‘꿈꾸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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